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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뮤지컬 산업과 팬들 - 대학신문pdf.snunews.com/1929/192909.pdf · 2016-09-10 ·...

Date post: 26-May-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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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 초연을 올린「빈센트 반 고흐」이후 뚝 있게 창작 뮤지컬만을 올리는 HJ컬쳐 한승원 표. 메이저 기획사가 해외 유수의 작품을 바탕 로 화려한 스타 캐스팅을 통해 작품을 홍보하는 황에서 그는 “작품이 스타가 되는 제작사가 돼 겠다고 결심했다”고 HJ컬쳐의 출발점을 회상했 그래서 HJ컬쳐는 창작 뮤지컬을 하되, 모두가 아는 소재를 선택해 관객들의 진입장벽을 낮췄 이런 전략을 잘 보여주듯 고흐를 시작으로 살 에르, 라흐마니노프 등 유명한 예술가를 내세운 창작 뮤지컬들이 만들어졌다. 이 ‘예술가 시리즈’ 는 실제로 관객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고,「빈센트 반 고흐」는 일본으로 수출되는 쾌거를 달성하기 도 했다. HJ컬쳐에서 창작 뮤지컬을 올리는 과정은 다음 과 같다. 우선 소재를 찾고 대본 개발에 착수한 후 작곡가를 섭외해 음악을 붙인다. 이후 스태프를 모 집하고 배우를 선발하면 본격적인 연습에 들어간 다. 여기까지가 공연이 올라가기 전 밑그림을 그리 는 프리 프로덕션 단계다. 물론 여기서 끝은 아니 다. 한 대표는 “실제로 공연이 실행되는 프로덕션 단계 이후에도 공연을 평가받고 손익을 정산하는 포스트 프로덕션 단계가 남아 있다”며 “이 단계를 통해서 공연이 다음에도 또 올라와도 될지, 어떤 점을 보완해야 할 지가 결정된다”고 덧붙였다. HJ컬쳐가 제작 과정에서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 은 소재, 대본, 음악이다. 소재, 대본, 음악이 이야 기의 재료가 되기 때문이다. 작품이 스타가 되는 제작사가 되기로 한 만큼 한 대표는 “어떤 이야기 를 할 지가 우리에게는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하 며 “관객에게 공감과 위로를 줄 수 있는 창작 뮤지 컬을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전했다. ◇20~30대 덕후들, 이들이 형성한 문화= 뮤지컬이 산업화된 지 불과 15년 만 에 3000억 규모로 성장한 것은 충성 도 높은 팬들 덕분이다. 박병성 편집 장은 “관광객이나 노인들이 주 소비자 층인 미국, 영국과는 달리 한국 시장 의 주 소비자층은 20~30대 관객”이라 며 젊은 관객들이 지탱하는 한국 뮤지 컬 산업에 대해 설명했다. 예술경영지 원센터가 2014년 발표한 ‘뮤지컬 실태 조사’에 따르면 남성보다 여성의 관람 횟수가 높았고, 연령별 관람 비율에서 20~30대가 기타 연령대보다 높은 것 으로 나타났다. 한국 뮤지컬 관람 문화의 가장 큰 특 징은 한 극을 여러 번 보는 ‘회전문 관 객’이 많다는 점이다. 「마마 돈 크라 이」의 지난해 관객 중 79%가 재관람 자, 즉 회전문 관객이기도 했다. 트위 터 닉네임 ‘굴러가는 곰’ 씨는 한 뮤 지컬을 여러 번 보는 이유로 “원 캐스 트-언더스터디 * 체제로 가는 대신 멀 티 캐스팅을 선택한 한국 뮤지컬계에 선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배우들 의 조합이 많기 때문에 다양한 배우의 연기 스타일과 페어별 호흡을 보기 위 해 회전문을 도는 것”이라고 덧붙였 다.「마마 돈 크라이」의 회전문 관객 이었던 윤예지 씨는 “극에 상상의 여 지를 남겨둬 여러 번 보면서 그 틈을 채워 나가는 것이 매력”이라며 “배우 에 따라 해석도 다르기 때문에 그 다 른 점을 비교하며 보는 재미가 있다” 고 밝혔다. 이른바 ‘덕질’을 하는 젊은 관객들 이 많은 산업 구조는 ‘시체관극’이라 는 독특한 문화를 만들었다. 시체관극 이란 공연을 볼 때 시체처럼 꼼짝 않 고 조용히 관람하는 것을 일컫는 말이 다. 정현수 씨는 “런던에서는 극을 보 는 도중에 뭘 먹거나 맥주를 마신 채 공연을 보러 들어가기도 했다”고 한국 과는 다른 분위기를 설명했다. 이는 관 광객 위주로 발달한 미국이나 영국의 뮤지컬 산업과는 달리 고정된 팬층이 주 관람객이 되다보니 생겨난 문화다. 윤예지 씨는 “덕후일수록 관극 경험도 많고 그 시간에 집중하고 싶어해 ‘관 크’ * 에 더 예민한 것 같다”고 의견을 밝혔다. 실제로 공연이 끝난 후 커뮤니 티나 SNS에 그날의 관크에 대해 불만 을 토로하는 글이 심심찮게 올라오기 도 한다. ◇회전문 관객, 양날의 검=고정된 관객 층이 존재한다는 것은 한편으론 더 넓 은 관객층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기도 하다. 이유리 평론가는 “인구 수도 적고 일부 20~30대 관객 말고는 공연을 잘 보지 않아 내수 시장의 한계 가 명확하다”고 꼬집었다. 그런데 제한 된 소비자층에 비해 제작되는 작품 수 는 과도하게 많다. 예컨대 브로드웨이 에서 한 해에 올라가는 공연이 30편정 도인 반면 한국은 서울에서만 200편 정도가 올라간다. 이른바 과잉공급 상 태인 것이다. 박병성 편집장은 “한정된 관객층에 과잉공급을 하다 보니 스타 를 내세워 팬들을 모으려는 경향이 강 해졌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제작사 들은 스타들의 몸값을 감당하느라 티 켓 가격을 높이거나 VIP 좌석을 늘리 게 되고, 자연스레 관객층은 이를 기꺼 이 감당할 소수의 팬덤으로 한정되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티켓이 비싸져 일반인 관람객들의 진입장벽은 더욱 높아진데 반해, 스타 마케팅에 제작비를 치중하느라 작품의 질을 높이고 적극적인 홍보를 통해 관 객층의 저변을 넓히려는 노력은 상대 적으로 부족하다. 윤예지 씨는 “제작자 들이 홍보를 굳이 하지 않아도 비싼 티 켓 값을 지불하고 봐주는 고정 관객층 을 믿고 안전한 길로만 간다”며 “사람 들이 뮤지컬에 갖는 선입견을 넘어서 는 새로운 작품들이 많이 올리고 홍보 도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더욱 넓고 깊은 뮤지컬계를 위해=넓은 관객층을 확보해 한국 뮤지컬계가 발 전하려면 우선 스타 캐스팅에만 의존 하는 제작자들의 자성이 필요하다. 최 연수 씨는 “캐스팅에 제작비를 쏟는 대 신 완성도를 보완하고 새로운 소재를 발굴한다면 공연의 질도 높이고 새로 운 관객을 끌어들일 수도 있을 것”이라 고 강조했다. 원종원 평론가는 “프리뷰 (pre-view) 공연 기간을 대폭 늘려 관 객들의 피드백을 적극적으로 수용한 후 한층 완성도 있는 공연을 올려야 한 다”고 말했다. 창작 뮤지컬을 육성하는 것도 방법 이다. 박병성 편집장은 “한국에서 관 객층을 확대하는 것이 어렵다면 해외 로 눈을 돌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창 작 뮤지컬의 저작권은 국내 창작자들 에게 있기 때문에 해외로의 수출을 꾀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현수 씨는 “음 악도 좋고 참신한 스토리를 가진 창작 뮤지컬이 계속 생겨난다면 해외에서 도 승산이 있을 것”이라며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물론 이를 위해선 창작 역량 을 길러야 한다. 이유리 평론가는 “실 력 있는 전문 작곡가와 연출가를 육성 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역설했다. * 언더스터디: 배우에게 문제가 생겼을 때 대타로 투입되는 배우 * 관크: ‘관객 크리티컬(critical)’의 준말 로 공연 중 다른 관객에 의한 관람 방해 2016년 9월 12일 월요일 9 대학신문 기획 공연이 좋아서 아 나운서를 그만두고 뮤지컬계에 뛰어든 고은령 대표는 화 려한 뮤지컬 이면 에 있는 소외계층 에게 주목했다. 팟 캐스트가 뜨기 시 작한 2012년, 그는 공연계 청년들이 설 자리가 부족하 다는 것을 깨달았다. 고 대표는 “자리가 없는 그들에게 작품 을 발표할 기회를 준다는 의미에서 우리 방송의 제목 ‘자리 주삼’이 탄생했다”고 회상했다. 라디오 방송인 자리주삼의 메인 코너는 귀로 듣는 뮤지컬 인 ‘오디오 뮤지컬’이다. 이밖에 오디오 뮤지컬 출연 배우들 과의 토크쇼 ‘잡수다’, 예술계 취업 지망생들을 위한 미니 강 연 ‘조한성의 무엇이든 물어주삼’, 신인들의 노래를 모아 담 아 일종의 포트폴리오가 되는 ‘스신소’(스튜디오 뮤지컬이 신인을 소개합니다) 등이 자리주삼의 주요 코너들이다. 고 대표는 “방송을 듣고 신인 배우를 섭외하기 위해 우리 쪽으 로 연락처를 묻는 경우도 있었다”고 뿌듯하게 설명했다. 자리 없는 신인 배우, 티켓값이 비싸 좋은 공연을 보지 못 하는 관객을 위해 시작한 스튜디오 뮤지컬은 시각장애인에 게까지 손길을 넓혔다. 이들을 위해 스튜디오 뮤지컬은 화 려한 볼거리 없이 귀로 듣기만 해도 무대가 생생히 떠오르 도록 극을 각색한다. 고 대표는 “장면 해설이 너무 길어서 지루하진 않은지, 어떤 음향이 들어가야 장면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지 등을 고민한다”고 설명하며 “현장성이 없는 대신 다양한 효과음을 사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모두가 장애물 없이 뮤지컬을 즐길 수 있는 ‘배리어프리’ 를 지향하는 스튜디오 뮤지컬은 또 다시 경계를 넓혀가려고 한다. 고 대표는 “지금은 시각장애인에 집중하고 있지만 좀 더 관심을 확장해서 소외계층 누구나, 마음의 장벽을 가진 사람마저도 뮤지컬을 즐길 수 있게 하고 싶다”고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경대 뮤지컬학과 학생들의 공연은 아마추어 연이지만 공연을 올릴 때마다 뮤지컬 팬들의 심을 한 몸에 받는다. 특히 지난 학기의「스프 어웨이크닝」은 500여 명의 관객을 모으며 성 리에 공연됐다. 기획팀 오혜리 씨(서경대 뮤지 학과·14)는 “공연이 점점 인기가 많아지면서 지컬을 즐기는 일반인들도 많이 찾아와서 보시 편”이라며 뿌듯해했다. 해로 개설된 지 5년째인 서경대 뮤지컬학과 탄탄한 커리큘럼을 바탕으로 매 학기 정기공 을 올리고 있다. 뮤지컬학과의 학생들은 6개 의 공연을 이수해야 졸업할 수 있다. 배우와 스 태프가 분리된 전문 프로덕션과 달리, 이곳엔 ‘올 배우 올스탭’ 제도가 있다. 연출부 원미래 씨(13) 는 “연출, 무대감독, 무대디자인 등 총 10개의 파 트로 나뉘고, 각자 원하는 파트에 지원하게 된 다”며 “다른 파트를 경험해볼 수 있도록 공연마 다 파트 변동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이를 통 해 학생들은 공연제작에 관여된 모든 과정을 경 험해볼 기회를 얻게 된다. 음향팀 김연준 씨(14) 는 “스태프 일을 배우면서 그들의 입장을 한 번 더 생각해볼 수 있고 기술도 익힐 수 있는 기회” 라고 의의를 밝혔다. 프리 프로덕션은 평균 14주 정도의 연습 기 간을 가진다. 이 기간 동안은 아침 9시부터 저 녁 11시까지 꽉 채워진 일정표에 따라 진행된 다. 연출부 김병훈 씨(11)는 “공연을 통해 뮤 지컬 배우가 갖춰야 할 노래, 연기, 춤 각 영역 별로 강도 높은 훈련을 받는다”며 “교수님들 과 함께 새벽 3~4시까지 땀 흘리며 연습한다” 고 설명했다. 그는 “공연은 함께 뮤지컬계를 누빌 미래의 동료를 만나고 인연을 두텁게 쌓 아가는 과정”이라고 그 의미를 밝혔다. 뮤지컬 산업과 팬들 뮤지컬을 만들어가는 사람들 3 2 ‘HJ컬쳐’ 한승원 대표 “작품이 주는 메시지의 힘을 믿다” 3천억 규모의 매출을 달성하는 등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뮤지컬은 소 , 혹은 과장된 연기와 소재가 한정돼 있다는 높은 진입장벽 안에 둘러싸여 있다. 이에 자 한다. 김지수 기자 [email protected] 조수지 문화부장 [email protected], 이문영 기자 [email protected] 삽화: 이은희 기자 [email protected] 서경대 뮤지컬학과 “목표는 한국 뮤지컬의 주역” ‘스튜디오 뮤지컬’ 고은령 대표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뮤지컬을 위해” 사진제공: 서경대 뮤지컬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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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 2 뮤지컬 산업과 팬들 - 대학신문pdf.snunews.com/1929/192909.pdf · 2016-09-10 · 2014년 초연을 올린 「빈센트 반 고흐」 이후 뚝 심 있게 창작 뮤지컬만을

2014년 초연을 올린 「빈센트 반 고흐」 이후 뚝

심 있게 창작 뮤지컬만을 올리는 HJ컬쳐 한승원

대표. 메이저 기획사가 해외 유수의 작품을 바탕

으로 화려한 스타 캐스팅을 통해 작품을 홍보하는

상황에서 그는 “작품이 스타가 되는 제작사가 돼

야겠다고 결심했다”고 HJ컬쳐의 출발점을 회상했

다. 그래서 HJ컬쳐는 창작 뮤지컬을 하되, 모두가

다 아는 소재를 선택해 관객들의 진입장벽을 낮췄

다. 이런 전략을 잘 보여주듯 고흐를 시작으로 살

리에르, 라흐마니노프 등 유명한 예술가를 내세운

창작 뮤지컬들이 만들어졌다. 이 ‘예술가 시리즈’

는 실제로 관객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고, 「빈센트

반 고흐」는 일본으로 수출되는 쾌거를 달성하기

도 했다.

HJ컬쳐에서 창작 뮤지컬을 올리는 과정은 다음

과 같다. 우선 소재를 찾고 대본 개발에 착수한 후

작곡가를 섭외해 음악을 붙인다. 이후 스태프를 모

집하고 배우를 선발하면 본격적인 연습에 들어간

다. 여기까지가 공연이 올라가기 전 밑그림을 그리

는 프리 프로덕션 단계다. 물론 여기서 끝은 아니

다. 한 대표는 “실제로 공연이 실행되는 프로덕션

단계 이후에도 공연을 평가받고 손익을 정산하는

포스트 프로덕션 단계가 남아 있다”며 “이 단계를

통해서 공연이 다음에도 또 올라와도 될지, 어떤

점을 보완해야 할 지가 결정된다”고 덧붙였다.

HJ컬쳐가 제작 과정에서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

은 소재, 대본, 음악이다. 소재, 대본, 음악이 이야

기의 재료가 되기 때문이다. 작품이 스타가 되는

제작사가 되기로 한 만큼 한 대표는 “어떤 이야기

를 할 지가 우리에게는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하

며 “관객에게 공감과 위로를 줄 수 있는 창작 뮤지

컬을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전했다.

◇20~30대 덕후들, 이들이 형성한 문화=

뮤지컬이 산업화된 지 불과 15년 만

에 3000억 규모로 성장한 것은 충성

도 높은 팬들 덕분이다. 박병성 편집

장은 “관광객이나 노인들이 주 소비자

층인 미국, 영국과는 달리 한국 시장

의 주 소비자층은 20~30대 관객”이라

며 젊은 관객들이 지탱하는 한국 뮤지

컬 산업에 대해 설명했다. 예술경영지

원센터가 2014년 발표한 ‘뮤지컬 실태

조사’에 따르면 남성보다 여성의 관람

횟수가 높았고, 연령별 관람 비율에서

20~30대가 기타 연령대보다 높은 것

으로 나타났다.

한국 뮤지컬 관람 문화의 가장 큰 특

징은 한 극을 여러 번 보는 ‘회전문 관

객’이 많다는 점이다. 「마마 돈 크라

이」의 지난해 관객 중 79%가 재관람

자, 즉 회전문 관객이기도 했다. 트위

터 닉네임 ‘굴러가는 곰’ 씨는 한 뮤

지컬을 여러 번 보는 이유로 “원 캐스

트-언더스터디* 체제로 가는 대신 멀

티 캐스팅을 선택한 한국 뮤지컬계에

선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배우들

의 조합이 많기 때문에 다양한 배우의

연기 스타일과 페어별 호흡을 보기 위

해 회전문을 도는 것”이라고 덧붙였

다.「마마 돈 크라이」의 회전문 관객

이었던 윤예지 씨는 “극에 상상의 여

지를 남겨둬 여러 번 보면서 그 틈을

채워 나가는 것이 매력”이라며 “배우

에 따라 해석도 다르기 때문에 그 다

른 점을 비교하며 보는 재미가 있다”

고 밝혔다.

이른바 ‘덕질’을 하는 젊은 관객들

이 많은 산업 구조는 ‘시체관극’이라

는 독특한 문화를 만들었다. 시체관극

이란 공연을 볼 때 시체처럼 꼼짝 않

고 조용히 관람하는 것을 일컫는 말이

다. 정현수 씨는 “런던에서는 극을 보

는 도중에 뭘 먹거나 맥주를 마신 채

공연을 보러 들어가기도 했다”고 한국

과는 다른 분위기를 설명했다. 이는 관

광객 위주로 발달한 미국이나 영국의

뮤지컬 산업과는 달리 고정된 팬층이

주 관람객이 되다보니 생겨난 문화다.

윤예지 씨는 “덕후일수록 관극 경험도

많고 그 시간에 집중하고 싶어해 ‘관

크’*에 더 예민한 것 같다”고 의견을

밝혔다. 실제로 공연이 끝난 후 커뮤니

티나 SNS에 그날의 관크에 대해 불만

을 토로하는 글이 심심찮게 올라오기

도 한다.

◇회전문 관객, 양날의 검=고정된 관객

층이 존재한다는 것은 한편으론 더 넓

은 관객층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기도 하다. 이유리 평론가는 “인구

수도 적고 일부 20~30대 관객 말고는

공연을 잘 보지 않아 내수 시장의 한계

가 명확하다”고 꼬집었다. 그런데 제한

된 소비자층에 비해 제작되는 작품 수

는 과도하게 많다. 예컨대 브로드웨이

에서 한 해에 올라가는 공연이 30편정

도인 반면 한국은 서울에서만 200편

정도가 올라간다. 이른바 과잉공급 상

태인 것이다. 박병성 편집장은 “한정된

관객층에 과잉공급을 하다 보니 스타

를 내세워 팬들을 모으려는 경향이 강

해졌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제작사

들은 스타들의 몸값을 감당하느라 티

켓 가격을 높이거나 VIP 좌석을 늘리

게 되고, 자연스레 관객층은 이를 기꺼

이 감당할 소수의 팬덤으로 한정되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티켓이 비싸져 일반인 관람객들의

진입장벽은 더욱 높아진데 반해, 스타

마케팅에 제작비를 치중하느라 작품의

질을 높이고 적극적인 홍보를 통해 관

객층의 저변을 넓히려는 노력은 상대

적으로 부족하다. 윤예지 씨는 “제작자

들이 홍보를 굳이 하지 않아도 비싼 티

켓 값을 지불하고 봐주는 고정 관객층

을 믿고 안전한 길로만 간다”며 “사람

들이 뮤지컬에 갖는 선입견을 넘어서

는 새로운 작품들이 많이 올리고 홍보

도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더욱 넓고 깊은 뮤지컬계를 위해=넓은

관객층을 확보해 한국 뮤지컬계가 발

전하려면 우선 스타 캐스팅에만 의존

하는 제작자들의 자성이 필요하다. 최

연수 씨는 “캐스팅에 제작비를 쏟는 대

신 완성도를 보완하고 새로운 소재를

발굴한다면 공연의 질도 높이고 새로

운 관객을 끌어들일 수도 있을 것”이라

고 강조했다. 원종원 평론가는 “프리뷰

(pre-view) 공연 기간을 대폭 늘려 관

객들의 피드백을 적극적으로 수용한

후 한층 완성도 있는 공연을 올려야 한

다”고 말했다.

창작 뮤지컬을 육성하는 것도 방법

이다. 박병성 편집장은 “한국에서 관

객층을 확대하는 것이 어렵다면 해외

로 눈을 돌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창

작 뮤지컬의 저작권은 국내 창작자들

에게 있기 때문에 해외로의 수출을 꾀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현수 씨는 “음

악도 좋고 참신한 스토리를 가진 창작

뮤지컬이 계속 생겨난다면 해외에서

도 승산이 있을 것”이라며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물론 이를 위해선 창작 역량

을 길러야 한다. 이유리 평론가는 “실

력 있는 전문 작곡가와 연출가를 육성

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역설했다. *언더스터디: 배우에게 문제가 생겼을

때 대타로 투입되는 배우*관크: ‘관객 크리티컬(critical)’의 준말

로 공연 중 다른 관객에 의한 관람 방해

2016년 9월 12일 월요일 9대학신문 기획

공연이 좋아서 아

나운서를 그만두고

뮤지컬계에 뛰어든

고은령 대표는 화

려한 뮤지컬 이면

에 있는 소외계층

에게 주목했다. 팟

캐스트가 뜨기 시

작한 2012년, 그는

공연계 청년들이

설 자리가 부족하

다는 것을 깨달았다. 고 대표는 “자리가 없는 그들에게 작품

을 발표할 기회를 준다는 의미에서 우리 방송의 제목 ‘자리

주삼’이 탄생했다”고 회상했다.

라디오 방송인 자리주삼의 메인 코너는 귀로 듣는 뮤지컬

인 ‘오디오 뮤지컬’이다. 이밖에 오디오 뮤지컬 출연 배우들

과의 토크쇼 ‘잡수다’, 예술계 취업 지망생들을 위한 미니 강

연 ‘조한성의 무엇이든 물어주삼’, 신인들의 노래를 모아 담

아 일종의 포트폴리오가 되는 ‘스신소’(스튜디오 뮤지컬이

신인을 소개합니다) 등이 자리주삼의 주요 코너들이다. 고

대표는 “방송을 듣고 신인 배우를 섭외하기 위해 우리 쪽으

로 연락처를 묻는 경우도 있었다”고 뿌듯하게 설명했다.

자리 없는 신인 배우, 티켓값이 비싸 좋은 공연을 보지 못

하는 관객을 위해 시작한 스튜디오 뮤지컬은 시각장애인에

게까지 손길을 넓혔다. 이들을 위해 스튜디오 뮤지컬은 화

려한 볼거리 없이 귀로 듣기만 해도 무대가 생생히 떠오르

도록 극을 각색한다. 고 대표는 “장면 해설이 너무 길어서

지루하진 않은지, 어떤 음향이 들어가야 장면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지 등을 고민한다”고 설명하며 “현장성이 없는

대신 다양한 효과음을 사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모두가 장애물 없이 뮤지컬을 즐길 수 있는 ‘배리어프리’

를 지향하는 스튜디오 뮤지컬은 또 다시 경계를 넓혀가려고

한다. 고 대표는 “지금은 시각장애인에 집중하고 있지만 좀

더 관심을 확장해서 소외계층 누구나, 마음의 장벽을 가진

사람마저도 뮤지컬을 즐길 수 있게 하고 싶다”고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서경대 뮤지컬학과 학생들의 공연은 아마추어

공연이지만 공연을 올릴 때마다 뮤지컬 팬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다. 특히 지난 학기의 「스프

링 어웨이크닝」은 500여 명의 관객을 모으며 성

황리에 공연됐다. 기획팀 오혜리 씨(서경대 뮤지

컬학과·14)는 “공연이 점점 인기가 많아지면서

뮤지컬을 즐기는 일반인들도 많이 찾아와서 보시

는 편”이라며 뿌듯해했다.

올해로 개설된 지 5년째인 서경대 뮤지컬학과

는 탄탄한 커리큘럼을 바탕으로 매 학기 정기공

연을 올리고 있다. 뮤지컬학과의 학생들은 6개

의 공연을 이수해야 졸업할 수 있다. 배우와 스

태프가 분리된 전문 프로덕션과 달리, 이곳엔 ‘올

배우 올스탭’ 제도가 있다. 연출부 원미래 씨(13)

는 “연출, 무대감독, 무대디자인 등 총 10개의 파

트로 나뉘고, 각자 원하는 파트에 지원하게 된

다”며 “다른 파트를 경험해볼 수 있도록 공연마

다 파트 변동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이를 통

해 학생들은 공연제작에 관여된 모든 과정을 경

험해볼 기회를 얻게 된다. 음향팀 김연준 씨(14)

는 “스태프 일을 배우면서 그들의 입장을 한 번

더 생각해볼 수 있고 기술도 익힐 수 있는 기회”

라고 의의를 밝혔다.

프리 프로덕션은 평균 14주 정도의 연습 기

간을 가진다. 이 기간 동안은 아침 9시부터 저

녁 11시까지 꽉 채워진 일정표에 따라 진행된

다. 연출부 김병훈 씨(11)는 “공연을 통해 뮤

지컬 배우가 갖춰야 할 노래, 연기, 춤 각 영역

별로 강도 높은 훈련을 받는다”며 “교수님들

과 함께 새벽 3~4시까지 땀 흘리며 연습한다”

고 설명했다. 그는 “공연은 함께 뮤지컬계를

누빌 미래의 동료를 만나고 인연을 두텁게 쌓

아가는 과정”이라고 그 의미를 밝혔다.

뮤지컬 산업과 팬들

뮤지컬을 만들어가는 사람들3

2

‘HJ컬쳐’ 한승원 대표 “작품이 주는 메시지의 힘을 믿다”

한국 뮤지컬 산업은 꾸준히 관객을 모으며 한 해 200편 이상의 공연이 올라가고, 3천억 규모의 매출을 달성하는 등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뮤지컬은 소

수의 ‘덕후’들만이 즐기는 문화라는 인식이 강하다. 뮤지컬은 어렵거나 비싸다는, 혹은 과장된 연기와 소재가 한정돼 있다는 높은 진입장벽 안에 둘러싸여 있다. 이에

『대학신문』에서는 한국 뮤지컬 산업을 요리조리 뜯어보고 그 매력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김지수 기자 [email protected]

사진: 조수지 문화부장 [email protected], 이문영 기자 [email protected] 삽화: 이은희 기자 [email protected]

서경대 뮤지컬학과 “목표는 한국 뮤지컬의 주역”

‘스튜디오 뮤지컬’ 고은령 대표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뮤지컬을 위해”

사진제공: 서경대 뮤지컬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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