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ll Categories
Home > Documents > 취재 | 예술과 만난 블록체인 NFT: 디지털 예술과 블록체인의...

취재 | 예술과 만난 블록체인 NFT: 디지털 예술과 블록체인의...

Date post: 01-May-2021
Category:
Upload: others
View: 1 times
Download: 0 times
Share this document with a friend
1
6 문화 2021년 4월 5일 월요일 | 취재 | 예술과 만난 블록체인 NFT: 디지털 예술과 블록체인의 결합 ‘트위터’ 창업자 잭 도시가 2006년 창업 직후 작성한 첫 트윗이 약 33 억 원에 팔리며 ‘대체 불가능 토큰’ (Non-Fungible Token, NFT)에 이 목이 쏠리고 있다. 지난 2월 6에 불 과했던 NFT 구글 트렌드 지수 * 는 한 달 만에 역대 최고 수치인 100을 기 록했으며 NFT 기반의 미술품 시장도 작년보다 4배 이상 증가해 약 2,800 억 원 규모로 성장했다. 『대학신문』은 NFT가 무엇인지, 예술과 NFT가 어 떻게 결합할 수 있는지 살펴봤다. NFT는 2021년 블록체인 산업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젖힐 핵심 기술 로 부상하고 있다. 지금까지 비트코 인으로 대표되던 기존의 암호화폐 기술은 주로 결제를 위한 수단으로 사용됐다. 각각의 비트코인은 같은 가치를 가진 것으로 취급돼 상호 교 환이 가능했다. 반면 NFT는 블록체 인 기술을 활용해 디지털 콘텐츠마 다 별도의 고유한 값을 갖도록 만드 는 토큰으로, 하나의 토큰에 대응하 는 값은 단 하나다. 김정희 교수(서양 화과)는 “NFT는 ‘타임스탬프’를 토 대로 콘텐츠에 시간, 위치 등의 값을 부여함으로써 고유한 값을 갖게 한 다”라고 설명했다. 기존의 블록체인 기술과 NFT의 결정적인 차이점도 여기에 있다. NFT는 모든 토큰이 구 별 가능하다는 ‘고유성’을 갖고 있기 에, 결제를 위한 화폐보다는 가치 저 장의 수단으로 활용된다는 것이다. NFT가 가진 고유성이라는 특징 은 분야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디지 털 데이터에 적용되고 있다. NFT 가 가장 먼저 적용된 분야는 게임이 다. 2017년 출시된 ‘크립토 키티’는 이더리움의 ‘ERC-721 토큰’을 기반 으로 가상의 고양이 캐릭터를 만드 는 게임 콘텐츠다. 크립토 키티 속의 모든 고양이 캐릭터는 토큰화(化)돼 외관은 똑같더라도 각자 고유의 값 을 갖게 된다. 이를 바탕으로 고양이 캐릭터의 거래가 이뤄지기도 한다. 희귀한 값을 가진 고양이일수록 높 은 가격이 책정되는 것이다. 게임 밖 에서도 NFT는 폭넓은 활용도를 자 랑한다. NFT가 부여하는 고유성에 주목해 티쏘·루이비통·나이키를 비 롯한 여러 유명 브랜드에서 NFT에 기반을 둔 상품을 제작하고 있다. 나 이키는 2019년 NFT를 활용해 자사 제품의 진위를 가려내는 특허인 ‘크 립토킥스’를 취득하기도 했다. NFT의 가능성이 가장 주목받고 있 는 분야는 바로 디지털 예술이다. 지 난달 11일 마이크 윙켈만의 디지털 작품 ‘매일:첫 5000일’이 뉴욕 크리스 티 경매에서 살아 있는 작가의 작품 가격 가운데 역대 세 번째로 높은 금 액인 790억 원에 낙찰돼 무명 작가였 던 그는 단숨에 전 세계에서 가장 유 명한 작가 중 한 명이 됐다. 윙켈만의 작품이 초고가에 팔릴 수 있었던 이유 는 NFT를 통해서 부여받은 일련번호 를 통해 복제 및 위·변조를 막아 ‘가 품’과 구별되는 ‘진품’의 가치를 인정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NFT가 디지털 예술에서 맡은 역할 은 ‘잃어버린 것’의 회복이다. 김정희 교수는 예술이 디지털화되면서 잃어 버린 가치를 NFT가 되돌려주기 때문 에 NFT 미술품이 가치를 갖게 된다 고 해석한다. 디지털화된 예술은 아 날로그 시대의 예술과는 다르게 무한 정 복제가 가능하다. 이때 복제가 가 능하다는 특성은 실존하는 예술품이 가졌던 유일무이함을 디지털 예술에 서 앗아갔다. 김 교수는 “우리가 알고 있는 조각상이나 그림 등 예술작품은 완전히 똑같이 복제하는 것이 불가능 해 그 작품만의 고유한 ‘아우라’를 갖 지만, 디지털 데이터는 복제한 버전 이 원본과 전혀 차이가 없다”라며 “때 문에 디지털 기반의 예술작품은 아 우라를 상실해 그 가치를 충분히 평 가받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NFT의 등장으로 상황이 반전됐다. 김 교수는 “NFT는 모조품이 원본과 똑같이 복제될 가능성을 차단해 디지 털 매체나 데이터로 만들어진 예술작 품에 아우라를 돌려준다”라며 “이제 는 디지털 작품들도 모조품의 위협에 서 벗어나 하나의 ‘작품’으로 인정받 을 수 있게 됐다”라고 평했다. NFT 시장이 커지며 생긴 예술계의 새로운 가능성은 어떤 결과로 이어 질까? 일각에서는 NFT의 참신함을 하나의 기회로 바라본다. NFT를 활 용한 작품을 출품할 계획이라는 A씨 (22세)는 “NFT가 개척한 새로운 미 술 시장은 디지털 기술에 친숙한 신 인 예술가들에게 좋은 기회가 될 것” 이라며 “NFT 시장은 보수화된 미술 계에서 자리를 잡지 못했던 신인 예 술가들에게 새로운 활동의 장을 제공 할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이재현 교 수(언론정보학과)는 “무한 복제가 가 능한 디지털 세계에서 원본을 지정할 수 있다는 것 자체로 의미가 있다”라 며 “NFT는 어디까지가 진품이고 어 디까지가 모조품인지 판별할 기준이 돼 판화에서와 마찬가지로 예술가가 진품의 범위를 정하는 과정에서 도움 을 줄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NFT는 가상화폐 투자 열 풍이 만든 거품에 불과하다는 시각 도 있다. 암호화폐 투자자 배서준 씨 (26세)는 “윙켈만의 작품을 낙찰받 은 사람이 싱가포르 소재 NFT 투자 회사의 고위 간부라는 이야기가 도 는 상황에서, 과연 NFT가 순수한 기 술적 강점만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 는 것인지 의심할 필요가 있다”라고 경계했다. 현재의 지나치게 높은 가 격은 투기 세력에 의해 부풀려진 것 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정희 교수 는 NFT 자체가 작품의 본질적인 가 치를 만드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김 교수는 “얼마 전 초고가에 거래 된 ‘매일:첫 5000일’의 가격은 5,000 일 동안 꾸준히 자신의 일상을 사 진으로 기록해 작품으로 만들었다 는 예술성이 가치를 인정받은 사례 일 뿐 NFT가 적용돼 예술성이 높아 졌다고 보기는 어렵다”라며 “NFT의 대체 불가능성은 해킹으로 언제든 훼손될 수 있는 만큼 작품이 그만한 값어치를 하는지는 다시 고민해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동안 블록체인 기술은 항상 실체 도, 사용될 곳도 없다는 비판에 시달 려왔다. NFT는 블록체인이 현실에서 유용하게 쓰일 가능성을 보여줌으로 써 그간의 비판에 답하는 듯하다. 하 지만 NFT는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보 여주는 만큼이나 끝없는 논란의 여지 또한 안고 있다. 자신의 재능을 드러 내기 힘들었던 예술가들이 활동할 새 시장을 개척하며 디지털 시대의 예술 품이 잃어버렸던 아우라를 회복시킨 다는 장점이 있는 한편, 투기를 조장 할 우려가 있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 다. 아직 도입 초기 단계에 있는 NFT 가 논란을 딛고 이를 필요로 하는 영 역에서 제 역할을 다할 수 있을지 귀 추가 주목된다. * 구글 트렌드 지수: 구글의 검색 키 워드 추세를 1~100의 수치로 지수 화, 도표화해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빅데이터 기반의 서비스. 최지원 사회문화부 차장 [email protected] Non-Fungible Token, 대체 불가능한 토큰이란? NFT, 예술의 새로운 가능성이 될 수 있을까? 예술과 NFT의 결합: 잃어버린 고유성의 회복
Transcript
Page 1: 취재 | 예술과 만난 블록체인 NFT: 디지털 예술과 블록체인의 결합pdf.snunews.com/2024/202406.pdf · 2021. 4. 3. · 록했으며 nft 기반의 미술품 시장도

6 문화 2021년 4월 5일 월요일 |

취재 | 예술과 만난 블록체인

NFT: 디지털 예술과 블록체인의 결합‘트위터’ 창업자 잭 도시가 2006년

창업 직후 작성한 첫 트윗이 약 33

억 원에 팔리며 ‘대체 불가능 토큰’

(Non-Fungible Token, NFT)에 이

목이 쏠리고 있다. 지난 2월 6에 불

과했던 NFT 구글 트렌드 지수*는 한

달 만에 역대 최고 수치인 100을 기

록했으며 NFT 기반의 미술품 시장도

작년보다 4배 이상 증가해 약 2,800

억 원 규모로 성장했다. 『대학신문』은

NFT가 무엇인지, 예술과 NFT가 어

떻게 결합할 수 있는지 살펴봤다.

NFT는 2021년 블록체인 산업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젖힐 핵심 기술

로 부상하고 있다. 지금까지 비트코

인으로 대표되던 기존의 암호화폐

기술은 주로 결제를 위한 수단으로

사용됐다. 각각의 비트코인은 같은

가치를 가진 것으로 취급돼 상호 교

환이 가능했다. 반면 NFT는 블록체

인 기술을 활용해 디지털 콘텐츠마

다 별도의 고유한 값을 갖도록 만드

는 토큰으로, 하나의 토큰에 대응하

는 값은 단 하나다. 김정희 교수(서양

화과)는 “NFT는 ‘타임스탬프’를 토

대로 콘텐츠에 시간, 위치 등의 값을

부여함으로써 고유한 값을 갖게 한

다”라고 설명했다. 기존의 블록체인

기술과 NFT의 결정적인 차이점도

여기에 있다. NFT는 모든 토큰이 구

별 가능하다는 ‘고유성’을 갖고 있기

에, 결제를 위한 화폐보다는 가치 저

장의 수단으로 활용된다는 것이다.

NFT가 가진 고유성이라는 특징

은 분야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디지

털 데이터에 적용되고 있다. NFT

가 가장 먼저 적용된 분야는 게임이

다. 2017년 출시된 ‘크립토 키티’는

이더리움의 ‘ERC-721 토큰’을 기반

으로 가상의 고양이 캐릭터를 만드

는 게임 콘텐츠다. 크립토 키티 속의

모든 고양이 캐릭터는 토큰화(化)돼

외관은 똑같더라도 각자 고유의 값

을 갖게 된다. 이를 바탕으로 고양이

캐릭터의 거래가 이뤄지기도 한다.

희귀한 값을 가진 고양이일수록 높

은 가격이 책정되는 것이다. 게임 밖

에서도 NFT는 폭넓은 활용도를 자

랑한다. NFT가 부여하는 고유성에

주목해 티쏘·루이비통·나이키를 비

롯한 여러 유명 브랜드에서 NFT에

기반을 둔 상품을 제작하고 있다. 나

이키는 2019년 NFT를 활용해 자사

제품의 진위를 가려내는 특허인 ‘크

립토킥스’를 취득하기도 했다.

NFT의 가능성이 가장 주목받고 있

는 분야는 바로 디지털 예술이다. 지

난달 11일 마이크 윙켈만의 디지털

작품 ‘매일:첫 5000일’이 뉴욕 크리스

티 경매에서 살아 있는 작가의 작품

가격 가운데 역대 세 번째로 높은 금

액인 790억 원에 낙찰돼 무명 작가였

던 그는 단숨에 전 세계에서 가장 유

명한 작가 중 한 명이 됐다. 윙켈만의

작품이 초고가에 팔릴 수 있었던 이유

는 NFT를 통해서 부여받은 일련번호

를 통해 복제 및 위·변조를 막아 ‘가

품’과 구별되는 ‘진품’의 가치를 인정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NFT가 디지털 예술에서 맡은 역할

은 ‘잃어버린 것’의 회복이다. 김정희

교수는 예술이 디지털화되면서 잃어

버린 가치를 NFT가 되돌려주기 때문

에 NFT 미술품이 가치를 갖게 된다

고 해석한다. 디지털화된 예술은 아

날로그 시대의 예술과는 다르게 무한

정 복제가 가능하다. 이때 복제가 가

능하다는 특성은 실존하는 예술품이

가졌던 유일무이함을 디지털 예술에

서 앗아갔다. 김 교수는 “우리가 알고

있는 조각상이나 그림 등 예술작품은

완전히 똑같이 복제하는 것이 불가능

해 그 작품만의 고유한 ‘아우라’를 갖

지만, 디지털 데이터는 복제한 버전

이 원본과 전혀 차이가 없다”라며 “때

문에 디지털 기반의 예술작품은 아

우라를 상실해 그 가치를 충분히 평

가받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NFT의 등장으로 상황이 반전됐다.

김 교수는 “NFT는 모조품이 원본과

똑같이 복제될 가능성을 차단해 디지

털 매체나 데이터로 만들어진 예술작

품에 아우라를 돌려준다”라며 “이제

는 디지털 작품들도 모조품의 위협에

서 벗어나 하나의 ‘작품’으로 인정받

을 수 있게 됐다”라고 평했다.

NFT 시장이 커지며 생긴 예술계의

새로운 가능성은 어떤 결과로 이어

질까? 일각에서는 NFT의 참신함을

하나의 기회로 바라본다. NFT를 활

용한 작품을 출품할 계획이라는 A씨

(22세)는 “NFT가 개척한 새로운 미

술 시장은 디지털 기술에 친숙한 신

인 예술가들에게 좋은 기회가 될 것”

이라며 “NFT 시장은 보수화된 미술

계에서 자리를 잡지 못했던 신인 예

술가들에게 새로운 활동의 장을 제공

할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이재현 교

수(언론정보학과)는 “무한 복제가 가

능한 디지털 세계에서 원본을 지정할

수 있다는 것 자체로 의미가 있다”라

며 “NFT는 어디까지가 진품이고 어

디까지가 모조품인지 판별할 기준이

돼 판화에서와 마찬가지로 예술가가

진품의 범위를 정하는 과정에서 도움

을 줄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NFT는 가상화폐 투자 열

풍이 만든 거품에 불과하다는 시각

도 있다. 암호화폐 투자자 배서준 씨

(26세)는 “윙켈만의 작품을 낙찰받

은 사람이 싱가포르 소재 NFT 투자

회사의 고위 간부라는 이야기가 도

는 상황에서, 과연 NFT가 순수한 기

술적 강점만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

는 것인지 의심할 필요가 있다”라고

경계했다. 현재의 지나치게 높은 가

격은 투기 세력에 의해 부풀려진 것

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정희 교수

는 NFT 자체가 작품의 본질적인 가

치를 만드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김 교수는 “얼마 전 초고가에 거래

된 ‘매일:첫 5000일’의 가격은 5,000

일 동안 꾸준히 자신의 일상을 사

진으로 기록해 작품으로 만들었다

는 예술성이 가치를 인정받은 사례

일 뿐 NFT가 적용돼 예술성이 높아

졌다고 보기는 어렵다”라며 “NFT의

대체 불가능성은 해킹으로 언제든

훼손될 수 있는 만큼 작품이 그만한

값어치를 하는지는 다시 고민해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동안 블록체인 기술은 항상 실체

도, 사용될 곳도 없다는 비판에 시달

려왔다. NFT는 블록체인이 현실에서

유용하게 쓰일 가능성을 보여줌으로

써 그간의 비판에 답하는 듯하다. 하

지만 NFT는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보

여주는 만큼이나 끝없는 논란의 여지

또한 안고 있다. 자신의 재능을 드러

내기 힘들었던 예술가들이 활동할 새

시장을 개척하며 디지털 시대의 예술

품이 잃어버렸던 아우라를 회복시킨

다는 장점이 있는 한편, 투기를 조장

할 우려가 있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

다. 아직 도입 초기 단계에 있는 NFT

가 논란을 딛고 이를 필요로 하는 영

역에서 제 역할을 다할 수 있을지 귀

추가 주목된다.

*구글 트렌드 지수: 구글의 검색 키

워드 추세를 1~100의 수치로 지수

화, 도표화해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빅데이터 기반의 서비스.

최지원 사회문화부 차장

[email protected]

Non-Fungible Token,

대체 불가능한 토큰이란?

NFT, 예술의 새로운

가능성이 될 수 있을까?

예술과 NFT의 결합:

잃어버린 고유성의 회복

Recommend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