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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가 먹고 살 길 - pdf.jejuilbo.netpdf.jejuilbo.net/2016/02/05/20160205-19.pdf오피니언...

Date post: 24-Aug-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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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2016년 2월 5일 금요일 제21354호 오피니언 제주지방경찰청이 지난 3일 광역수사대 현판식을 갖 고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제주지방경찰청 광역수 사대는 앞으로 조직폭력배와 광역성 범죄수사를 전담 하게 된다. 대장을 포함해 모두 14명의 인원으로 강력· 조직·민생 범죄 등 3개 팀 체제로 운영된다. 광역수사대는 2개 이상 경찰서 관할에서 발생한 범죄 와 사회적 관심도가 큰 사건을 직접 수사하게 된다. 특 히 광역수사대는 제주지방경찰청장이 필요하다고 인정 하는 관련 분야의 수사도 담당하게 된다. 제주지방경찰 청은 그동안 전국에서 유일하게 광역수사대를 설치하 지 못한 채 지방청 강력계 일부 외근형사 인력으로 그 임무를 대체해 왔다. 이에 따라 일사불란하고 효율적인 수사시스템 구축 필요성이 줄곧 제기돼 왔다. 제주지방경찰청은 광역수사대가 본격적으로 운영될 경우 우선 일선 경찰서에서 중요 강력사건이 발생할 때 신속한 인력 지원과 집중 수사가 가능해 져 일선 경찰서 의 수사업무 부담이 줄어들게 되는 등 큰 변화가 올 것 으로 내다봤다. 이와 함께 조직 범죄팀이 공식 직제에 편입됨에 따라 조직폭력배 관련 첩보 수집과 단속 등에 서 효율적 대응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제주는 연간 1300만명이 넘는 국내·외 관광객이 찾 는 명실상부한 국제관광지다. 제주도 인구수가 64만명 인 점을 고려할 때 이보다 20배 넘는 사람들이 국내와 해외에서 들어오는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제주라 는 섬 전체가 거대한 ‘움직이는 도시’ 형태로 돌아가고 있다. 따라서 자연적으로 이질적 구성원들이 대거 한 곳 에 모여 자연스럽게 구성원들 간 이해 충돌이 발생하고 이 과정에서 크고 작은 범죄가 잇따르고 있다. 또 이 같 은 틈새를 파고들어 새로운 범죄가 발생할 개연성 또한 어느 지역보다 높다. 사회 구성원들의 안녕을 위한 치안 확보는 경찰의 기 본 업무다. 그래서 경찰은 경찰 자신은 물론 민간과 협력 관계를 통해 다양한 형태의 범죄예방 활동을 벌이고 있 다. 그러나 이 같은 예방 활동이 범죄 발생 자체를 막을 수는 없다. 그렇다면 발생한 범죄를 조기에 제압해야 하 는 것 또한 경찰이 비켜갈 수 없는 기본 업무다. 이번 제주지방경찰청에 광역수사대가 생긴 것은 분 명 제주지역 치안 질서를 한 단계 끌어올리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광역수사대 신설 후 의욕이 앞선 ‘실적 내기 수사’가 아니라 진정으로 제주도민들이 척결을 원하는 범죄가 무엇인지 꼼꼼하게 파악한 뒤 이 에 따른 실질적인 효과를 거둬야 한다. 아울러 갈수록 흉포화·지능화 하는 각종 첨단 범죄들에도 신속하게 대 응, 도민들의 불안 심리를 해소해 나가야 한다. 제주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출범에 따른 거창한 구 호와 다짐도 중요하지만, 제주도민들의 바람은 내실 있 는 운영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제주지방경찰청 광 역수사대의 행보에 기대가 크다. 앞으로 제주가 살아갈 길은 무엇인가. 그리고 제주가 안고 있는 현안은 무엇인가. 2016년 새해를 맞아 제주의 여러 고민들을 풀어보는 시간과 자리들이 모처럼 한 자 리에 마련돼 관심을 모았다. 지난 3일 메종글래드 제주에서는 제주상공회의소 주 최로 ‘제주경제 제 2도약을 위한 도민 대토론회’가 열렸 다. 토론회에는 많은 국내 석학과 전문가들이 토론자로 참석, 제주의 현안을 주제별로 풀어가면서 대안을 제시 해 공감을 얻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제주지역의 최대 강점(强點)인 돌 담, 해녀, 중산간, 오름, 신화(神話) 등의 문화원형들을 활용한 관광산업과 IT기술을 결합한 제주형 창조경제 를 발전전략으로 삼아야 한다는 등 다양한 의견들이 제 시됐다. 그런가하면 자유무역협정(FTA)으로 고전이 예 상되는 제주농업의 신(新)성장동력으로서 새로운 밭농 업의 창출 등이 제안됐다. 우리가 이번 토론회를 주목하는 것은 외부에서 바라 보는 제주에 대한 시각이다. 현재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는 신흥국의 경제 위기와 중국경제의 위축, 우리나 라의 지정학적 위협 등으로 큰 어려움을 맞고 있다. 특히 중국에 교역의 4분의 1을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 라의 입장에서 중국 경제성장률의 하락은 쇼크처럼 다 가오고 있다. 그런가하면 지난해에 체결된 한중FTA는 제주를 지탱해주고 있는 1차산업과 제조업 등 여러 분 야에서 상당한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들이 대두되 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러나 토론회에서는 제주만이 갖고 있는 강점들을 잘 활용한다면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성장 가능성도 충분하다는 밝은 전망들이 나왔다. 하근철 한국은행 제주본부장은 ‘국내·외 경제 여건 점검 및 제주경제 전망’이라는 기조발표에서 올해 제주 경제성장률을 당초 5.1%에서 4.9%로 하향조정했으나 국내 경제성장률 3.0%에 비하면 여전히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관광과 건설업의 호조, 혁 신도시 내 공공기관 이전 등의 호재가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표재순 문화융성위원장은 제주의 돌담 등 다양한 제 주의 문화원형과 가치들이 콘텐츠로 전이되고 축적될 경우 제주의 문화산업은 다른 어떤 산업보다 경제적 가 치가 매우 크다고 내다봤다. 다른 이들은 신재생에너지 와 전기차 보급, 관광지를 아우르는 스마트관광개발, 한 류문화와 IT기술이 결합된 테마파크 구축, 막히지 않고 흐르는 교통체계 개선 등을 제안했다. 참가자들은 한결같이 제주의 청정환경과 보존을 주 문했다. 제주가 앞으로 살아갈 길은 거대한 시설물을 세 우는 것보다 자연과 환경 그리고 전통문화 보존에 있음 을 역설했다. 또한 제주향토자본의 확보도 중요한 과제 임을 덧붙여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사설 제주청 ‘광역수사대’에 거는 기대 제주현안을 함께 풀어낸 도민토론회 ‘떠나요 둘이서 모든 것 훌훌 버리고 제 주도 푸른 밤 그 별 아래/ 이제는 더 이상 얽매이긴 우리 싫어요/ 신문에 티비에 월 급봉투에/ 아파트 담벼락보다는 바달 볼 수 있는 창문이 좋아요/ 낑깡밭 일구고 감 귤도 우리 둘이 가꿔봐요/ 정말로 그대가 외롭다고 느껴진다면 떠나요/ 제주도 푸른 밤하늘 아래로.’ 대한민국 국민이 제주를 떠올릴 때 흥얼 거리는 들국화 최성원의 ‘제주도의 푸른 밤’ 노래 일부다. 혜은이의 ‘감수광’을 비롯 해 제주를 노래한 가요가 한 둘이 아니다. 이들 가요의 주제는 약속이나 한 듯 제주의 청정한 자연환경과 제주사람들의 인정을 담고 있다. 제주의 정체성을 담으려 했다. 시대가 흘러도 이 같은 공감대는 변함없 이 이어지고 있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국 내·외 관광객들은 제주의 자연, 특히 제주 만의 깨끗한 아열대 자연환경과 화산지형 이 만들어낸 아름다운 풍경을 찾아 제주로 왔다. 한라산과 용두암, 성산일출봉과 서귀 포 천지연폭포 등이 바로 그것이다. 제주를 찾은 이들은 제주 자연을 배경 삼아 포즈잡기에 여념이 없었고, 여행을 마 친 뒤 사진으로 나타난 그 모습이 그들의 가슴 속에 ‘제주의 모습’으로 오랜 시간이 흘러도 자리 잡고 있다. 해외여행이 지금처 럼 보편화하지 않았던 시절 대한민국 국민 에게 제주는 ‘파라다이스’ 그 자체였다. 그 만큼 제주는 대한민국 국민에게 매력적이 고 신비한 섬이었다. 그 중심에 ‘제주다움’ 이 있었다. 1990년대부터 제주에 본격적인 대규모 개발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정부는 1991년 12월 제주도민의 복지 향상과 관광 여건 조 성에 이바지하기 위한다는 명분을 내걸어 ‘제주도개발특별법’을 제정했다. 이 법을 토 대로 제주도종합개발계획이 시행됐다. 제 주 중산간 및 해안변을 중심으로 대대적인 관광 개발사업이 본격화됐다. 이 같은 개발 사업은 지방자치가 시행된 뒤 더욱 탄력을 받게 된다. 지방자치 시행으로 선거 때 내 세울 실적에 급급한 자치단체장과 국내자 본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외자 유치 가 유일한 해결통로라고 인식한 중앙정부 의 입장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졌다. ‘개발 우선’이 중앙과 지방정부 정책의 근간을 이뤘다. 개발로 인해 잠식되거나 피 해를 당하게 되는 환경이라는 요인은 고려 대상에서 제외됐다. 자연환경은 개발의 걸 림돌로, 제거 대상이 됐다. 제주 중산간지역에선 이 틈을 타 외지인 들의 부동산 투기가 기승을 부렸다. 한라 산국립공원 턱밑까지 대규모 골프장이 들 어선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개발과 보전 은 동전의 양면처럼 불가분의 관계를 이어 가야 하지만, 정부는 개발의 뒷면을 보지 못했다. 솔직히 보기 싫어했다. 정책의 중심 에 도민과 토착자본이 아닌 대기업과 대자 본이 자리 잡았다. ‘왕송수산(枉松守山)’이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액면 그대로 굽은 나무가 산소를 지 킨다는 말이다. 요즘에는 눈여겨보지 않는 것이 훌륭한 일을 한다는 의미로 회자하고 있다. 제주 전역에 개발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 다. 닥치는 대로 삽질이 이뤄지고 있다. 곳 곳이 헐벗겨지고 시멘트가 그곳을 덮고 있 다. 제주의 고유함이 사라지고 있다. 이에 따라 사람들의 인심도 각박해지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제주를 지탱해 온 ‘제주다움’은 잔뜩 돈독이 오른 일반의 눈에서 사라진 지 오래다. 그 위를 개발이 라는 ‘허명이’가 치장하고 있다. ‘제주다움’ 이 사라진다면 제주의 지속가능한 발전은 기대할 수 없다. 이는 곧 제주가 먹고살아 갈 게 없어진 다는 것이다. 청정 자연. 이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 는 제주의 보물이고, 제주의 경쟁력이다. 우 후죽순처럼 치솟고 있는 빌딩 숲이 아니라 오래된 굽은 나무처럼 늘 한편에서 빛을 내 지 않으면서도 묵묵히 제주를 지키고 있는 ‘청정자연’. 과거와 현재 이어 미래에도 제 주가 먹고살아 갈 제주의 곳간을 채워야 할 자산이다. 어제(4일)가 입춘(立春)이었다. 곧 제주 의 들녘에 봄꽃들의 향연이 펼쳐진다. 이 향연은 봄바람을 타고 북으로, 북으로 올 라 대한민국 전체에 제주 내음을 퍼뜨리는 동시에 대한민국의 두꺼운 겨울옷을 걷어 낸다. 그나마 남아 있는 제주 청정자연이 있음에 가능한 대한민국의 신나는 봄이 제 주에서 움트고 있다. 제주가 먹고 살 길 정흥남 칼럼 논설실장 제주만평 김경호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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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2016년 2월 5일 금요일 제21354호오피니언

    제주지방경찰청이 지난 3일 광역수사대 현판식을 갖

    고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제주지방경찰청 광역수

    사대는 앞으로 조직폭력배와 광역성 범죄수사를 전담

    하게 된다. 대장을 포함해 모두 14명의 인원으로 강력·

    조직·민생 범죄 등 3개 팀 체제로 운영된다.

    광역수사대는 2개 이상 경찰서 관할에서 발생한 범죄

    와 사회적 관심도가 큰 사건을 직접 수사하게 된다. 특

    히 광역수사대는 제주지방경찰청장이 필요하다고 인정

    하는 관련 분야의 수사도 담당하게 된다. 제주지방경찰

    청은 그동안 전국에서 유일하게 광역수사대를 설치하

    지 못한 채 지방청 강력계 일부 외근형사 인력으로 그

    임무를 대체해 왔다. 이에 따라 일사불란하고 효율적인

    수사시스템 구축 필요성이 줄곧 제기돼 왔다.

    제주지방경찰청은 광역수사대가 본격적으로 운영될

    경우 우선 일선 경찰서에서 중요 강력사건이 발생할 때

    신속한 인력 지원과 집중 수사가 가능해 져 일선 경찰서

    의 수사업무 부담이 줄어들게 되는 등 큰 변화가 올 것

    으로 내다봤다. 이와 함께 조직 범죄팀이 공식 직제에

    편입됨에 따라 조직폭력배 관련 첩보 수집과 단속 등에

    서 효율적 대응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제주는 연간 1300만명이 넘는 국내·외 관광객이 찾

    는 명실상부한 국제관광지다. 제주도 인구수가 64만명

    인 점을 고려할 때 이보다 20배 넘는 사람들이 국내와

    해외에서 들어오는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제주라

    는 섬 전체가 거대한 ‘움직이는 도시’ 형태로 돌아가고

    있다. 따라서 자연적으로 이질적 구성원들이 대거 한 곳

    에 모여 자연스럽게 구성원들 간 이해 충돌이 발생하고

    이 과정에서 크고 작은 범죄가 잇따르고 있다. 또 이 같

    은 틈새를 파고들어 새로운 범죄가 발생할 개연성 또한

    어느 지역보다 높다.

    사회 구성원들의 안녕을 위한 치안 확보는 경찰의 기

    본 업무다. 그래서 경찰은 경찰 자신은 물론 민간과 협력

    관계를 통해 다양한 형태의 범죄예방 활동을 벌이고 있

    다. 그러나 이 같은 예방 활동이 범죄 발생 자체를 막을

    수는 없다. 그렇다면 발생한 범죄를 조기에 제압해야 하

    는 것 또한 경찰이 비켜갈 수 없는 기본 업무다.

    이번 제주지방경찰청에 광역수사대가 생긴 것은 분

    명 제주지역 치안 질서를 한 단계 끌어올리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광역수사대 신설 후 의욕이

    앞선 ‘실적 내기 수사’가 아니라 진정으로 제주도민들이

    척결을 원하는 범죄가 무엇인지 꼼꼼하게 파악한 뒤 이

    에 따른 실질적인 효과를 거둬야 한다. 아울러 갈수록

    흉포화·지능화 하는 각종 첨단 범죄들에도 신속하게 대

    응, 도민들의 불안 심리를 해소해 나가야 한다.

    제주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출범에 따른 거창한 구

    호와 다짐도 중요하지만, 제주도민들의 바람은 내실 있

    는 운영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제주지방경찰청 광

    역수사대의 행보에 기대가 크다.

    앞으로 제주가 살아갈 길은 무엇인가. 그리고 제주가

    안고 있는 현안은 무엇인가. 2016년 새해를 맞아 제주의

    여러 고민들을 풀어보는 시간과 자리들이 모처럼 한 자

    리에 마련돼 관심을 모았다.

    지난 3일 메종글래드 제주에서는 제주상공회의소 주

    최로 ‘제주경제 제 2도약을 위한 도민 대토론회’가 열렸

    다. 토론회에는 많은 국내 석학과 전문가들이 토론자로

    참석, 제주의 현안을 주제별로 풀어가면서 대안을 제시

    해 공감을 얻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제주지역의 최대 강점(强點)인 돌

    담, 해녀, 중산간, 오름, 신화(神話) 등의 문화원형들을

    활용한 관광산업과 IT기술을 결합한 제주형 창조경제

    를 발전전략으로 삼아야 한다는 등 다양한 의견들이 제

    시됐다. 그런가하면 자유무역협정(FTA)으로 고전이 예

    상되는 제주농업의 신(新)성장동력으로서 새로운 밭농

    업의 창출 등이 제안됐다.

    우리가 이번 토론회를 주목하는 것은 외부에서 바라

    보는 제주에 대한 시각이다. 현재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는 신흥국의 경제 위기와 중국경제의 위축, 우리나

    라의 지정학적 위협 등으로 큰 어려움을 맞고 있다.

    특히 중국에 교역의 4분의 1을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

    라의 입장에서 중국 경제성장률의 하락은 쇼크처럼 다

    가오고 있다. 그런가하면 지난해에 체결된 한중FTA는

    제주를 지탱해주고 있는 1차산업과 제조업 등 여러 분

    야에서 상당한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들이 대두되

    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러나 토론회에서는 제주만이 갖고 있는 강점들을

    잘 활용한다면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성장

    가능성도 충분하다는 밝은 전망들이 나왔다.

    하근철 한국은행 제주본부장은 ‘국내·외 경제 여건

    점검 및 제주경제 전망’이라는 기조발표에서 올해 제주

    경제성장률을 당초 5.1%에서 4.9%로 하향조정했으나

    국내 경제성장률 3.0%에 비하면 여전히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관광과 건설업의 호조, 혁

    신도시 내 공공기관 이전 등의 호재가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표재순 문화융성위원장은 제주의 돌담 등 다양한 제

    주의 문화원형과 가치들이 콘텐츠로 전이되고 축적될

    경우 제주의 문화산업은 다른 어떤 산업보다 경제적 가

    치가 매우 크다고 내다봤다. 다른 이들은 신재생에너지

    와 전기차 보급, 관광지를 아우르는 스마트관광개발, 한

    류문화와 IT기술이 결합된 테마파크 구축, 막히지 않고

    흐르는 교통체계 개선 등을 제안했다.

    참가자들은 한결같이 제주의 청정환경과 보존을 주

    문했다. 제주가 앞으로 살아갈 길은 거대한 시설물을 세

    우는 것보다 자연과 환경 그리고 전통문화 보존에 있음

    을 역설했다. 또한 제주향토자본의 확보도 중요한 과제

    임을 덧붙여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사설

    제주청 ‘광역수사대’에 거는 기대

    제주현안을 함께 풀어낸 도민토론회

    ‘떠나요 둘이서 모든 것 훌훌 버리고 제

    주도 푸른 밤 그 별 아래/ 이제는 더 이상

    얽매이긴 우리 싫어요/ 신문에 티비에 월

    급봉투에/ 아파트 담벼락보다는 바달 볼

    수 있는 창문이 좋아요/ 낑깡밭 일구고 감

    귤도 우리 둘이 가꿔봐요/ 정말로 그대가

    외롭다고 느껴진다면 떠나요/ 제주도 푸른

    밤하늘 아래로.’

    대한민국 국민이 제주를 떠올릴 때 흥얼

    거리는 들국화 최성원의 ‘제주도의 푸른

    밤’ 노래 일부다. 혜은이의 ‘감수광’을 비롯

    해 제주를 노래한 가요가 한 둘이 아니다.

    이들 가요의 주제는 약속이나 한 듯 제주의

    청정한 자연환경과 제주사람들의 인정을

    담고 있다. 제주의 정체성을 담으려 했다.

    시대가 흘러도 이 같은 공감대는 변함없

    이 이어지고 있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국

    내·외 관광객들은 제주의 자연, 특히 제주

    만의 깨끗한 아열대 자연환경과 화산지형

    이 만들어낸 아름다운 풍경을 찾아 제주로

    왔다. 한라산과 용두암, 성산일출봉과 서귀

    포 천지연폭포 등이 바로 그것이다.

    제주를 찾은 이들은 제주 자연을 배경

    삼아 포즈잡기에 여념이 없었고, 여행을 마

    친 뒤 사진으로 나타난 그 모습이 그들의

    가슴 속에 ‘제주의 모습’으로 오랜 시간이

    흘러도 자리 잡고 있다. 해외여행이 지금처

    럼 보편화하지 않았던 시절 대한민국 국민

    에게 제주는 ‘파라다이스’ 그 자체였다. 그

    만큼 제주는 대한민국 국민에게 매력적이

    고 신비한 섬이었다. 그 중심에 ‘제주다움’

    이 있었다.

    1990년대부터 제주에 본격적인 대규모

    개발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정부는 1991년

    12월 제주도민의 복지 향상과 관광 여건 조

    성에 이바지하기 위한다는 명분을 내걸어

    ‘제주도개발특별법’을 제정했다. 이 법을 토

    대로 제주도종합개발계획이 시행됐다. 제

    주 중산간 및 해안변을 중심으로 대대적인

    관광 개발사업이 본격화됐다. 이 같은 개발

    사업은 지방자치가 시행된 뒤 더욱 탄력을

    받게 된다. 지방자치 시행으로 선거 때 내

    세울 실적에 급급한 자치단체장과 국내자

    본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외자 유치

    가 유일한 해결통로라고 인식한 중앙정부

    의 입장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졌다.

    ‘개발 우선’이 중앙과 지방정부 정책의

    근간을 이뤘다. 개발로 인해 잠식되거나 피

    해를 당하게 되는 환경이라는 요인은 고려

    대상에서 제외됐다. 자연환경은 개발의 걸

    림돌로, 제거 대상이 됐다.

    제주 중산간지역에선 이 틈을 타 외지인

    들의 부동산 투기가 기승을 부렸다. 한라

    산국립공원 턱밑까지 대규모 골프장이 들

    어선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개발과 보전

    은 동전의 양면처럼 불가분의 관계를 이어

    가야 하지만, 정부는 개발의 뒷면을 보지

    못했다. 솔직히 보기 싫어했다. 정책의 중심

    에 도민과 토착자본이 아닌 대기업과 대자

    본이 자리 잡았다.

    ‘왕송수산(枉松守山)’이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액면 그대로 굽은 나무가 산소를 지

    킨다는 말이다. 요즘에는 눈여겨보지 않는

    것이 훌륭한 일을 한다는 의미로 회자하고

    있다.

    제주 전역에 개발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

    다. 닥치는 대로 삽질이 이뤄지고 있다. 곳

    곳이 헐벗겨지고 시멘트가 그곳을 덮고 있

    다. 제주의 고유함이 사라지고 있다.

    이에 따라 사람들의 인심도 각박해지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제주를 지탱해

    온 ‘제주다움’은 잔뜩 돈독이 오른 일반의

    눈에서 사라진 지 오래다. 그 위를 개발이

    라는 ‘허명이’가 치장하고 있다. ‘제주다움’

    이 사라진다면 제주의 지속가능한 발전은

    기대할 수 없다. 이는 곧 제주가 먹고살아

    갈 게 없어진 다는 것이다.

    청정 자연. 이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

    는 제주의 보물이고, 제주의 경쟁력이다. 우

    후죽순처럼 치솟고 있는 빌딩 숲이 아니라

    오래된 굽은 나무처럼 늘 한편에서 빛을 내

    지 않으면서도 묵묵히 제주를 지키고 있는

    ‘청정자연’. 과거와 현재 이어 미래에도 제

    주가 먹고살아 갈 제주의 곳간을 채워야 할

    자산이다.

    어제(4일)가 입춘(立春)이었다. 곧 제주

    의 들녘에 봄꽃들의 향연이 펼쳐진다. 이

    향연은 봄바람을 타고 북으로, 북으로 올

    라 대한민국 전체에 제주 내음을 퍼뜨리는

    동시에 대한민국의 두꺼운 겨울옷을 걷어

    낸다. 그나마 남아 있는 제주 청정자연이

    있음에 가능한 대한민국의 신나는 봄이 제

    주에서 움트고 있다.

    제주가 먹고 살 길

    정흥남 칼럼

    논설실장

    제주만평

    김경호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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