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포커스
LG Business Insight 2012 4 25 19
이종근 책임연구원 [email protected]
최근 애플은 스티브 잡스와는 본격적으로 다른 행보를 보이기 시작했다. 대표적으로 뉴아이패드의
디자인, 대규모 배당 계획 및 특허 전략에 있어서 기존 경영방식과는 상충된 노선을 택했다.
스티브 잡스의 일화와 다른 기업의 사례를 통해 애플의 변화가 주는 의미에 대해 살펴 본다.
‘잡스’ 없는 애플의 달라진 기류
스티브 잡스(Steve Jobs)가 사망한 지 어
느덧 반 년이 흘렀다. 잡스가 없는 애플에 대
해 당초 많은 전문가들이 우려를 표하기도 했
지만, 아직까지 새로운 CEO인 팀 쿡(Tim
Cook)은 무난하게 포스트 잡스(Post-Jobs)
체제를 이끌어 가고 있다. 잡스 사후 애플의
주가는 50% 이상 상승하였고, 매출 및 현금
보유고도 꾸준하게 상승을 이어나가고 있다.
CEO는 바뀌었지만, 아직까지 애플 제품 및 브
랜드 가치는 건재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최근 애플의 행보를 보면 향후
잡스 시절과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 가능성
이 높아 보인다. 그 이유는 ▲뉴아이패드(The
new iPad)의 디자인, ▲대규모 배당 계획 발
표, ▲특허 전략의 변화 조짐 등에서 찾아볼
수 있다. 잡스는 애플 제품 디자인에 대해 지
나칠 정도로 집착했었고, 배당 및 특허권 침해
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었기 때문에 애
플의 최근 움직임은 주목할 만한 변화로 여겨
진다. 생전 잡스가 애플에 미쳤던 절대적인 영
향력을 감안해 볼 때, 잡스와는 다른 노선을
시작하려는 애플의 ‘변화’가 오히려 ‘도전’으로
비춰질 만큼 파격적이다.
애플에게 이러한 ‘도전’은 이제 시작일 뿐
이다. 애플이 혁신의 아이콘으로 지속할 수 있
을지, 아니면 과거 잡스가 없던 시절의 애플처
럼 다시 평범한 기업으로 전락할지 애플의 향
후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애플 전략의 변화 움직임
잡스가 사망한 후, 애플은 제품, 재무, 특허 및
마케팅 분야를 중심으로 변화의 조짐을 보여
왔다. 특히, 최근 한 두 달 동안 애플은 잡스
의 기존 경영전략과는 매우 상충되는 움직임
을 본격적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 애플 신제품, 디자인보다 성능 개선에 초점
지난 3월 중순, 애플은 아이패드2의 후속 신
제품인 뉴아이패드를 출시했다. 기존 제품(아
이패드2) 대비 해상도, 그래픽 성능, 음성인식,
카메라 성능 등 주요 스펙이 향상되었으며,
4G(LTE1) 기능도 탑재되었다. 출시 3일 만에
판매량이 300만대를 돌파하면서 초기 흥행몰
이에 성공했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 보면 더 두꺼워지고
무거워지는 등 디자인에 있어서는 오히려 아이
패드2 대비 역행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잡스가 디자인에 있어서 한 치의 양보도 없었
던 것과는 배치되는 모습이다. 잡스 생전에 디
자인과 관련된 유명한 일화가 있다. 한 엔지니
어가 찾아와 잡스가 원하는 수준까지 제품의
1 롱텀에볼루션(Long Term Evolu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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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은 뉴아이패드를 통해 종전 잡스 시대의
제품 전략과는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두께를 줄일 수 없다고 하자, 잡스는 그 자리
에서 해당 제품을 수족관에 던져 버렸다. 수
족관에 빠진 제품에서 기포가 몇 개 뿜어져
나왔고 잡스는 빈 공간이 있다는 증거라며 두
께를 더 줄이라고 호통쳤다. 결국 더 얇고 디
자인이 우수한 애플 제품이 나왔다. 또, 애플
경영진(Top Management) 구성에 있어서 잡
스는 디자인 부서에 가장 큰 힘을 실어준 것으
로도 유명하다. 잡스는 디자인 최고책임자인
조나단 아이브에게 타 부서장을 능가하는 막
강한 권한을 부여하여 핵심 엔지니어들이 기
술적인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난이도 높은 디
자인을 구현할 수밖에 없도록 조직을 운영하
였다.2
한편, 최근 로이터(Reuters) 뉴스에 의하
면, 애플이 향후 출시하게 될 아이폰5에 4.6인
치 디스플레이를 탑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
왔다. 잡스는 4인치 이상
화면의 경우 한 손으로
화면을 조작하기 힘들다
면서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혔었다. 그러나, 주요
경쟁사들이 4~5인치 대
의 대화면 디스플레이 휴
대폰을 출시했고 시장 수
요가 이에 긍정적으로 반
응하면서 애플 입장에서
도 3.5인치 화면만을 고
집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
2 출처: p723~724, 스티브 잡스 공식 전기(월터 아이작슨 著)
이 되어버렸다. 갤럭시 노트, 옵티머스 뷰 등
하이브리드 형태의 제품3까지 큰 호응을 얻고
있는 상황에서 아이폰 디스플레이 사이즈에
대한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잡스가 주도했던 애플은 ▲완성도 높은
제품 성능, ▲군더더기 없는 고유 디자인, ▲콘
텐츠 플랫폼 및 차별화된 수익모델을 통해 혁
신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했다. 또 다른 혁신
을 위해 모험을 거는 것이 맞을 지, 아니면 이
미 확보한 역량을 최대한 레버리지 하면서 경
쟁에 대응해 나가는 것이 현명할 지 아직 단정
지을 수는 없다. 일단 팀 쿡이 뉴아이패드를
통해 보여준 모습은 후자에 가까운 모습이고,
생전 잡스의 모습과는 확실히 달라진 행보임에
는 틀림없어 보인다.
● 대규모 배당 계획 발표
애플은 재무관리 측면에서도 잡스 때와는 다
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3월 말, 애플
은 17년 만에 대규모 배당 및 자사주 매입 계
획을 공식적으로 발표하였다. 애플은 주당
2.65달러의 주식 배당을 실시하고 오는 9월부
터 향후 3년 간 100억 달러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할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이를 위해 애플
이 3년 간 투입하는 자금은 450억 달러 규모
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애플은 현금성
자산 규모가 지속적으로 급증하였으며, 현재
1,000억 달러를 상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투자자들로부터 지속적으로 배당 압력을 받아
3 Phone+Tablet 형태의 하이브리드 제품
<그림 1> 애플의 주가
자료 : NASDAQ
350
400
450
500
550
600
650
2011.10 12 2 311 2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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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의 대규모 배당 계획 발표는 잡스의 색깔을 벗고
새로운 애플의 모습을 지향해 가는 전략의
출발점으로 비춰진다.
왔었다.
애플이 보유한 현금 규모는 주요 IT업체
몇 곳을 인수하고도 남을 정도이며, 파이낸셜
타임즈(Financial Times)에 의하면 향후 2년
간 그리스의 빚을 대신 갚아줄 수 있을 정도
라고 한다. 일반적인 기업에서 이 정도 규모의
현금을 보유했다면 배당을 하는 것이 특이한
일은 아니다. 그런데, 유독 애플의 배당 계획
이 주목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잡스는 1996년 애플에 복귀한 이후 무배
당 원칙을 고수해 왔다. 배당에 부정적인 입장
을 보인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였다. ▲1990년대
애플은 현금 부족으로 인해 유동성 위기를 겪
었으며, ▲완성도 높은 기술 확보를 위해 대규
모 R&D 자원 확보는 필수적이라는 점이 그의
경영철학이었기 때문에 배당을 반대했던 것이
다. 한 기업이 배당을 추진한다는 것에는 여러
가지 함의가 있을 수 있지만, 잡스 입장에서는
경쟁사가 따라올 수 없을 정도의 신제품 개발
과 혁신에 지속적으로 도전하기 위해서는 대규
모 현금이 손에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던
것으로 판단된다.
잡스가 살아 있었더라면 끝까지 무배당
원칙을 고수했을까? 엔드 투 엔드(End-to-
End) 통합 방식4을 그토록 좋아했던 잡스가
통신사업까지 직접 하고 싶어했다는 점을 감
안해 본다면 배당에 대해 계속 부정적 입장을
취했을 지도 모른다. 그래서 애플의 대규모 배
당 계획 발표는 잡스의 색깔을 벗고 새로운 애
플의 모습을 지향해 가는 전략의 출발점으로
느껴진다.
● 특허전략의 변화 조짐
애플의 특허 전략에도 변화의 징조가 보이기
4 밸류체인(Value Chain) 전/후방 영역에 대해 타사 의존도를 최소화하는
방식
<그림 2> 최근 애플 동향 및 잡스 전략 부합도
� 디자인 보다 성능 개선에 초점 � 해상도, 그래픽, 카메라 성능 향상 � LTE, 음성 인식 기능 탑재 � 디자인은 역행(두께, 무게 증가)
� 디자인에 대해 한치의 양보도 없었음. � 디자인 최고 책임자에게 개발 및 사업 부장을 능가하는 막강한 권한 부여
� 17년 만에 배당 및 자사주 매입 � 주당 2.65달러의 주식 배당 실시 � 향후 3년 간 100억 달러 규모의 자사주 매입
� 1996년 애플 복귀 후 무배당 원칙 고수 � 현금 부족으로 인한 유동성 위기에 대비 � 지속적 혁신을 위한 현금 확보
� 크로스라이센싱 합의 타진 중 � 전 세계 9개국 특허소송건에 대한 합의 가능성
� 특허 침해에 대해 과도할 정도로 민감하게 반응 � �특허 침해에 대해서는 핵 전쟁도 불사할 수 있다.�(잡스 공식 전기)
뉴아이패드출시
대규모배당 계획
발표
특허 전략의변화 조짐
애플 동향 잡스 전략 부합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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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의 특허 전략에도 변화의 징조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시작했다. 잡스의 공식 전기를 집필한 월터 아
이작슨(Walter Isaacson)에 따르면 특허 침해
에 대해 잡스는 과도할 정도로 공격적인 반응
을 보였다고 한다. “죽는 순간까지 남아 있는
내 인생과 은행에 있는 애플의 자금 400억 달
러를 모조리 바쳐서라도 상황을 바로잡을 생
각이다. 핵전쟁도 불사할 수 있다.”5라고 말할
정도였다는 것이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전 세계 9개국에서
특허 소송 중인 삼성전자와 애플이 최근 합의
를 타진 중이라는 보도가 계속 나오고 있으며,
미국 법원의 요청으로 양 사 CEO는 합의 협
상에 본격적으로 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허 소송에 대해 크로스 라이센싱(Cross
Licensing)6 방법을 취하는 것은 매우 일반적
인 전략이지만, 잡스가 유독 기술 및 특허 소
송에 감정적일 정도로 예민하게 대응했던 것을
감안해 본다면 애플의 최근 움직임은 이례적
5 출처 : p804, 스티브 잡스 공식 전기(월터 아이작슨 著)
6 한 기업이 다른 기업의 기술을 사용하는 대가로 자사 기술의 사용을
허용한다는 개념
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특허 이슈에 대해 팀
쿡은 잡스보다 조금 더 비즈니스 관점에서 냉
정한 대응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그는 소송을 필요악의 관점에서 보지, 무한한
보복의 도구로 간주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
차피 소송 중인 회사와 핵심 부품 협력을 지속
해야 하는 입장에서 합의를 이끌어 내는 것이
궁극적으로 애플에 유리하다는 판단을 한 것
으로 관측된다.
이 외에도 팀 쿡을 중심으로 한 애플의
경영진은 잡스 때와는 다른 모습을 계속 보여
주고있다. 잡스의 공식 전기에서 언급된 아이
TV(가칭)7 출시설에 대해서도 팀 쿡은 비밀주
의를 고수하기보다 주요 언론매체를 통해 “어
느 정도 사실이다”라는 입장을 밝혔으며, 잡스
가 큰 관심을 두지 않았던 자선 활동이나 폭
스콘(Foxxcon)8 노동자의 노동 환경 개선에도
공식적인 지원을 약속하였다.
사례를 통해 본 애플의 고민
누가 뭐래도 애플은 현재 IT업계에서 가장 좋
은 실적을 거두고 혁신을 선도하고 있는 기업
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잡스 사후 애플에게
도 많은 고민이 쌓이고 있을 것이다. 과거에도
애플과 같이 승승장구하다가, 창업자의 은퇴
또는 사망으로 인해 기업이 크게 흔들렸던 사
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월트 디
즈니社, 소니 등의 기업은 카리스마 넘치는 창
7 셋톱박스가 아니라 완제품 형태의 TV
8 대표적인 제조전문기업으로 애플의 주요 제품을 제조하고 있음.
<표> 아이패드2와 뉴아이패드 비교
구분 아이패드2 뉴아이패드
개선포인트
해상도 1024 X 7682048 X 1536
(레티나 디스플레이)
CPU A5 A5X*
카메라(후면) 0.8 메가픽셀 5 메가픽셀
음성인식 없음 있음
퇴보포인트
두께 0.34인치 0.37인치
무게(WiFi) 601그램 635그램
* 그래픽 성능 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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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스는 죽음을 앞두고 애플 경영진에게
월트 디즈니社를 반면교사 사례로 삼아달라고 주문했다.
업자 CEO가 자리에서 물러난 후 급격하게 어
려움을 겪었었다. 실제로 잡스는 사망하기 전
팀 쿡을 비롯한 애플 경영진에게 이 기업들을
반면교사 삼아 애플을 영속하는 기업으로 이
끌어 달라고 당부하였다.
● 월트 디즈니社, 후계 구도 취약 및
시너지 약화
월트 디즈니社는 만화영화 제작가인 월트 디즈
니(이하 ‘월트’)가 1928년 설립한 미국의 대표적
인 엔터테인먼트 회사이며, ‘미키마우스(1928)’,
‘백설공주와 일곱난쟁이(1937)’, ‘피노키오
(1938)’, ‘신데렐라(1950)’, ‘이상한 나라의 앨리
스(1951)’, ‘메리 포핀스(1964)’ 등이 연달아 흥
행에 대성공하면서 세계적인 기업이 되었다.
이러한 번영에는 월트의 형인 로이 디즈니(이하
‘로이’)의 공도 컸다. 월트와 로이는 대조적인
성격의 소유자들이었는데, 월트가 예술가이면
서 자기중심적인 기질을 가진 경영자였다면 로
이는 현실적인 실무가였다. 이러한 정반대 성
격으로 인해 다툼도 있었지만 서로 잘 조율하
면서 월트 디즈니社의 번영을 주도했다. ‘월트
& 로이’의 조합은 ‘잡스 & 팀 쿡’9과도 유사해
보일 정도로 상반된 경영 방식이 오히려 시너
지를 내는 형태였다.
월트는 그가 온 정열이 다 바쳤던 디즈니
월드가 한창 건설 중이던 1966년 폐암으로 세
상을 떠났다. 그리고 수 년 뒤 그의 형 로이 마
9 잡스(자기 중심적이고 직관적인 기질의 경영자), 팀 쿡(현실적이고
조율해 가는 경영자)
저 사망한 후 시간이 좀 흐르자 월트 디즈니社
는 큰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 강력한 리더십을
가졌던 창업자 형제의 사망 후 후계자들은 파
벌을 형성하면서 서로 대립하게 되었으며, 월
트 디즈니社의 사업 간 시너지도 급격하게 약
화되기 시작했다. 창업자가 원했던 월트 디즈
니社의 수익모델은 콘텐츠(영화, TV프로그램,
애니메이션) 제작을 통해 캐릭터와 스토리를
만든 후, 이를 기반으로 테마파크(예: 디즈니랜
드)와 캐릭터 상품(예: 미키마우스 인형) 매출
을 증대시키는 것이었다. 하지만, 테마파크가
안정적으로 거액의 이익을 창출하게 되자 경영
진들이 이에 지나치게 의존하여 콘텐츠 제작
을 소홀히 하게 되었다. 결국 테마파크의 입장
료 감소로 이어져 전체적인 수익모델이 무너지
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었다.
잡스는 유독 월트 디즈니社에 대해 관심
이 많았다. 그도 그럴 것이 애플과 월트 디즈
강력한 카리스마를 가졌던 창업자의 사망 이후 인해 월트 디즈니社,
소니는 급격하게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 (월트 디즈니(左), 이부카 마사루(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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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니는 창업자의 비전에 의해 움직이는 회사였기 때문에
창업자의 비전이 모든 의사결정의 기본과 표준처럼 보였다.
니社는 닮은 점이 많다. 월트가 그의 야심작
디즈니월드의 개장을 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
났듯이 잡스도 아이TV, 아이폰5(가칭) 등 그
의 역작을 끝내 보지 못하고 눈을 감았다. 잡
스는 월트 디즈니社의 개인 최대 주주로서 월
트 사후에 겪었던 회사의 위기에 대해 누구보
다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애플 직원들을 대
상으로 진행되었던 잡스 추도식에서도 나타났
듯이 잡스는 사망을 앞둔 시점에서도 팀 쿡에
게 월트 디즈니社가 겪었던 어려움을 공유하면
서 애플의 번영을 부탁했다고 한다.
● 소니, 시장의 변화를 놓쳐 혁신 아이콘 퇴색
20세기 중후반의 소니는 지금의 애플에 버금
가는 트렌드 메이커(Trend Maker)였다. 소니
로고가 찍힌 대형 TV, 워크맨을 소유한 소비
자들이 자부심을 느낄 정도로 당대 최고의 전
자기업이었다. 그런데, 1990년대 말, 공동 창
업자였던 모리타 아키오, 이부카 마사루가 세
상을 떠나면서 소니의 위기는 서서히 시작되었
다. 카리스마 넘치는 전임 CEO들에 익숙해져
있던 소니의 임직원들은 후임 CEO인 이데이
노부유키 회장(이하 ‘이데이’)의 리더십에 의문
을 품고 반발했으며, 이 후 소니는 많은 시행
착오를 겪을 수 밖에 없었다. 소니는 결국 ‘전
자산업의 디지털 전환’이라는 엄청난 패러다임
변화 속에서 의사결정이 번번이 지연되면서
한국과 미국 기업들에 선도 지위를 내주고 말
았다.
이데이는 미국의 경제주간지 비즈니스 위
크(Business Week)가 선정한 최악의 경영자
라는 불명예를 안기도 하였다. 이데이는 당시
의 어려움을 회고하면서 ‘소니는 창업자의 비전
에 의해 움직이는 회사였기 때문에 창업자의
비전만이 모든 의사결정의 기본과 표준처럼 보
였다’고 하였다.
결국, 월트 디즈니, 소니 두 회사 모두 창
업자가 세상을 떠난 후 회사가 굴곡을 겪었던
공통점이 있다. 그 원인은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시장은 급변하고 있는
데 여전히 ‘전임 CEO였다면 과연 어떤 의사결
정을 내렸을까?’에 집착하였다. 둘째, 이미 달
성한 성공에 도취되어 새로운 도전에 소극적이
었다. 과연 애플은 잡스의 공백을 메우며 이러
한 실패 사례를 잘 극복해 낼 수 있을 지 관심
이 모아지고 있다.
잡스 사망 후 애플의 성적표는 일단은 긍
정적으로 보여진다. 지금까지 아이폰4S, 뉴아
이패드의 판매가 기존 제품들의 실적을 상회하
고 있으며, 주가도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는 등
정량적인 부분에서는 잡스의 빈 자리가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런데, 아직까지는 이러한
호실적이 잡스의 후광 효과 때문이라는 견해가
많다. 앞서 언급했던 사례에서도 나타났듯이
창업자 사망에 따른 기업의 리스크는 단 기간
내에는 잘 드러나지 않고 잠재된 상태로 있다
가 일정 시간이 지난 후 시장변화 트렌드와 맞
물려 한꺼번에 몰려올 가능성이 있다. 뉴아이
패드의 경우에도 전작에 비해 뚜렷한 혁신 포
인트가 없더라도 이미 이뤄놓은 많은 것들,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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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자 사망에 따른 기업의 리스크는
잠재된 상태로 있다가 일정 시간이 지난 후
시장변화 트렌드와 맞물려 한꺼번에 몰려올 수 있다.
를 들어 앱스토어, 아이클라우드, 아이북스 등
에 힘입어 당분간 상승세를 지속할 수 있을 가
능성이 높다. 올해 내로 출시될 가능성이 높은
아이폰5 역시 아이폰4S 대비 성능 개선만으로
도 교체 수요를 감안해 본다면 시장 수요는 어
느 정도 창출해 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포스트 잡스 체제는 기존의 시장
및 경쟁 구도를 와해시킬 새로운 패러다임에
대해 어떤 대응을 할 것인지 고민이 될 것이
다. 예를 들어, HTML5 기반의 웹 앱(Web
App)이 활성화 되어 애플의 네이티브 앱
(Nat ive App) 경쟁력이 약화된다거나,
OLED 패널 인프라를 내재화한 한국 기업들
이 TV 및 모바일 기기에 다양한 형태로 적용
함으로써 새로운 디자인 혁명을 주도한다면
애플은 현재의 기득권으로 버틸 수 있을 지
의문이다.
1990년대 중반 애플은 최악의 재정난에
허덕였다. 그러나, 불과 10년 만에 애플은 당시
막강한 현금을 보유했던 IT기업들을 제치고
현재 최고의 선도 기업으로 거듭났다. 바꾸어
보면 현재 애플의 재무적/인적 자원이 풍부하
다고 하더라도 변화 속도가 빠른 IT산업에서
는 언제든지 낙오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도 한다. 겉으로는 화려하고 평온해 보이는 애
플에게도 많은 고민이 있을 수 밖에 없는 상황
이다.
故 스티브 잡스의 조언
만약 잡스가 살아있었다면 지금 이 시점에서
어떤 조언을 해줄 수 있을까? 이제 더 이상
그의 의견을 들을 수 없으니 그가 생전에 공
개적으로 언급했던 말들을 종합하여 유추해
보자.
(1) “ 잡스라면 어떻게 했을까 고민하지 말고,
옳은 일을 선택하라”10
잡스는 생전에 자기 중심적이고 독선적인 성격
으로 유명했지만, 그는 죽음을 앞두고 팀 쿡에
게 월트 디즈니社의 사례를 언급하면서 애플
의 미래를 걱정했다고 한다. 잡스는 애플 CEO
시절, 자신이 옳다고 확신한 일에 대해서는 주
위의 만류가 있더라도 끝까지 추진하여 실행하
는 성격이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독재를 위
한 독재가 아니라 애플과 같은 혁신 기업이 매
너리즘에 빠지지 않고 커 나가기 위해 악역을
자처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10 출처: 팀 쿡의 잡스 추도사(블룸버그 재인용)
잡스는 죽음을 앞두고 팀 쿡에게 ‘잡스라면 어떻게 했을까 고민하지 말고 옳은 일을 선택하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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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둘 타협하기 시작하면
애플의 핵심 가치까지도 결국 훼손될 수 있다.
유독 변화 속도가 빠른 IT업계에서 몇 년
전 생각에 매몰되어 변화에 소극적이 된다면
그 회사는 성장은 고사하고 생존하기 조차 힘
들다. 그래서, 항상 남과는 다른 생각을 가지
고 새로운 모험을 계속 해야 한다. 잡스가 생
전에 가장 좋아했던 광고 카피는 ‘Think
Different’이다. 이 카피에 내재된 의미 중에
‘Think Different, even Steve Jobs’라는 말
도 포함되어 있지 않을까? 새로운 사업 환경
속에서 애플의 영속성을 위해서라면 다르게
생각해야 하고, 심지어 잡스가 가졌던 생각도
과감하게 깰 수 있어야 할 지 모른다.
(2) “ 가장 집중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나머지는 모두 제거해라”11
잡스는 평범함을 벗어나기 위해서 ‘선택과 집
중’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가장 중요하다
고 판단되는 몇 가지를 달성하기 위해서 나머
11 출처: p861, 스티브 잡스 공식 전기(월터 아이작슨 著)
지는 과감하게 희생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잡스가 절대적으로 강조했던 것 중 하나는 ‘디
자인’이며, 애플의 제품을 보면 그의 확고한 철
학도 읽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아이폰은 디자
인을 위해 배터리 분리가 불가능하도록 설계되
었고, 화면이 더 쉽게 깨질 수 있으며, 안테나
이슈12가 발생하는 등 실용성도 일부 해치는
모험을 하였다.
물론, 이번에 출시한 뉴아이패드의 경우,
사용자는 인지하기 힘든 수준으로 두께, 무
게가 일부 증가했다. 하지만, 잡스 입장에서
이러한 징조조차 위험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추정해 본다. 하나 둘 타협하
기 시작하면 애플의 핵심 가치까지도 결국
훼손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경종을 울리지
않았을까? 경쟁 환경이 급박하게 진행되고
있는 와중에 경쟁사가 탑재한 기능을 좇기
위해 허겁지겁 기능 개선을 하다 보면 가장
집중하고 싶은 포인트를 잃게 될 상황에 당
면할 수 있다.
(3) “혁신자의 딜레마에 빠지지 마라”13
‘혁신’의 사전적 의미는 ‘묵은 풍속, 관습, 조직,
방법 따위를 완전히 바꾸어서 새롭게 함’이다.
즉, 기득권에 안주하지 않고 와해적인 방법을
찾아 실행에 옮기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한
번 혁신에 성공한 기업은 새로운 혁신을 찾아
12 통합적인 디자인 구현을 위해 아이폰4 테두리에 금속 테두리 적용.
전자파 특성 상 금속 표면을 직접적으로 통과하지 못해 안테나 기능에
결함 발생
13 출처: p831, 스티브 잡스 공식 전기(월터 아이작슨 著)
애플의 새 경영진은 아이TV를 통해 잡스 없는 애플도 혁신적일 수 있다는 강한 메시지
를 던질 수 있어야 한다.
Weekly 포커스
LG Business Insight 2012 4 25 27
포스트 잡스 체제의 성공여부는 애플이 자기잠식을
두려워하지 않고, 잡스의 생각을 뛰어넘어 새로운 혁신을
지속할 수 있느냐에 의해 좌우될 것이다.
모험을 하기 보다는 이미 확보한 역량을 더 레
버리지 하려는 관성을 갖기 마련이다.
최근 1~2년 간 증권가에서는 애플의 주
가에 대해 끊임없는 논쟁이 나왔었다. 주가 상
승에 긍정적 입장의 분석가들은 기존 애플 생
태계에 익숙해진 사용자들이 일종의 동물원
효과로 인해 지속적으로 애플 제품을 사려는
경향이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반대
입장의 사람들은 더 이상의 마술(Magic)은
없다면서 애플의 역량을 본다면 더 이상의 파
괴적 혁신은 한계가 있어 보인다는 주장을 하
며 현재의 주가를 거품(Bubble)으로 간주하기
도 하였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양 측면의 분석
가들은 공통적으로 새로운 혁신을 애플이 지
속적으로 창출하기는 어렵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그만큼 천하의 애플이라고 하
더라도 혁신을 지속시키기는 쉽지 않다는 것
이다.
잡스가 최근 10년 간 이룩한 혁신은 수십
년 간 IT 및 미디어 업계에 몸 담으면서 고민하
고 좌절을 겪으면서 힘겹게 얻어진 것이다. 잡
스가 엄청난 현금을 벌어들이면서도 배당에
그토록 인색했던 이유도 혁신이 그만큼 어려우
며 수많은 시행착오가 수반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혁신 기업이
또 다른 혁신을 이어나가는 것은 훨씬 더 어렵
다는 것을 염두에 두었을지 모른다.
‘잡스’ 없는 애플의 새로운 도전
사실 애플의 새 경영진이 잡스의 경영방식을
그대로 따를 필요는 전혀 없다. 그리고 급변하
는 IT환경 속에서 전임 CEO의 전략을 무조건
추종하는 것이 더 위험한 선택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최근 애플이 보여준 일련의 모습들은
분명히 평범한 기업들이 하는 방식과 크게 다
르지 않은 것처럼 느껴진다. 지금까지 소비자
들은 애플의 제품과 서비스에 열광했지만, 그
만큼 기대치도 크게 높여 놓았다는 점을 간과
해서는 안될 것이다. 최근 애플 주가가 등락을
거듭하는 것도 마찬가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높게 형성된 기대 수준에 못 미치는 작
은 이벤트에 대해서도 향후 애플의 주가는 출
렁일 가능성이 다분하다.
포스트 잡스 체제의 성공 여부는 이제 본
격적으로 시험대에 올랐다. 올해 중으로 출시
가 예상되는 아이폰5, 아이TV에서 잡스가 없
어도 애플은 혁신적일 수 있다는 강한 메시지
를 던질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찰스 다윈
(Charles Darwin)의 말처럼 강한 종(種)이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변화에 잘 적응하는 종
이 살아남는 것이 바로 비즈니스의 세계이다.
애플이 새롭게 변화해 가는 환경 속에서 잡스
를 뛰어 넘어 어떠한 혁신 포인트로 소비자들
을 사로잡을 수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 항
상 새로운 도전을 하지 않으면 혁신은 지속될
수 없으며, 자기 잠식을 하지 않으면 경쟁사가
잠식하게 된다. 포스트 잡스 체제의 성공 여부
는 애플이 자기 잠식을 두려워하지 않고, 잡스
의 생각을 뛰어 넘어 새로운 혁신을 지속해 나
갈 수 있느냐에 의해 좌우될 것이다. www.lger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