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를 밝히는 빛, 그 찬란함을 담아내는 방식

리옹 빛 축제 la Fête des Lumières

리옹(Lyon)은 프랑스 동남부에 위치한 대도시로,

프랑스의 제2수도로 불린다. 한국에선 리옹이 조금 낯선

도시일 수 있으나, 유럽 내에서 이 도시가 갖는 위상은 조금 남다르다.

리옹이 세계적인 주목을 받을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매년 겨울 사흘간 리옹의 밤을 환하게 밝히는

‘빛 축제(la F te des Lumi res)’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글박다솔공연기획자・자유기고가

‘빛의 도시’로 만드는 축제

리옹빛축제(laF tedesLumi res)는리옹을대표하는예

술축제중하나로,매년겨울12월첫주에사흘간리옹전역

에서대규모로펼쳐진다.‘빛’축제라는말이좀모호하게들

릴수도있겠지만,실은축제의모든뜻을내포하고있는단어

이기도하다.빛축제기간,관람객들은‘빛’의다양한모습을

거리곳곳에서마주치게된다.거리를밝히는조명,광장과공

원등에설치된대형LED작품,역사적인건축물전면에영상

이투사되는미디어파사드,레이저쇼,성당내부에설치된

비디오설치작품,조명과빛을활용한배우들의공연,그리고

피날레를장식하는불꽃놀이까지,‘빛’의다양한면모와각각

의전문성,그리고다양한예술장르와융합되고활용되는예

술작품이리옹을한껏빛낸다.리옹이‘빛의도시’라는찬란

한수식어를영광스레자랑할수있었던것은,리옹이담아내

는빛의향연인이도시의축제,‘빛축제’때문이었을것이다.

‘빛’의다양한면모와

예술이융합되어

리옹을아름답게

빛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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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겨울이면약400만명의관광객이‘축제’를찾는다.

해가기울고,도시에어둠이밀려오면,사람들은두툼한외투

를챙겨입고입김을불며이도시에밝혀진빛을찾아길을나

선다.그러나2015년리옹빛축제는지난11월에있었던파

리테러사건으로인해축제를며칠앞두고취소되었다.이안

타까운소식을접하고실망하는대신지난2014년에리옹빛

축제가펼쳐진사흘내내빛을좇아도시의밤을유랑하며경

험한,여전히생생한그빛의이야기를적어볼까한다.

리옹 ‘빛 축제’의 기원

리옹시가‘빛축제’를개최하기시작한데에는역사적,사회

적이유가있다.1980년대에접어들면서무역업외에리옹의

대표산업이던견직물과인쇄업이점차쇠락하면서,리옹은

도시발전을위한다른산업을찾기에이르렀다.1989년리

옹시장이던앙리샤베르(HenryChabert)는이를위해도시

환경개선및정비를목표로도시공공디자인을리옹시주요

정책으로내세우면서‘도시조명계획’을시행했다.이정책을

필두로리옹의곳곳엔LED를사용한도시경관조성과미디

어파사드등을활용하면서전세계조명전문가들을리옹으

로불러들였다.시간이점차지나면서리옹은조명산업의전

문성과기술력을보유하고발전시켜나갈수있었다.그렇게

10년이지난1999년,도시조명계획의일환으로처음‘리옹

빛축제’가시행되었고,축제가성공적으로개최・유지되면서

지금까지축제를이어오고있다.

빛축제는리옹의새로운주요산업인조명산업을부각

하는효과적인역할을하게되었는데,리옹은이축제를단순

히단발성이벤트로만그치지않게했다.조명산업의전문성

과빛의여러형태를보여주기위해,도시의역사와이야기에

집중한것이다.빛축제는매년12월8일을전후로개최되는

데,이는리옹시에오래전부터전해오는의식적인기념일에

서비롯된날짜다.19세기초에유럽전역을휩쓴흑사병을피

하고자리옹시민들이촛불을밝혀오랜기간성모마리아에

게기도를올렸고,다행히큰피해를보지않은리옹시민들이

감사의마음을담아성모마리아동상을세우기로계획한다.

우여곡절끝에성모마리아상을세우는날이12월8일로결

정되었고,리옹시민들은동상이세워지는날까지자발적으

로창가에촛불을밝혔다고전한다.여전히수많은리옹시민

이12월8일밤이면색색의초를창가에밝혀두는작은의식

을행하고있다.리옹시는이작은의식이행해지는날에빛

축제를벌임으로써도시의이야기를축제에자연스레흡수시

켰다.

도시 전역에 퍼져 있는 아름다운 작품들

축제의기원이라밝히는이이야기외에도,빛축제는축제에

참여하는작품들을통해도시의다양한이야기를들려준다.

2014년빛축제에참여한작품은대규모공연,LED전시,비

디오아트,미디어파사드,프로젝션작품등을포함해총75

개에달했다.이중절반에가까운작품이동시에몇만명이

관람할수있는광장이나거리,공원등의장소에서대규모로

설치됐고,작품들은도심을중심으로도시전역에고루분포

됐다.

벨쿠르광장은그늘한점없이사방으로시야가트이고,

도시의모든곳으로길이나있어리옹에선만남의광장으로

통한다.겨울이면늘이광장한쪽에대형관람차가자리잡는

데,빛축제기간엔이관람차에대형영사막이설치되어작품

을상영한다.재작년엔생텍쥐베리의실종70주년을기리는

작품으로<R vesdeNuit(밤의꿈)>이상영되었는데,생텍

쥐베리의대표작이자프랑스인이사랑해마지않는<어린왕

자>속인물들이등장해따뜻하고가족적인감성을조성했다.

이작품은비디오나애니메이션에서입체적인움직임을표현

하는모션그래픽(motiongraphics)기법을적극적으로활

용하고있었는데,몇몇장면에서는광장한쪽에서배우들이

공중곡예를함께연출해영상과공연이결합한형태의작품

을선보였다.매년이광장에서연출되는작품은,리옹의상징

과도같은이야기를담아내는것을목표로하고있다.

이미지출처

Lyon,TerreauxLumiere

©BriceROBERT

Mu,Fluidkinematics

벨쿠르광장의RevesdeNuit_©Lyrks

리옹빛축제는다채롭고

아름다운작품들을통해

도시의다양한이야기를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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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aux-ArtsdeLyon)이위치한테호광장에서는이두건물

을캔버스삼아미디어파사드(MediaFacade)작품<Lyon,

TerreAuxLumi res(리옹,빛의땅)>이상영되었는데,작품

의완성도도높고예술성이뛰어나관람객들의가장많은호

응을받았다.이작품을구성한두가지포인트는바로미술과

무용이었다.리옹의옛풍경을담아낸회화풍의그림을시청

건물벽에투사하고,곧이어미술관안에전시된몇그림을미

술관의전면에옮겨냈다.그리고뒤이어건물주위를옮겨다

니며탱고를추는무용수들이등장했고,마지막으론힙합음

악에맞춰경쾌하게춤을추는현대무용수들의모습이피날

레를장식했다.

최근리옹은현대무용의메카로서유럽내에서입지를

새롭게다지고있는데,리옹에서격년으로개최되는리옹댄

스비엔날레(LaBiennaledelaDanse)와리옹국립발레단

의수준높은공연,무용전용극장메종드라당스(Maisonde

ladanse)의파격적인프로그래밍등이그이유로로꼽히고

있다.그리고그든든한배경엔리옹시의중장기계획과적극

적인지원이있다.리옹시는어쩌면테호광장에서의이작품

을통해,현대무용에대한적극적인의지를보여줌과동시에

리옹을찾은관람객들에게리옹에대한새로운인식을심어

주는일거양득의기회를노렸는지도모른다.그뿐만아니라,

이모든요소를유려하고정교하게작품에녹여내성공적인

미디어파사드공연을펼쳐빛축제의내공을실감하게했다.

이외에도장마세광장(PlaceJeanMac )의기차역을

배경으로한<Don’tGetCaughtUpintheGame>도미디어

파사드를작품의기본원리로하고있었는데,관객참여로이

뤄지는인터랙션작품으로관객이슬롯머신게임을하듯이버

튼을누르는대로그결과가영상에즉각반영되는원리로이

뤄졌다.이처럼사람을인식할때마다조명색이바뀌는설치

작품이나레이저작품등인터랙션작품도그수가적지않았

다.배우들이등장하는공연은주로퍼포먼스의성격이강했

는데,곡예사가직접불을다루거나조명을활용하는소품을

적극적으로사용하면서공연의흐름을이끌었다.행진형공

연과관람형공연으로형태가크게나뉘기는했지만,빛을다

루는방식만큼은매우다양했다.성악가의노래에따라실내

공간을비추는조명이색과형태를바꿔나가는<Cathedral

ofWaterandLight>공연이나라이브연주와불,조명등

벨쿠르광장에서뻗어나는여러갈래의길중가장큰길

이자,상업지구를형성하고있는프레지덩에두아르에리오

길을따라가다보면겨울의유럽에서흔히마주칠수있는아

치형조명장식이나나무조명장식을여러번마주치게된

다.붉게빛나는앵두같은조명아래로,당장에라도쏟아져

내릴듯한눈결정체모양의조명밑으로,연등을연상시키

는작은장식들이촘촘하게매달린대로변을걷다보면각각

의조명이조성하는특유의분위기로말미암아테마파크를

걷는느낌이들기도한다.그리고빛을따라산책하는그길

위에서,마리오네트를연상시키는대형구체관절인형공연

<Dundus,Thegiantsoflight>도우연히관람할수있었다.

리옹에서열리는각종페스티벌이나카니발에서가장쉽게

볼수있는것이이대형인형극인데,기뇰이라는손가락인형

이리옹의전통적인문화예술유산인만큼친숙하고대표적

이어서다양한형태로축제에등장하곤한다.공연은조명으

로자체발광하는거대한인형이행진을주도하면서관람객

과함께거리를걷고,사람들과접촉하는단순한방식으로진

행됐다.

미술과 무용, 공연을 활용한 다채로운 구성

리옹의전통적이고역사적인문화예술소재나인물을다룬

위의작품들외에리옹이최근주목하고,또한주도하고있

는문화예술을전면에내세운작품도눈에띄었다.리옹시청

(H teldeVilledeLyon)과리옹국립미술관(Museedes

을다양하게활용하며역동적인공연을선보인<Mu,Fluid

kinematics>등이리옹빛축제를더욱다채롭게해주었다.

이렇듯다양한작품으로실로어마어마한규모를자랑

하는빛축제를흥겹게관람하고이축제를구성하는다양한

작품들을바라보면서,나는한도시가축제를담아내는‘거의

불가능해보인축제의정석’을경험할수있었다.조명(빛)이

라는새로운산업의전문성과그형태의다양성을여러예술

장르와접목하고,그것을구현하기위해도시가가진오랜역

사와많은이야기를적극적으로작품에담아내는것.그리고

이목표를성공적으로실현시키고오랫동안유지해나가는것

말이다.

마지막으로,이축제의하이라이트를보려면축제의마

지막날인12월8일에밤외출을나서야한다.축제의마지막

프로그램인론강에서의불꽃놀이보다도감동적인장면이리

옹곳곳에서펼쳐지기때문이다.거리의어둠속에서리옹시

민들이자신의집창가에밝혀놓은형형색색의작은촛불들

이바람에잔잔하게흔들리는장면이주는감동은,그어느예

술작품못지않게아름답다.

2015년에축제가취소되면서발표되지못한작품들은

2016년프로그램에포함되어소개될예정이라고한다.올해

는또어떤방식으로어느이야기를작품에담아낼지사뭇기

대된다.

공연이나라이브

연주,빛을활용한

역동적인퍼포먼스를

활용하며

리옹빛축제를

더욱다채롭게

구성하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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