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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전략경쟁과 한국의 선택 · 2020. 8. 13. · Global Strategy Report. 는...

Date post: 03-Sep-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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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국제학연구소 Global Strategy Report 발행인/편집장 박철희 (서울대학교 국제학연구소 소장) 편집 조비연 (서울대학교 국제학연구소 연구교수) 편집보조 김수영 (서울대학교 국제학연구소 연구보조원) 속기 구희원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석사과정) 박철희 서울대학교 국제학연구소장 정재호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교수 아시아연구소 미중관계프로그램 소장 김성한 고려대학교 국제대학원 원장 일민국제관계연구원 원장 Global Strategy Report No. 2020-02 미중 전략경쟁과 한국의 선택 ISSN 2733-80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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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 미중 전략경쟁과 한국의 선택 · 2020. 8. 13. · Global Strategy Report. 는 서울대학교 국제학연구소의 주요 프로그램인 글로벌 전 략 세미나(Global

Global Strategy Report No. 2020-02서울대학교 국제학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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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국제학연구소 Global Strategy Report

발행인/편집장 박철희 (서울대학교 국제학연구소 소장)편집 조비연 (서울대학교 국제학연구소 연구교수)편집보조 김수영 (서울대학교 국제학연구소 연구보조원)

속기 구희원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석사과정)

박철희 서울대학교 국제학연구소장

정재호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교수 아시아연구소 미중관계프로그램 소장

김성한 고려대학교 국제대학원 원장 일민국제관계연구원 원장

Global Strategy Report

No. 2020-02

미중 전략경쟁과 한국의 선택

ISSN 2733-80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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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obal Strategy Report No. 20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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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국제학연구소(IIA)

(우08826) 서울시 관악구 관악로 1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140-1동 302호

T. (02) 880 4041F. (02) 871 4605E. [email protected]

ISSN 2733-8088

발행일 2020년 5월 29일

© 서울대학교 국제학연구소

Global Strategy Report는 서울대학교 국제학연구소의 주요 프로그램인 글로벌 전략 세미나(Global Strategy Seminar)의 내용을 발췌·편집한 보고서입니다.

일시: 2020년 5월 13일 (수) 오후 4-6시장소: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소천홀

사회: 박철희 서울대학교 국제학연구소장연사: 정재호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교수

아시아연구소 미중관계프로그램 소장 김성한 고려대학교 국제대학원 원장

일민국제관계연구원 원장

미중 전략경쟁과 한국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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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obal Strategy Report No. 2020-02서울대학교 국제학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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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전략 세미나에 대하여

Urbanitas Rules of EngagementWe seek debate, not divisionWe seek ideas, not ideology

We seek evidence, not evasionWe seek consensus, not conformity

We seek respect, not reprimand

서울대학교 국제학연구소(IIA)는 ‘글로벌 전략 세미나(Global Strategy

Seminar)’를 연구소 대표 프로그램(flagship program)으로 정하였습니다. 한국

의 국가전략에 대한 진지한 논쟁의 장을 마련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국은 미·일·중·러 등 강대국에 둘러쌓인 지정학(geopolitics)적 상황 때문에 늘

바깥세상의 움직임을 적확하게 파악해야 생존과 안전을 담보할 수 있습니다. 또한

한국 경제는 상호의존이 심화되는 글로벌 밸류 체인과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에 몸을

싣고 있어서 지경학(geoeconomics)적 변화를 발 빠르게 읽어야 번영과 경쟁력을

담보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한국에게 있어 국가전략은 곧 글로벌 전략이고, 글로벌

전략이 바로 국가전략이 됩니다.

하지만, 한국의 글로벌 전략 전개의 현실을 살펴보면, 학문적, 이론적 검증이 이루어

지지 않은 설익은 주장들이 정책으로 이어지거나, 토론과 피드백 없이 희망적 사고

에만 매달려 정책실험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글로벌 전략의 방향성과 실

천적 과제를 파악하고, 이에 대한 담론 심화를 통해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정책 대안

을 찾아가는 것이 연구소의 책무라고 생각합니다.

글로벌 전략 세미나를 기획하면서 국제학연구소 운영위원들은 한국의 토론문화를

업그레이드 한다는 의미에서 ‘찬반 토론(Pros & Cons)’ 방식을 도입하기로 하였

습니다. 한국의 논쟁구조를 살펴보면, 미국정치학회장을 지낸 Gabriel Almond가

미국 정치학 방법론의 내부분열적 현실을 갈파했던 것과 유사하게, ‘서로 떨어진 탁

상(separate tables)’에 앉아 상대를 비난하기에 바쁩니다. 보수와 진보가 나뉘어

서로 자기 입장만을 개진하는 양상입니다. 하지만, ‘남남갈등’을 극복하지 않고서는

국가전략은 한발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습니다. 나누어진 테이블이 아니라 한 자리

에서 의견을 모으고, 서로 다른 의견의 최소공배수, 최대공약수를 찾아, 남남갈등을

줄여가는 열쇠를 찾고자 하는 것이 글로벌 전략 세미나의 바램입니다.

또한, 논쟁 방식의 획기적 발전도 기대합니다. 옛 로마사람들은 시골 사람들

(Rusticitas)과 다르게 메트로폴리탄 지역에 사는 사람들의 의사소통방식을 ‘도시

의 품격(Urbanitas)’이라고 했다고 합니다. 시골 사람처럼 삐지거나 화내거나 우

기지 말고 서로 다른 주장을 우아하고 세련되며 재치있게 개진하는 데서 유래한 명

칭이라고 합니다. 국제학연구소는 ‘까도남/녀(까칠한 도시 남녀)의 논쟁 방식’을 정

착시키고자 합니다.

그래서 국제학연구소는 글로벌 전략 세미나의 ‘까도남/녀 토론원칙 (Urbanitas

Rules of Engagement)’ 다섯 가지를 정했습니다: (1)우리는 분열과 단절이 아

닌 토론과 논쟁을 추구합니다(We seek debate, not division); (2)우리는 이념

이 아니라 아이디어를 추구합니다(We seek ideas, not ideology); (3)우리는

슬그머니 뒷걸음치기보다는 경험적 증거를 추구합니다(We seek evidence, not

evasion); (4)우리는 남의 의견에 순응하기 보다는 의미있는 합의를 추구합니다

(We seek consensus, not conformity); (5)우리는 상대를 비난하기 보다는 상

대를 존중하는 방식을 추구합니다(We seek respect, not reprimand). 이러한

원칙을 지켜가면서 글로벌 전략 세미나를 기획해나갈 생각입니다.

서울대학교 국제학연구소장 박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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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희(Cheol-Hee Park)

현재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 국제학연구소 소장이다. 서울대학교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정치학 석사학위를 취득, 미국 컬럼비아대학교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일본 국립 정책연구대학원대학 조교수, 외교안보연구원 조교수를 역임하고 컬럼비아대학, 동경대학, 게이오대, 고베대 객원교수를 역임하였다. 이외에도 외교부 자체평가위원, 국방부 정책자문위원, 한일포럼 대표 간사, 2012-2016년 서울대학교 일본연구소 소장, 2017년 현대일본학회 회장, 2016-2018년 서울대 국제대학원장을 역임했다. 대표적인 저서에 <代議士のつくられ方(일본의 국회의원이 만들어지는 법)>(문예춘추, 2000), <자민당정권과 전후체제의 변용>(서울대출판부, 2011) 등이 있고, 그 외 일본정치, 한일관계, 동아시아 국제관계에 대한 논문 다수를 출판하였다.

바쁘신 와중에도 글로벌 전략 세미나에 와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저희 연구소가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하면서 글로벌 전략 세미나를 저희 연구소를 대표하는 프로그램으로 기획하였습니다. 한국의 지정학적인 상황에서는 국가 전략이란 곧 글로벌 전략이 될 수 밖에 없고, 글로벌 전략이 곧 국가 전략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한국의 미래에 중요한 주제들을 선택하여 서로 다른 입장을 가진 혹은 입장이 다르지 않더라도 선택이 필요한 이슈에 대하여 전문가들을 모시고 토론해보고자 본 글로벌 전략 세미나를 마련하였습니다. 저희 프로그램의 또 다른 목적은 논쟁의 문화를 조금 더 업그레이드를 시키고자 하는 것 입니다. 로마 시대 때 ‘메트로폴리탄 도시 지역에 사는 사람들의 논쟁 방식은 시골 사람들과 달랐다. 서로 삐치지 않고 화내지 않고 고집도 안 부리며, 우아하고 세련되게 상대방에게 충분히 할 얘기를 다 하면서도 좋은 분위기를

박철희 서울대학교 국제학연구소장

제2회 글로벌 전략 세미나 미중 전략경쟁과 한국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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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소개받은 김성한입니다. 장장 1시간 15분을 걸쳐 도심을 가로질러 서울대학교에 왔는데, 왠지 모르게 적진에 온 기분이 듭니다. 절친한 군대 동기이신 정재호 교수님과 전 직장 동료이신 박철희 교수님이 옆에 계시지만, 제가 이 학교를 다닌 적도 없고 직장 생활도 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조금 낯설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워낙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갖고 오셨기 때문에 최선을 다해 보겠습니다.

미중 간의 경쟁은 패권 보다는 전략 경쟁에 가까워

박철희 교수님께서 저희에게 미중 전략 경쟁과 한국의 선택이라는 거대한 주제를 주셨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미중 간의 경쟁이 패권 경쟁이기 보다는 전략 경쟁에 더 가깝다고 생각하여 전략 경쟁이라는 용어를 즐겨 쓰는 편입니

김성한 고려대학교 국제대학원 원장 일민국제관계연구원 원장

미중간 ‘전략경쟁’ 속에서의 한국의 선택

유지했다’는 일화를 참고하여 다섯 개의 토론 원칙(Urbanitas Rules of Engagement)을 도입하였습니다.

이 세미나를 통해 오늘의 한국이 앞으로 나아가야할 방향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합니다. 미중이 전략적으로 경쟁하고 있는 가운데 굳이 한 쪽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더라도 한국이 할 수 있는 가장 명민한 전략적 선택이 무엇일까라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문제일 수 밖에 없습니다. ‘미국 편만 들자,’ 아니면 ‘중국 편만 들면 된다’고 간단하게 치부할 수 없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서 오랫동안 고민을 해 오시고 글을 써 오신 두 분의 전문가들을 모셨습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미국 전문가인 김성한 고려대학교 국제대학원장님과 중국 전문가이신 정재호 교수님을 모시고 “미중간 전략경쟁과 한국의 선택”이란 주제로 논쟁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바쁘신 와중에도 시간을 내주신 두 분께 감사한 마음으로 큰 박수 부탁드립니다

그럼 세미나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겠습니다. 미중의 전략 경쟁과 한국의 선택이라는 주제에 대해 김성한 교수님께 먼저 20분간 발언 기회를 드리겠습니다. 박수로 맞이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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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통상적으로 패권 경쟁이라 하는 것은 소위 패권 안정 구도(Hegemonic Stability)가 상당히 위협을 받고 있어야 되겠죠. 여러분께서도 잘 아시다시피 패권적 지위에 있는 나라가 미국입니다. 미국이 평화와 안정이라는 공공재를 제공하는 대신에 다른 여타 국가들이 미국의 그러한 지위를 인정하고, 부여된 질서에 대체적으로 순응하는 그런 모습들이 패권 안정 구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현상들이 깨지는 모습들이 본격적으로 나타나면서 패권 안정에 대한 신뢰도가 급격하게 저하되는 현상이 나타나야 하는데, 아직 그 정도까지는 아니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미국의 위치에 도전하는, 이른바 신흥도전국이 새롭게 설정한 규칙과 규범에 대해 상당히 매력을 느끼고 그쪽으로 다가가는 나라들의 숫자가 상당히 증가하는 현상이 있어야 합니다. 중국이 유라시아를 상대로 해서 여러 전략을 펴오고 있지만, ‘중국이 과연 미국의 대안이냐?’라는 근본적인 질문에 대해서 선뜻 동의할 수 있는 나라의 숫자가 아직은 그렇게 많은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중요한 지표 중 하나는 미국의 우방국 혹은 동맹국들이 좌고우면 하면서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는 것. 미국이라는 패권국에 대해서 더 이상 안전을 의탁하기 힘들다는 판단을

내리고 잠재 패권국에게 다가가는 모습들이 알게 모르게 비교적 현저하게 나타나야 합니다.

아직까지는 미국에 대해 불평하는 동맹국은 많지만 동맹의 대

김성한(Sung-han Kim)

현재 고려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 겸 원장, 일민국제관계연구원 원장이다. 고려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에서 석사, 미국 University of Texas at Austin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외교안보연구원 교수, 외교통상부 제2차관을 역임하였다. 최근 연구로 “Denuclearizing North Korea: Time for Plan B” (The Washington Quarterly, 2019),“미국의 신질서 구상과 한미동맹 2030” (신아세아, 2019), “북한의 비핵화 여부와 동북아 국제관계 전망” (전략연구, 2019), 등 국제관계와 한미동맹에 대한 다수의 논문을 출판하였다.

미국에 불평하는 동맹국은 많지만 동맹의 대상을 바꾸려고는 국가는 나타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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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을 바꿔야한다는 국가들이 나타나고 있지는 않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미중 관계는 패권 경쟁보다는 전략 경쟁에 가까운 상황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중국에 대한 노골적인 협력 거부 양상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수정주의 국가(revisionist state)라고 명명을 해버렸습니다.

기존 질서를 수정하려고 하는 국가. 굉장히 쓰기 힘든 단어인데. 그 전의 조지 W. 부시 행정부와 오바마 행정부는 중국의 의도 혹은 중국의 형태에 대해 상당히 못마땅한 부분이 있다 하더라도 과감하게 중국을 수정주의 국가라고 부르는 것을 자제했습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고 나서는 국가 안정 보장 전략(National Security Strategy) 혹은 국가 방위 전략(National Defense Strategy) 등의 공식 문서에 중국, 러시아, 이란을 싸잡아서 수정주의 국가로 칭하는 상황이 전개 되었습니다. 그런데 과연 중국이 수정주의 국가인가 라는 질문에 대해서, 저는 아직 본격적인 수정주의 전략을 구사하는 단계도 그 과실이 어느 정도 가시화된 그런 단계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중국판 유라시아 전략이라고 하는 것에는 일대일로(Belt

and Road Initiative, BRI)와 아시아 인프라 투자 은행(Asian Infrastructure Investment Bank, AIIB) 등이 있는데, 이런 것들을 통해 중국이 주변 국가에 대해 친중 국가 네트워크를 만들어가려는 시도를 해왔습니다. 그렇지만 ‘일대일로’가 굉장히 공허하다라는 평가가 중국 안팎에서도 많이 제기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또 일대일로의 역효과도 있을 수 있습니다. 중국에 대한 기대 심리가 충만한 주변 국가들을 오히려 빚의 함정 (Dept Trap)에 빠뜨리는 상황을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코로나 사태가 향후 중국의 일대일로 등 중국판 유라시아 전략에 상당한 지장을 초래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가장 비근한 예로, 일대일로에 상당히 협조적이었던 이란과 이탈리아가 코로나의 최대 피해 국가로 고생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리고 수정주의 연합으로 불리웠던 러시아와 이란 등이 경제적 타격을 넘어서 상당한 정치적 타격까지도 입게 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이 기존의 자유주의적 국제주의적 질서를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수정하려는 의도가 있

다고 볼 수 있으나, 의도만 갖고 수정주의 국가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그것

을 충분히 받쳐줄 수 있는 재원과 전략 등의 하드 파워가 있어야 하는데, 그러기에는 중국에 대한 이번 코로나 사태의 타격이 너무도 크다라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중국의 전략적 도전에 대해서 미국의 트럼프 행정

의도만 갖고 수정주의 국가라고 할 수는 없어

중국은 본격적인 수정주의 전략을 구사하는 단계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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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는 협력하기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다자 협력 자체를 트럼프 행정부가 거부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 이유에 대해서 생각해보면, 트럼프는 동아시아정상회의(East Asia Summit, EAS), 아세안지역안보포럼(ASEAN Regional Forum, ARF),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APEC) 등의 다자 협력이 사실상 중국 무대화 되는 상황을 전임 행정부인 오바마 행정부가 초래했다고 믿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양자관계 속에서 미국의 실리를 챙기겠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습니다. 미국이 중국을 수정주의 국가라고 명명을 해놓고 수정주의 국가와 협력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모순이 될 수 있고, 그래서 중국을 전방위적으로 압박하게 됩니다. 코로나 사태 이전에는 글로벌 공급사슬(Global Supply Chain) 또는 글로벌 가치사슬(Global Value Chain) 내부에 존재하는 설계, 생산, 유통, 폐기에 이르는 일련의 역할 분담(Division of Labor)에서 중국은 생산을 담당했고, 글로벌 생산량의 1/3 정도를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중국이 글로벌 생산량의 1/10 정도로 역할 분담이 줄어드는 상황을 경험을 하고 있습니다.

거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향후에 더욱 중국의 역할을 약화시키겠다는 전의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습니다. 지금 재선을 위한 선거 전략적 측면도 있겠지만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해서 미국이 느끼고 있는 것은 글로벌 공급사슬의 분화로 인해

결국 마스크 1장, 진단 키트 1개 마저도 중국에 의존해야 하고 결과적으로 전략적 레버리지(Strategic Leverage)를 중국한테 빼앗기고 있는 이런 상황을 도저히 자존심이 용납할 수

없는 것입니다. 그런 차원에서 글로벌 공급사슬 속 중국이 차지하는 역할을 최소화하겠다고 방향을 잡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최근에는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새로운 생산 동맹 이야기가 나오고 있지 않습니까? 중국을 빼고 미국, 일본, 한국, 대만, 베트남, 인도네시아, 호주, 그리고 뉴질랜드로 연결되는 새로운 아시아 태평양, 인도 태평양 생산 동맹이 필요하다라는 것이 지금 미국의 생각인 것 같습니다.

만약 조 바이든(Joe Biden)이 이번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이 된다고 했을 때에도 그런 현상이 나타날 것인가라는 것에 대해서는, 저는 트럼프보다는 협력과 경쟁이라는 두 가지 요소를 결합하여 대중국 전략을 구사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전반적으로 둘로 나눠진 미국의 유권자들이나 여론 지도층 사이에서 나름 교집합을 형성하고 있는 부분에는 ‘중국과 지나치게 협력하지 말자. 중국이 믿을 수 있는 나라가 아니다’ 라는 의견이 있습니다. 특히 체제, 정권 유형의 관점에서 봤을 때 중국은 미국과 가치와 세계관을 공유할 수 있는 나라가 아니기 때문에, 유권자들은 중국과의 관계를 최소화하

미국은 글로벌 공급사슬 속 중국이 차지하는 역할을 최소화하겠다고 방향을 잡아가고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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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서 미국이 실리를 챙기는 쪽으로 정책을 펴 주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조 바이든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당선이 되더라도 이런 여론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미중간 기술 패권 경쟁과 한국의 전략적 선택:

새로운 분업 체계 속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어야

그리고 미중의 전략 경쟁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보았을 때 가장 관심을 끄는 대목은 이른바 기술 패권 경쟁입니다. 여러분들도 관심이 많은 분야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4차 산업혁명이 미래의 먹거리를 비롯해서 경제, 사회, 문화 그리고 안보, 군사까지 모든 것을 좌지우지할 정보통신기술

(Information and Communications Technologies, ICT) 생태계 변화의 가능성에 다들 주목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차세대 반도체, 인

공 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양자 컴퓨팅(Quantum Computing), 이 세 분야에 있어 선점을 하기 위한 미국과 중국 사이의 경쟁이 대단히 치열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 상황 속에서 최근 월스트리트를 비롯해 많은 미국 매체나 연구소에서 ‘과연 그런 분야에 있어서 미국과 중국 중 어느 국가가 상대적으로 우위를 점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졌을 때, 중국이 특히 인공 지능 부분에서는 앞으로 세게 치고 나가고 있지

만 미국이 차세대 반도체와 양자 컴퓨팅 분야에 있어서 앞서 있는 상황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한국은 특히 반도체 부분에 있어서는 굉장히 앞서 있지 않습니까? 이런 상황 속에서 한국의 전략적 지위에 대해 굉장히 많은 고민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이 세 분야에 있어서는 누가 어떤 부품을 어디서 어떻게 만들지에 대한 글로벌 분업 체계가 아직 확립이 안된 상황이기 때문에, 우리 입장에서는 새로운 분업 체계 속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는 것이 우리의 미래를 좌우하는 전략적 과제일 수 밖에 없습니다. 얼마 전 취임 3주년 특별 연설에서 문재인 대통령께서 첨단 산업 생산 기지 말씀을 하신 것도 이런 부분과 연관이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코로나 이후 미중 간의 전략 경쟁이 대단히 심화될 것이라

고 볼 때, 그런 상황 속에서 한반도의 위치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물론 미중 전략 경쟁의 최전선은 남중국해와 동남아라고 볼 수 있습니다. 최근에도 항행의 자유(Freedom of Navigation) 관련 움직임들이 미국과 중국 간에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습니다. 한반도 문제는 미국과 중국 간의 전략 경쟁이 본격화되면 될수록 미중 역학 게임에 ‘서브유닛(sub-unit)화’ 될 가능성이 굉장히 높아진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최

차세대 반도체, 인공 지능, 양자 컴퓨팅, 이 세 분야를 선점하기 위한 치열한 미중 경쟁 미중 전략 경쟁의 최전선은

남중국해와 동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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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선에 힘을 모아야 하기 때문에,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무역과 첨단 기술 분야에, 지정학적 측면에서는 동남아, 남중국해 지역에 힘을 집중하게 될 것입니다. 미국 같은 경우에는 아마도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이 되면 최전선에서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방향으로 역내 전략 자산과 (주한미군을 포함한) 병력 구조 및 위치를 재조정할 개연성이 상당히 높다고 생각합니다.

미중 경쟁 심화에 따른 중국의 한반도 전략 전망

한반도 전략과 관련해서는, 미중 관계가 격화되면 격화될수록 중국이 지금까지의 모호한 자세로부터 탈피를 하면서 오히려 북한 핵 문제가 더욱 더 해결이 어려워지는 방향으로 북한을 지원할 개연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중국의 입장에서는 북한의 완충제 역할(buffer status)의 전략적 가치를 더욱 강화시키면 시켰지, 북한으로 하여금 비핵화에 협조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노력들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더 나아가서 중국이 북한의 비핵화보다도 훨씬 더 중시하는 것은 바로 한미일 안보 협력 체제 약화입니다. 중국 입장에서는 이것을 거의 준 동맹 혹은 삼각 동맹이라고 평가하고 있기 때문에 이것을 와해시키는 것이 전략적 목표입니다. 그렇게 때문에 그 중에서도 가장 약한 고리라고 할 수 있는 한일 관계를 공략하면서 중국이 동북아 정세에 있어 상대적으로 우위를 차지하려는 노력들을 배가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상당히 걱정스럽습니다.

급변 사태에 대한 한국의 철저한 대비가 중요

그리고 박철희 소장님께서 급변 사태에 대한 질문을 주셨습니다. 최근에 잘 아시다시피 김정은 위원장의 잠행에 관해서 설왕설래가 있지 않았습니까? 이번에는 건재함을 과시해서 큰 탈 없이 지나가긴 했습니다. 김정은의 키가 저 정도 되는데 몸무게가 130 킬로그램 이상이 나가다 보니 정상은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또 가족력, 심혈관 질환도 생각하면 나이는 젊지만 건강 상의 문제가 생겨서 위급한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 이상한 현상이 아닐 것이라고 여러분들도 동의하시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제가 국제대학원 말고도 일민국제관계연구원도 책임지고 있어서 재작년에 세계 북한 및 안보 전문가들 250명 대상으로 여론 조사를 했습니다. 그 중 재미있는 질문을 하나 던져봤는데, 한반도 통일에 대해서 가장 방해가 될 수 있는 변수를 순위대로 적어달라고 했습니다. 오지선다(五枝選多)에 북한의 반대, 미국의 반대, 중국, 러시아의 반대, 그리고 맨 마지막에 한국의 준비 부족을 넣어 놓았습니다. 그런데 제일 1번으로 선택한 것은 물론 예측한대로 북한의 반대였습니다. 그런데 2번으로 많이 선택한 것은 한국의 준비 부족으로 인해서 통일이 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즉, 급변사태에 대해서 한국이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는 상황이 초래될 수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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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고 많은 전문가들이 지적을 했습니다. 제가 볼 때는 한국이 급변사태에 대해서 중대한 조치를 취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우왕좌왕하고 우리 내부의 증권 시장 조차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고 군사 작전 근처에도 가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게 되면, 우리의 동맹국인 미국 조차도 중국과 막후에서 협의해 한반도 현상유지를 택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김정은의 잠행 원인에 대해 누가 맞았는지 틀렸는지 중요한 것이 아니고, 잠행이 급변사태로 이어졌을 경우 우리가 취할 수 있는 조치가 과연 무엇인지 생각할 필요가 있고 거기에 대한 철저한 대비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미국과 중국이 한국의 대응에 실망해서 자기네들끼리 한반도의 현상 유지 즉 분단의 고착화를 합의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한 과제입니다.

한국의 전략적 선택은 한미동맹을 중심 축으로

결론적으로 한국의 선택은 미중 전략 경쟁의 내용, 실체, 방향성에 대해서 잘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양자택일의 상황으로 몰고 갈 필요는 전혀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우리의 팔이 둘이고 오른손잡이가 있고 왼손잡이가 있어 주로 많이 쓰는 자신의 팔이 있는 것처럼, (오른손잡이가 왼팔이 필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니까) 양 팔을 다 사

용하는 준비를 하되, 그 중심이 되는 팔은 역시 한미 동맹관계에 두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고 ‘균형 외교’나 ‘양다리 외교’라는 이름으로 소위 등거리 외교를 구사하는 것은 전략적 패착이 되고 양측 모두로부터 배척당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그 점을 다시 한번 강조 드리면서 제 발표를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소위 등거리 외교는 전략적 패착이 되고 양측 모두로부터 배척당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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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호(Jae-ho Chung)

현재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교수, 아시아연구소 미중관계프로그램 소장이다. 서울대학교 국어교육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Brown University에서 역사학과, 문학 석사, 미국 University of Michigan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서울대학교 국제문제연구소(CIS) 소장, 서울대학교 중국연구소 소장을 역임하고 서울대학교 학술연구상 (2009), 한국국제정치학회 학술상 (2012), Choice Award (2017)를 수상하였다. 대표적인 저서에 Centrifugal Empire: Central-Local Relations in China (Columbia University Press, 2016), Between Ally and Partner (Columbia University Press, 2007), Central Control and Local Discretion in China (Oxford University, 2002), 『중국의 부상과 한반도의 미래』 (서울대출판문화원, 2011) 등 다수의 저서와 논문을 출판하였다.

정재호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교수 아시아연구소 미중관계프로그램 소장

이미 ‘패권 경쟁’의 초입기에 들어간 미중 관계 전망

초청 해주신 서울대 국제대학원 국제학연구소에 감사를 드립니다. 몇 가지 주의사항(caveat)을 드리자면, 이번에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면서 그리고 여전히 진행중이므로 저희가 그 어떤 것도 자신 있게 확신을 갖고 말할 수 없는 시대에 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미중 관계 역시 진행형이고, 제가 앞으로 말씀드릴 내용을 들으면 아시겠지만 오히려 시나리오들이 많이 작동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여집니다. 특히 사회과학은 미래 예측에 대해서 굉장히 취약한 학문이기 때문에, 겸허하게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사실 이 시기는 학자로서 굉장히 익사이팅하다고 생각합니다. 국제정치학을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그것이 전략 경쟁이든 패권 경쟁이든 세력전이든 간에, 그것을 몸으로 동시대에 겪고 있다는 것은 정말 익사이팅한데,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는 굉장히 두렵고 겁이 나는 것이 사실입니다. 제가 우선 저의 발표에서 드릴 말씀의 시작 부분은 도대체 미국과 중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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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를 어떻게 보아 왔는지에 대한 얘기를 조금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미국과 중국은 서로를 어떻게 보아 왔는가?

개혁 개방이 막 시작된 80년대에 중국은 미국의 시각

으로 봤을 때 아무런 존재도 아니었습니다. 그저 소련이라는 위협을 막아줄 수 있는 보조적인 존재였습니다. 다르게 말하자면 80년대에 미국과 중국이 공동의 적을 가지고 있었고, 그 공동의 적을 협력해서 견제하기 위한 그런 관계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91년에 소련과 동부 유럽의 몰락이라는 거대한 변화(Sea of Change)가 생기면서, 전혀 중국이 의도하지 않고 준비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중국과 미국이 일대일로 마주보게 된 것입니다. 여러분도 기억하시겠지만 90년대 초 중반 나이 이니셔티브(Nye Initiative), 미일 동맹의 재조정 등이 있었습니다. 미국의 국방성이 소련이 사라진 상태에서 국방 예산을 그나마 유지하기 위해 가상의 적을 만들려는 노력을 했고, 그 중 하나가 중국이 가진 능력을 부풀리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90년대 당시에 국제 학계 또는 미국 학계가 바라보는 중국이라 하는

것은 소위 말하는 ‘미들킹덤(middle Kingdom)’이었습니다.

우리가 보통 중국을 미들 킹덤이라고 할 때 대문자 ‘M’으로 쓰지만, 제가 지금 말씀드리는 미들 킹덤은 소문자 ‘m’입니다. 즉, 미국은 중국이 잘해봐야 중등 국가 수준 밖에 되지 않을 것이다라고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이것이 주류적 시각이었습니다. 또 이러한 것은 중국 내에서도 공유되었습니다. 중국은 당시에 대국이라는 개념과 강국이라는 개념을 구분해서 사용했습니다. 중국이 인구도 많고 나라도 크고 굉장히 많은 자원을 가지고 대국은 맞지만 강국은 아니다라고 스스로를 평가했습니다. ‘우리는 앞으로 강국이 될 것이지만 지금은 아니다’라는 대국과 강국을 구분하는 개념을 사용했었습니다.

2000년대 초/중반에는 소위 일초다강론이 등장하기 시작합니다. ‘미국은 명확하게 패

권국 지위를 가진 슈퍼 파워(super power)이고, 그 외에 다강이 있으며 중국이 그 중 하나이다’라는 시각은 미국과 중국이 상당 부분 공유하고 있었습니다. ‘미국의 능력과 역할을 대체할 수 있는 나라가 없다’라는 관점인 것입니다. 그러나 이것을 뒤집어 보면, 일초다강의 다강 중에 하나는 중국이라는 덩샤오핑이 80년대에 얘기했던 ‘4극도 좋고 5극도 좋으나 그 중의 한 극은 무조건 중국이다’라는 이야기와 굉장히 흡사합니다. 그러니까 중국은 절대로 강대국을 논할 때 빠질 수 없는 나라라는 것을 뜻합니다.

80년대에 중국은 소련이라는 위협을 막아줄 수 있는 보조적인 존재

90년대에는‘미들킹덤(middle Kingdom)’

2000년대 초중반에는 일초다강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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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중/후반에 들어오면서, 2000년대에 진입할 때 GDP 규모로 7위였던 중국이 2년, 3년에 한번씩

선진국을 제치기 시작합니다. 중국이 이탈리아를 제치고, 프랑스를 제치고, 영국을 제치고, 독일을 제치고, 2010년에 드디어 일본을 제치면서 GDP 규모로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이 됩니다. 바로 이 시기에 나온 이야기가 준 경쟁자(near-competitor) 또는 니어 피어(near-peer)입니다. 중국을 미국과 경쟁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고, 이 추세가 계속된다면 그 지위에 올라갈 수 있는 국가로 보게 됩니다. 이 때 나온 것이 두 가지의 시각입니다. 하나는 의도론이고 하나는 구조론입니다. 의도론은 중국이 수정주의의 의도가 있느냐 없느냐를 학자들이 주목하게 된 것입니다. 2000년대 중 후반 당시 학계의 콘센서스(consensus)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중국이 미국이 깔아 놓은 판을 다 바꾸려고 하는 것인지 명확치 않다’라는 것이었습니다. 반면, 구조론은 ‘중국이 수정주의적 의도를 가졌는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 ‘지금 미국과 중국의 국력 차가 좁아지고 있기 때문에 이것은 궁극적으로 미국이 움직일 수 있는 전략적 공간을 줄일 수 밖에 없다’고 구조를 강조하는 것입니다. 다르게 말하면 의도론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미중 간의 대립과 경쟁이 필연적이지 않다고 보는 시각이고, 구조론은 미중 간의 대립과 경쟁은 필연적이라고 봅니다.

2010년대에 들어오면서, 2009년에 중국이 핵심 이익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남중국해와 센카쿠열도/댜오위다오에 진입하는 빈도가 늘어가기 시작하면서 학계에서는 특히 미국과 서구 학계에서는 중국의 신 공세적 외교(China’s New Assertiveness)에 대한 논쟁이 크게 붙습니다. International Security와 같은 탑 저널에서 학자들 사이에서 치고 받습니다. ‘공세적(assertive)인 것이 맞는가?’ 또 ‘공세적이라고 한다면 지금의 공세성과 예전의 공세성의 차이는 무엇인가?’ ‘실증적으로 어떻게 규명할 것인가?’라고 하는 엄청난 논쟁이 붙습니다. 그러나 2014년쯤 되면 이런 논쟁이 학술지에서 사라지게 됩니다. 여러분이 아시다시피 학술지는 학자들이 기고하는 것과 출간되는 것 사이에 시간적 차이가 있습니다. 따라서 실제로 이 논쟁이 사라진 것은 2012년 말 2013년이 되지만 글은 2014년 중반까지 나오게 된 것입니다. 실제로 지금은 중국이 공세적인가 아닌가에 대한 논쟁은 사라졌습니다. 왜냐하면 2012년 말 시진핑의 집권 이후부터 중국의 외교가 공세적이라는 것은 명확하다고 다들 당연시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중국의 외교는 이미 공세적 중국이 공세적이다 라는 상세한 지표 몇 가지를 말씀드리

겠습니다. 중국의 대외관계에는 핵심 원칙이 있습니다. 첫째는 ‘중국은 우두머리가 되지 않겠다.’ 두번째는 ‘패권을 추구

2000년대 중/후반에 들어오면서는 준경쟁자 또는 니어 피어로서의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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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 않겠다.’ 셋째는 ‘영토 확장을 모색하지 않겠다’ 입니다. 이것이 80년대 개혁 개방 이후의 중국 대외 관계의 핵심 3원

칙입니다. 그런데 첫 번째 ‘우두머리가 되지 않겠다’라는 것이 2014년 이후부터 사라집니다. 지금은 이

제 ‘패권을 추구하지 않겠다,’ ‘확장을 추구하지 않겠다’만 남아있습니다. 중국에서 사적인 자리에서는 ‘이미 중국이 G2라고 되어있는데 중국이 구태여 나서서 우두머리를 맡지 않겠다라는 얘기를 할 필요가 있겠느냐’라는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또 아시다시피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의미하는 중국몽(中國夢)은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혹은 Make America Great Again)와 양립하지 않을 가능성이 굉장히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중국은 최근 몇 년 동안 여러가지 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서 미국식, 서구식이 아니라 ‘중국 방안(Chinese Way)’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벌써 중국은 자국이 얼마나 코로나를 효율적으로 잘 대처했는지에 대해서 영어로 백서를 출간했습니다. 중국이 또 밀고 있는 개념 중 하나는 중국지치(中國之治, Chinese Way of Governance)입니다. 사실 서구에서는 거들떠보지 않을 수 있으나 아프리카나 중남미같은 곳에서 상당히 어필이 될 수 있는 것들을 담아놓고 있습니다. 아마 언론을 통해 들으셨겠지만 중국이 개발한 안면 인식 시스템(facial recognition system)이 아프리카 등 여러 나라에 많이 수출되어 있습니다. 이런 것들이 어떻게 중국지치(中

國之治, Chinese Way of Governance)와 연결되어 나타날지 궁극적으로 중국의 소프트 파워의 확산과 어떻게 연결이 되는지에 대해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조금 전에도 나온 일대일로(Belt and Road Initiative, BRI), 아시아 인프라 투자 은행(Asian Infrastructure Investment Bank, AIIB), 위기대응기금(Contingent Reserve Arrangement, CRA), 그리고 미국 국제개발처(United States Agency for International Development, USAID)를 본 따서 만든 중국 국제개발협력기구 (China International Development Cooperation Agent, CIDCA) 등은 중국이 2013년 이후 대외적으로 무엇을 하고 어떤 공헌을 할 것인가에 관한 많은 예시일 뿐입니다. 그러나 더 중요한

사실은 중국이 이제 더 이상 자신의 힘을 감추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더 이상 도광양회(韜光養晦)라는 말을

공식적으로 하지 않고, 도광양회를 넘어서는 분발유위(奮發有爲), 주동작위(主動作爲)의 세계 무대 중심에 가는 중국에 대한 담론들을 하기 시작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중국이 적극적으로 나오는 시점이 2020년대 중반쯤이 되지 않을까라고 예상했지만, 역시 사회과학자는 예상을 잘 못하는 것 같습니다. 중국은 그것보다 10년 일찍

‘우두머리가 되지 않겠다’는 것은 2014년 이후부터 사라져

더 중요한 사실은 중국이 이제 더 이상 자신의 힘을 감추지 않는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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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톱을 드러낸 것입니다. 특히 이제 중국은 자국의 정책적 선호의 반대편에 서는 나라에 대해서 경제 제재를 마다하지 않습니다. 중국은 영국, 프랑스, 캐나다, 노르웨이, 호주, 한국, 일본, 대만, 몽골, 심지어 팔라우 같은 나라에까지, 달라이 라마, 남중국해, 노벨상, 미사일 방어 체제의 구축 이슈 등에 대해 중국의 선호에 반대쪽에 서있는 나라들에 대해 경제 제재를 마다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전 세계 대부분 나라들의 투자와 무역 대상 1위가 중국이기 때문에, 그런 상황 속에서 중국은 자기가 가진 힘을 자기 선호를 관철시키기 위해서 사용하는 것을 마다하지 않고 있습니다.

뿐만이 아니라 제가 지금 굉장히 주목하고 있는 부분 중 하나는 중국이 전 세계에 대해 펼치는 선전, 홍보, 영향력 확대 작전입니다. 예를 들면 2016년의 중국은 중국국제텔레비전(China Global Television Network, CGTN) 이라고 하는 것을 만들었습니다. 이것은 24시간 영어로 전세계에 방송을 하는 것입니다. 아리랑 방송이 안 나오는 곳은 있어도, CGTN이 안 나오는 곳은 없습니다. 그 다음에 워싱턴포스트 (Washington Post) 같은 세계 유력 일간지에 돈을 내고 유료 광고를 냅니다. 그리고 공자학원과 공자학당에 대해서는 여러분이 이미 많이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미중 패권경쟁의 향방은 악화되고 있는 미중 간의 상호 인식에 크게 좌우될 것

또 하나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미국과 중국 사이의 상호 인식의 악화가 앞으로 굉장히 중요한 요소로 작동할 것이라는 점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세력전이 혹은 패권 전이를 이야기하지만 기본적으로 몇 가지 조건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첫 번째, 패권국과 부상국 간의 국력 차이의 감소; 두 번째, 부상국의 기존 질서에 대한 많은 불만; 세 번째, 그 결과로 실제로 제도의 재조정이 일어나는 것; 네 번째는, 부상국과 패권국 간의 상호 인식 악화; 다섯 번째, 패권국에 붙어있던 동맹국들의 전이; 그리고 마지막으로, 실제로 패권 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는 특별한 계기 혹은 촉매(Catalyst). 이 여섯 가지가 만들어지면 저는 패권 이전 또는 그것을 위한 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고 보는데, 그 중에 중요한 요소가 바로 미중 간의 상호 인식입니다.

Pew Global, Harris Interactive, Gallup, Chicago Council on Global Affairs 등이 수행한 조사결과들을 다 팔로업 해보면 3가지 특징이 드러납니다. 하나는 미국인의 중국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지속적으로 높아져 왔습니다. 특히 2010년대 초반 이후 지난 7~8년의 이야기입니다. 두 번째는 미국인의 중국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중국인의 미국에 대한 부정적 인식보다 높다는 것입니다. 세 번째는 미국인의 중국에 대한 부정적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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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과 특히 2017년 이후 미국의 대중국 정책이 긴밀하게 연결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전까지는 중국과 관련하여 여론과 정책이 꼭 긴밀하게 연결되지는 않았습니다. 이러한 세

가지 특징들을 보았을 때 미중 간의 상호 인식 악화는 사실상 굉장히 되돌리기 어려운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사실은 제가 미국의 지난 4년 동안 각 정부 기관마다 중국에 대한 정책들을 준비해왔는데, 시간 관계상 박철희 교수께서 보내주신 주제에 관련하여 먼저 얘기를 하고 마무리 짓도록 하겠습니다.

향후 미중 관계 전망: ‘열전(Hot War)의 가능성은 낮지만 없지도 않다’

여기서 원빌리언 달러 질문은 ‘미중은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인 것 같습니다. 물론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사회과학은 예측을 잘못하는 학문이기 때문에, 제가 드릴 수 있는 것은 몇 가지 시나리오입니다.

저는 미중간의 열전(Hot War)의 가능성은 낮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놀랍지 않은 대답입니다. 그러나 저는 낮다고 했

지 없다라고 하지 않았습니다. 중국이 주변 국가에 군사적 개

입을 한 사례들을 들여다 본다면 아주 예상을 뒤엎는 전쟁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한반도를 예로 들어보면, 중국이 한반도에 개입한 전쟁 중 첫 번째는 임진왜란입니다. 1592년에 임진왜란이 일어나고 명나라가 대군을 보냈습니다. 그런데 그 당시 명나라의 재정은 매우 궁핍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명나라는 대군을 보낸 30년 후에 망합니다. 그런데 한반도의 종주권을 지키기 위해서 대군을 파견한 것입니다. 두 번째 사례는 1895년 청일전쟁입니다. 1895년 청나라는 강했을까요? 전쟁 15년 후 청나라는 망합니다. 일본하고 한 판 붙고 지게 되는데, 그 때도 한반도의 종주권을 위해서입니다. 세 번째 사례는 1950년 한국전쟁입니다. 한국전쟁은 1950년인데, 중화인민공화국이 세워진 것은 1949년 10월 1일입니다. 정말 아무 것도 없는 신생국이었고, 당시 중국의 군사력은 매우 약했던 상황입니다. 그런데 그 당시 핵을 가지고 있던 미국과 유엔을 상대로 중국이 한반도에 들어왔습니다. 합리적으로 생각했을 때 ‘과연 중국이 전쟁을 하러 들어올까?’라고 하는 질문에 대해서 책상에 앉아 학술적인 평가를 했다면, 세 경우 다 안 들어올 것이라고 판단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들어왔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미중 간의 열전 (hot war)의 가능성에 대해서 없다고 얘기하지 않고 낮다고 말씀을 드리는 것입니다.

또 하나 제가 요즘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이번에 코로나 이후에 미국이 많이 못하고 있는데, 이것으로 세력전이나 패권

미중간의 열전(Hot War)의 가능성은 없다기보다는 낮다

미중 간의 상호 인식 악화는 사실상 굉장히 되돌리기 어려운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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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이 완료되지 않을까요?’입니다. 저는 그럴 가능성이 별로 없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하나의 사건으로 패권의 전이가 일어날 가능성은 별로 없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미국이 엄청나게 빨리 성장하던 19세기 후반, 영

국의 GDP를 1872년에 추월합니다. 그리고 그것은 영국 신문에 다 났고 많은 영국의 지식인들이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1872년에 GDP를 추월했는데, 실제로 패권이 영국에서 미국으로 넘어온 것은 브레튼 우즈(Bretton Woods) 체제가 만들어진 1944년입니다. 72년이 걸렸습니다. 지금 중국의 GDP는 미국의 70% 정도로 아직 추월하지 못했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미국에서 중국으로 세력전이가 꼭 72년이 걸린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중국은 경제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 다른 나라가 50년 걸릴 것을 20년에도 이뤘기 때문에 추월에 굉장히 능하고, 디지털 시대의 세력전이에서는 또 다른 국면이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해서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단 코로나라는 하나의 사건으로 패권이 간단히 넘어갈 것이라고 보지는 않습니다.

마지막으로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미국은 제 2의 영국이 될 것인가?’에 대한 것입니다. 이것은 아무도 모릅니다. 그러나 영국이 가지고 있었던 자원이나 여러 가지 배경과 미국과는 큰 차이가 있다고 느껴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사적으로 제

국이나 패권이 무너진 것은 사실 대부분의 경우 안으로부터 무너집니다. 다르게 말하면 자기 도취나 자기 만족이 강해서 투쟁력도 잃고 회복력과 복원력이 약해질 때 제국과 패권은 망하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미국은 이제 250년 정도 된 나라인 반면 중국은 71년 된 나라입니다. 중국의 역대 왕조의 평균 수명은 200년 정도 됩니다. 200년의 71세라고 한다면, 100세로 환산했을 때 35세 정도 되는 것입니다. 35세의 젊은이는 잘 안 죽습니다. 그래서 저는 미중 패권 경쟁이 초기 단계에 들어갔다고 보는데, 이 상황에서 결과를 예측하기 상당히 어려운 것

같습니다. 이것은 단순히 중국이 잘하는지 못하는지에 대한 문제가 아닙니다. 상대적으로 미국이 어떻게 할 것이고, 미국과 중국의 경제력과 군사력이

비슷해졌을 때 국제 사회 마음을 누가 잡을 것인가? 이것이 핵심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단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코로나라는 단 하나의 사건으로 패권이 간단히 넘어갈 것이라고 보지는 않아

미국과 중국의 경제력과 군사력이 비슷해졌을 때 국제 사회 마음을 누가 잡을 것인가? 이것이 핵심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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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수정주의의 발현도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미중 사이에 있는 한국에 대한 중국과 미국의 인식은 무엇인가?

중국과의 관계 최소화, 한국에게도 가능한 전략적 선택지일까?

현재 트럼프의 대외 전략은 미중 관계의 장래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현재 미국의 동맹 관리 전략은 중국에 대항하는데 충분한가?

패널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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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희:제가 두 분의 말씀을 들으면서 역시 두 분을 모시기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늘 이야기하지만, 학자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쉬운 문제를 복잡하게 만드는 학자가 있고, 복잡한 문제를 쉽게 풀어주는 학자들이 있습니다. 두 분은 정말 복잡한 문제들을 알기 쉽고 명쾌하게 풀어주시는 특별한 능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역시 두 분에 대한 수요가 글로벌적으로 높은 이유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선 제가 들으면서 궁금한 것부터 질문을 드리고, 그 이후에 여러분의 질문을 대신 드리겠습니다

먼저, 두 분께 공통적인 질문 한 두 개 드리겠습니다. 김성한 교수님께서는 중국의 수정주의적인 의도가 있을지는 모르지만 과연 그것이 전략과 능력으로 뒷받침 되고 있는지에 대해서 잘 모르겠다는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는 동아시아 지역에서의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이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같은 것이 중국으로 넘어가고 있다는 판단 하에 양자 관계로 이득을 보려고 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면 다자기구 같은 것에 대해서 중국의 영향력이 점점 늘어나는 상태가 되어가고 있는데, 이것은 결국 수정주의의 반영이 아닌가? 적어도 미

중국의 수정주의의 발현도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이 그렇게 인식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이런 측면에서 중국의 수정주의의 발현도를 어떻게 평가 하시는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같은 질문을 정재호 교수님께도 드리겠습니다. 요즘은 중국을 현상주의국가로 보는 논의는 아예 없어졌고, 어느 정도 공세적인 것인가라고 하는 논의들은 많이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까 ‘2014년 이후에는 학자들도 중국이 공세적이지 않다는 이야기를 더 이상 하지 않는다. 더 나아가면 이익이 달랐을 때는 구체적인 보복조치나 영향력을 행사해서 상대방의 의도를 바꾸려는 시도가 있다’라고 하셨습니다. 그 말은 중국이 굉장히 수정주의적인 경향이 있다라는 것인데, 이렇게 두 분이 중국의 수정주의적인 경향이나 그것을 실현하는 방법에 있어서 중국을 바라보는 시각이 조금 다른 것 같습니다. 그 부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첫 번째로 질문 드리고 싶습니다.

김성한:아주 좋은 질문을 주신 것 같습니다. 다자 협력체를 중심으로 한 중국의

외교력은 개인적으로 점수를 굉장히 많이 주고 싶습니다. 흔히 우리는 큰 국가들은 다자 협력을 대체적으로 싫어하고 양자를 통해서 하나하나 다뤄나가는 것을 선호한다고 배웠습니다. 그것을 과감하게 깨버린 첫 번째 나라가 중국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아시아 외환 위기 직후에 일본이나 미국이 아시아 상당 부분의 국가들로부터 비판을 받는 그 예리한 순간을 놓치지

중국은 다자 협력 외교로 승부수를 던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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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의 실체를 숨기지 않았고, 그 연장선상에서 다각적인 노력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단순한 지역 차원을 넘어서서, 아까 제가 언급한 유라시아 전략이라고 표현하는 일대일로(BRI) 등으로 나름대로 승부수를 띄운 것입니다. 중국은 공식적으로 동맹국이라는 표현을 쓰지는 않지만 동맹국과 소위 우방국의 네트워크를 만들어서, 어떻게 보면 미국을 벤치마킹하는 전략을 구사해오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코로나 사태로 인해서 이러한 전략에 상당한 차질이 생겼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정재호:제 답변으로는 중국의 수정주의적 추세가 명확하다는 말씀은 이미 드린 것 같습

니다. 관련해서 세 가지 예시를 드리겠습니다. 첫 번째는 하드 시큐리티(Hard Security) 측면에서, 두 번째는 기술이 포함된 소프트 시큐리티(Soft Security) 측면에서, 그리고 세 번째는 소프트 파워(Soft Power) 측면에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우선 중국의 핵전략이 굉장히 흥미롭습니다. 사실 많은 학자들이 당초에 중국과 같은 부상국은 핵전략에 대해 굉장히 공세적으로 접근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중국의 핵탄두는 여전히 280개 정도입니다. 러시아나 미국이 7~8000개를 가지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전통적인 ‘최소 억지 전략

않으면서 중국이 역내의 다자 협력 기구에 많은 관심을 두기 시작합니다. 강대국 입장에서 다자 협력 기구라는 것은 어떻게 보면 무시하기 쉬운 외교무대이지만, 사실 거기서 여러 가지 합종연횡(合從連衡)이 이루어지고 그 가운데서 의제 설정(Agenda Setting) 과정과 최종적으로 의장 성명(Chairman’s Statement)으로 채택되는 과정 속에서 스킨십 외교가 발휘될 수 있는 여지가 많습니다. 궁극적으로 다자 협력 속에서 전개되는 공공 외교의 효과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중국이 그런 측면에서 다자 협력 외교로 승부수를 던진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굉장히 많이 하고 있습니다. 제가 이런 이야기를 하면 중국의 관변 학자들도 대놓고 부인하지는 않습니다. 중국이 상식적인 이치(Conventional Wisdom)를 깨고 다자 협력을 통한 중국의 위상을 제고하는 전략이 주효했습니다. 하지만, 국제 질서를 근본적으로 바꾸기 위한 승부수는 다자 기구, 다자 협력체, 지역협력체에서 발생한다기보다는 역시 양자 관계, 즉 미중 관계 속에서 무언가 압도하는 중요한 계기가 마련이 되지 않고서는 힘들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중국도 여러 가지 힘을 많이 축적해오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종합 국력 측면에서 봤을 때, 아직은 중국이 힘이 부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미국 주도의 기존 질서를 변화하고 싶어하는 의도는 상당히 보입니다. 정재호 교수께서도 말씀을 하셨는데 2014년 이후부터 중국이 자신이 가진

중국의 수정주의적 추세가 명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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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mum deterrence)’ 원칙을 지키고 있다고 보여집니다.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중국이 실제로 핵 무기를 사용하는 것에 대한 원칙입니다. 예를 들어 미국과 비교했을 때, 미국의 핵무기 사용 원칙 첫 번째는 ‘핵을 선제 사용할 수 있다.’ 두 번째는 ‘비핵국에 대해서도 핵을 사용할 수 있다’ 입니다. 그런데 중국은 이것을 뒤집은 원칙을 사용합니다. 첫 번째, ‘중국이 핵으로 공격받지 않는 한 핵무기를 먼저 사용하지 않는다.’ 그리고 두 번째, ‘핵을 가지고 있지 않는 나라에 대해서는 절대로 사용하지 않는다.’ 전세계 220개 가까운 나라 중 핵을 가진 나라는 5%도 안되는데, 대부분의 나라들이 이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요? 이것이 핵에 대한 중국의 수정주의적 모습입니다.

두 번째는 소프트 시큐리티의 측면입니다. 우리가 요즘 많이 쓰는 핸드폰으로 식당 찾고, 자동차에서 길 찾는 네비게

이션 GPS입니다. 중국과 러시아 인도는 모두 자신들만의 위성항법 시스템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중국이 개발한 베이더우(Beidou) 시스템은 이미 미국의 GPS를 사용하는 나라보다 더 많은 나라들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물론 인구나 경제 비율로 따지면 이야기가 달라지지만, 국가의 수로 따지면 그렇습니다. 중국의 장점은 아주 싸게 나쁘지 않은 기술을 널리 확산시키는 데에 뛰어나다는 것입니다.

세 번째는 소프트 파워 측면에서 유학생에 대한 부분입니다. 50년대, 60년대, 70년대 선배 교수님들이 미국에 장학생으로 유학 갔다 온 이야기를 많이 듣습니다. 저도 정부 장학생으로는 아니지만 박사 과정 중에 장학금을 받았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과연 예로 들어 미국의 한국 유학생들 중 얼마가 미국 정부의 장학생이 되고 대학에서 장학금을 받고 있는가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제가 데이터를 하나 공유하겠습니다. 아시아에서 미국의 핵심 안보 파트너 중에 태국이 있습니다. 2017년 데이터를 보면, 태국은 현재 미국에 6,893명의 유학생을 보낸 반면, 중국에는 23,040명의 유학생을 보냈습니다. 뿐만 아니라 지금 중국에 있는 외국 유학생 중에 1/9은 중국의 정부 장학생입니다. 미국에 있는 유학생 중 1/9이 정부

장학생일 가능성이 전무하죠. 그러면 미국의 핵심 안보 파트너인 태국에서 중국으로 유학간 사람들이 10년 후에

는 20만명이 넘고 7만명이 미국에 갔을 때, 나중에 소프트 파워 측면에서 어떤 임팩트가 있을지 장기적으로 두고 봐야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중국의 장점은 아주 싸게 나쁘지 않은 기술을 널리 확산시키는 것

중국에 있는 외국 유학생 중에 1/9은 중국의 정부 장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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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희:두 번째 질문은 한국과 관련된 이야기입니다. 조금 전에 정재호 교수님께서 수정주의의 척도를 주셨는데, 상호 인식의 악화에서 동맹 전이로 넘어가는데 있어 아직 동맹 전이까지는 충분히 가지 않았지만 중국의 시선에서는 한국을 흔들리는 국가로 보고 있지 않을까? 미중 사이에서 굉장히 고민하는 것 같은데, 한국을 잘 끌어들이면 중국의 편으로 다가올 수 있는 약한 고리로 한국을 읽고 있지 않은가? 김성한 교수님께서도 잘 아시다시피, 미국에서도 동아시아의 어떤 국가보다도 한국이 중국 경사론(China-tilting)에 굉장히 가까운 나라로 보고 있는 학자들이나 전문가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렇게 보면 미국도 한국을 약한 고리로 보고 있지 않는가 라는 느낌이 들어서, 그러한 면에서 미중 사이에 있는 한국에 대한 중국과 미국의 인식이 어떤가를 두 번째로 공통으로 드리고 나서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겠습니다.

김성한:동맹 전이와 관련해서 박철희 교수님께서 굉장히 날카로운 질문을 해주셨습니다. 제가 수업 중에서 학생들로부터 이러한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학생들이 ‘동맹 전이가 가장 현저하게 나

타나고 있는 나라가 한국이 아닌가?’ 라는 질문을 많이 하고, 거기에 대해서 제가 아직까지는 명쾌하게 대답을 해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말이 어떻게 보면 답변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보수 정부 때에는 대체적으로 동맹이 견고해 보이지만, 보수 정부도 중국 변수를 전혀 가볍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지난 박근혜 정부에서 중국 전승절 때 천안문 망루에 박 대통령이 올라가는 상징적인 사건에서도 이미 느끼셨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역시 동맹을 근본적으로 훼손시켜가면서 그것을 중국과의 관계로 완전히 대체하는 것 보다, 한국의 진보 진영은

한미동맹에 올인하지 않고 그것을 좀 더 다변화시켜서 다자 안보 협력, 중국과의 관계, 러시아와의 관계 속에서 헷징(Hedging)을

하는 것이 상당히 유리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일각의 조금 더 급진적인 입장을 취하는 사람들은 한미 동맹 관계를 중국 관계로 대체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계시는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개인적으로 아직까지는 소수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정재호:두 번째와 관련하여 한국에 대한 부분으로 들어가면, 저는 이것을 동맹의 전이라고 불러야 할지 고민입니다. 동맹의 전이는 사실 패권국에 붙어있던 동맹이 부상국이 세지니까 부상국에 편승(bandwagon)하면서 세력균형의 방향을 바꾸는 것입

한국도 중국과 경제적인 측면 에서 다변화해야

미중 사이에 있는 한국에 대한 중국과 미국의 인식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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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다. 사회자께서 이야기 안 한 나라가 있습니다. 필리핀입니다. 로그리고 두테르테가 당선된 이후에 필리핀의 대중국 입장의 전환이라는 것은 충격적입니다. 화웨이가 문제되고 있는 상황에서 필리핀은 두 개의 텔레콤 회사가 있는데 둘 다 화웨이를 쓰고 있습니다. 세 번째 서비스 제공자(service provider)를 신설해 중국전신집단(China Telecom)이 40%의 지분을 유지하고 있는 회사에게 줬습니다. 다르게 말하자면, 필리핀의 5G 서비스의 세 회사가 다 중국 영향력 아래에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필리핀은 단임이기 때문에, 다음 대통령 선거에서 만약 반대 당이 당선된다면, 동맹의 전이가 아니라 동맹의 요동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저는 이것을 시계추 효과(pendulum effect)라고 부릅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생길 수 있는 굉장히 흥미로운 현상이라고 봅니다. 동맹의 전이인지 동맹의 요동인지 학술적인 평가가 좀 필요해 보인다고 생각합니다.

박철희:들으면 들을 수록 재미있습니다. 한 분씩 따로 질문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김성한 교수님께서 말씀하실 때 미국은 중국의 공세적인 행동을 보면서 여야 할 것 없이 중국과의 관계 최소

화로 방향을 잡은 것 같고, 그러한 정책들이 시행되고 있다고 하셨습니다. 미국의 입장에서 보면 이렇게 중국과의 관계 최소화가 하나의 선택지가 될 수 있는 것이 분명하고, 그것을 실행할 수 있는 정책적인 도구도 있다고 보여지는데, 한국같은 나라는 어떤가요? 한국이 과연 중국과의 관계를 최소화하면서까지 미중 사이에서 선택을 할 수 있는 역량이 있는지, 이 부분이 궁금합니다. 지금 현 정부 대통령께서도 ‘한중은 운명공동체다’라고 했는데, 물론 외교적인 수사이더라도 미국이 추진하고 있는 대중국 전략과 굉장히 편차가 있는 얘기를 공식적으로 하고 있죠. 그렇게 보면 중국과의 관계 최소화는 우리의 선택지에 들어갈 수 있는 것인지? 그렇지 않다면 한국은 어떻게 중국과 관계를 맺어가야 할까요? 이런 것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여쭙고 싶습니다.

김성한:미국도 최근에 ‘중국과의 관계를 재정립해야한다.’ 또 ‘중국과의 상호 의존을 최소화해야한다’는 주장에 대해서 근본적인 검토 작업에 들어갔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런데 지금 잠정적인 결론 중 하나는, 이전에 중국에 투자했던 산업들과 기업들을 일거에 제3지역으로 이전하는 것은 굉장히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그렇지만 기술 패권에 궁극적인 영역 내지는 분

중국과의 관계 최소화, 한국에게도 가능한 전략적 선택지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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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라고 할 수 있는 차세대 반도체, 인공지능(AI), 그리고 양자 컴퓨팅 같은 분야와 관련된 투자는 절대로 중국을 끼고 한다든지, 중국의 노동력을 활용한 생산 라인을 구축한다든지, 이것은 절대로 안 된다는 결론을 미국이 내린 것으로 보입니다.

저는 한국도 그런 맥락 속에서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THAAD 사태를 겪으며 몸소 체험한 것이 하나 있습니다. 고려대학교 국제대학원에서도 최고위 과정을 운영을 하고 있는데, 사드 사태가 딱 터지니까 기업인들 모집이 안되었습니다. 그때 중국 과정을 진행했는데 중국 과정에는 사람들이 거의 입학 원서를 내지 않는 사태가 벌어진 것입니다. 제가 순발력이 좋은 사람은 아니지만, 중국 최고위 과정을 얼른 베트남 최고위 과정으로 바꿨습니다 (청중 웃음). 중국의 대안이, 포스트 차이나(post-China)가 베트남이다, 이렇게 얘기하면서 모집하니까 구름처럼 몰려오더라고요. 최근의 코로나 때문에 2020년도 모집에 또 문제가 약간 생겨서 post-베트남은 미얀마라고 하고 있습니다 (청중 웃음). 그래서 겨우 겨우 인원을 채워가고 있는데요, 제가 말씀드리고자 하는 요지는 한국도 역시 중국과 경제적인 측면에서 최소화한다는 말을 쓰지 않더라도, 제일 좋은 용어는 다변화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지리적인 위치라든지 종합적으로 고려해 보건대, 제가 볼 때 동남아가 역시 post-China, 또 미중 전략 경쟁의 파워를 넘어가는데 있어 가장 최적화된 지역이 아닐까, 이렇게 보고 있습니다. 그래

서 저는 현 정부의 외교 정책에 대해서 그렇게 지지하는 사람은 아닌데, ‘신남방 정책’에 대해서는 굉장히 면밀히 주시를 하고 있고, 필요하다면 자문도 하고 있습니다만, 올바른 방향과 선택이라고 봅니다. 조금 더 정교한 대 동남아 투자전략이라든지 이런 것들을 구축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 연장선상에서 중국과의 관계, 미중 관계 속에서 나타나는 파고를 넘을 수 있는 방법이 생기지 않을까라고 봅니다.

박철희:정재호 교수님께 질문 드리겠습니다. 말씀하신 것 중에 굉장히 재미있었던 부분은, 중국의 한중 관계 역사를 볼 때 중국이 큰 사활을 걸고 한국에 들어왔다는 지점입니다. 임진왜란, 청일전쟁, 한국전쟁. 사실은 어떻게 보면 자기들이 엄청난 불이익을 내부에서 겪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에 그만큼 개입을 했다는 것은 중국이 한국에 가지고 있는 가치가 크다고 판단을 한 것이죠, 지금 같이 미중 관계가 세력전이가 일어났다고 얘기하는 이 시점에서 보면, ‘중국이 한반도에서 어떤 행동을 할까?’ 이것이 굉장히 궁금해집니다. 그래서 전쟁의 가능성이 없다 하더라도 과연 중국이 한반도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북한뿐이 아니고 한국에 대해서 하고 있는 행동들을 보면, 아

중국이 어디까지, 얼마만큼 한국에 대해 영향력을 취하고자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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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 THAAD도 말씀을 하셨지만, 더 이상 숨기지 않고 한국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것이 가시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과연 중국이 어디까지, 얼마만큼 한국에 대해 영향력을 취하고자 할지 궁금해집니다. 그것을 알아야 한국이 어떠한 선택을 해야하는가에 대한 궁금증이 풀릴 것 같아서 드리는 질문입니다.

정재호:학술적인 용어로 말하면 ‘distancing’이나 ‘degradation’과 같이 관계 격하라고 하는 개념들인데, 이것을 한국이 할 수 있겠는가? 저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봅니다. 그 이유는 다음 세가지입니다.

첫째, 우리나라는 국익의 개념이 지나치게 경제적입니다. 무역, 투자, 관광객 위주의 통계로 국익을 환산하고 있습니다. 안타까운 부분이죠. 사실은 특정 국가가 갖는 국익이란 국격도 있고, 그 국가가 국제 사회에서 갖는 평판도 있고,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부분들이 분명히 있는데, 이런 것들은 제쳐져 있습니다. 그래서 일단 관료들이나 정부 일하는 분들의 마인드셋이 그렇게 되어있어서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보여집니다.

두 번째는 구조의 문제입니다. 제가 데이터 몇 개를 드리겠습니다. 우선 제가 미국, 일본, 한국을 비교하겠습니다. 미국과

일본에 비해서 우리의 구조가 얼마나 취약한지, 따라서 소위 말하는 China Plus가 쉽게 안된다는 얘기를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첫 번째 통계는 세 국가의

전체 GDP 중에서 무역이 차지하는 비중입니다. 미국은 27%, 일본은 29%, 한국은 70%입니다. 우리가 압도적으로 무역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는 세 나라의 무역 총액 중에서 중국과의 무역 비율입니다. 미국은 11%, 일본은 21%, 한국은 24%입니다. 그 다음이 더 중요한데요, 그렇다면 중국과의 무역 중에 수출과 수입의 비중이 어떻게 되는가? 한국은 수출 60%, 수입 40%, 일본은 수출 45%, 수입 55%입니다. 일본이 중국으로부터 더 수입하죠, 미국은 18%, 82%입니다. 82%를 중국으로부터 삽니다. 왜 트럼프가 큰 소리를 치는가? 대부분을 사고 있기 때문이죠. 만일 대부분을 중국에 팔아야 한다면 절대 그렇게 큰 소리 칠 수 없죠. 그래서 우리는 GDP 전체에서의 무역 비중, 무역 전체에서 중국과의 비중, 그 다음에 무역 구조 자체가 이렇게 취약합니다. 지난 28년인가요? 수교 이후 28년 동안 우리의 한중 관계의 성과를 얘기할 때 항상 무역, 투자, 관광 이야기를 해왔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증가된 것은 나쁜 일은 아니지만, 이 증가에 내재된 전략적 함의에 대해서 아무도 고민하는 사람이 없었다는 것이죠. 실제로 THAAD에서 그런 것을 당했지만, 2018년 한국의 대중 무역 비중은 2017년보다 오히려 올라갑니다. 시장주의 국가에서 정부가 하

미국과 일본에 비해서 우리의 구조가 취약해서 China Plus는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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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항상 그런 얘기를 들을 때마다 드는 질문은, 그 두 바다가 핵심이익이라면 황해는 중국에게 과연 뭘까?

박철희:청중들로부터 받은 질문에 들어가기 전에 하나만 더 여쭤보겠습니다. 정재호 교수님께서 마지막 모두발언에서 아주 재미있는 말씀으로, 어느 패권 국가이든지 도전하는 국가에 비해서 무너지는 국가보다 내부 분열, 내부 결속력의 와해 아니면 매력 상실에 의해 무너진 경우가 굉장히 많다고 하셨습니다. 역사에 그런 예시가 많은 것 같습니다. 지금 트럼프가 미국에 ‘Make America Great Again’이라고 하며 강하게 잠재력을 축적하려는 노력이 보이는가 하면, 다른 한 편으로는 Soft Power가 굉장히 떨어지고 있고, 미국이 패권을 글로벌한 네트워크를 통해 계속 유지하겠다는 의지가 약화된 것처럼 보입니다. 그렇게 보면, 이런 부분이 국제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지 궁금합니다. 특히 정재호 교수님께서 말씀하신 부분을 조금 재해석한다면, 중국은 미국하고 소위 맞짱 뜰 생각은 없지만, 아프리카, 중동, 남미에 있는 국가들을 여러 가지 매력 작전을 통해서 우선 손에 넣고, 그 다음에 본격적인 게임을 하자는 것으

라 마라 하기에는 어렵지만, 그게 현재 일어나고 있는 부분입니다.

세 번째로 말씀드릴 것은 배짱입니다. 누가 대통령이거나, 어느 정부가 집권

을 해도 과연 우리나라 외교가 그런 것을 할 수 있는 배짱이 있는 나라일까? 그런 부분이 제 첫 번째 질문에 대한 답입니다.

급변 사태라는 것은 국제법적으로 규명하기에는 굉장히 어렵고 복잡한 개념입니다. 제 생각은, 한국에서 어느 정부가 집권을 해도 항상 밀었던 것은 작계 5029이죠. 작계 5029의 핵심은 한국과 미국이 동시에 급변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작업에 들어가는 것인데, 그게 맞는 전제라고 한다면 중국은 반드시 들어올 것입니다. 제가 지금까지 말씀드린 역사의 사례를 봤을 때, 1592년, 1895년, 1950년과 지금의 중국을 비교할 때 어느 중국이 가장 강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저는 지금의 중국이 가장 강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안 들어온다?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과 종주권을 그냥 포기한다? 그것을 믿는다는 사람이 있다면 조금 더 특별한 설명을 해야만 될 것이라고 보여집니다. 관련하여 한 가지 더 덧붙이자면, 우리 학계나 국제 학계나 중국의 핵심 이익에 굉장히 관심을 많이 가졌습니다. 그래서 남중국해, 동중국해, 이미 동중국해에는 ADIZ를 선포했고, 곧 남중국해에 한다는 얘기들이 떠돌고 있습니다. 그런데

현재 트럼프의 대외 전략은 미중 관계의 장래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우리나라 외교가 배짱이 있는 나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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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 보여집니다. 그렇게 되면 트럼프가 중국 상대로 직접 아무것도 못하게 만들겠다고 하는 것이 과연, 미국 입장에서 잘하는 것인지 의구심이 듭니다. 과연 미국의 트럼프의 현재 대외 전략을 봤을 때 미중 관계의 장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하여 여쭙고 싶습니다.

정재호:여러 가지 추세를 감안할 때 저는 중국이 미국과 중장기적으로 군사적인 맞짱이 아니더라도 궁극적으로는 ‘final game’을 향해 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가는가? 19세기의 모델을 보면 그 당시에 전 세계를 움직였던 나라들은 유럽 국가들입니다. 그런데 막상 유럽 안에서는 하나의 패권이 없었습니다. 여러 나라가 지역 밖에서 식민지를 쟁탈하며 전 세계를 나름의 세력권으로 나누어서 지배를 하고 있던 것입니다. 20세기에 들어와서는, 이데올로기라는 구분 기준을 통해서 자본주의 민주주의 국가는 미국이, 물론 약간의 중간 지대가 있기는 했지만, 공산주의 사회주의 국가는 소련이 지배하였죠. 중국의 현재 포지셔닝은 굉장히 흥미롭다고 생각합니다.

두 가지 측면에서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첫 번째는, 아마 중국의 공산 혁명 과정에 대해 읽어보신 분들은 이해하시겠지만, 왜 마오가 공산주의 사상사에서 칭송받는지 아시나요? 그것은 레닌이나 트로츠키가 했던 얘기를 완전히 뒤집은 것이기 때

문입니다. 그 당시에 중국은 북경이나 상해나 광저우나 천진같은 도시는 있었지만 국민의 99%가 농촌에 살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사회주의는 도시가 없는 중국에서 일어날 수 없다, 농민 밖에 없는데 무슨 사회주의냐?’라는 얘기가 많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 당시 모택동이 했던 전략이 ‘농촌에서 도시를 포위하자’ 였습니다. 저는 중국이 이것과 비슷하게 하는 것 같습니다. 힘이 부족한데 미국과 직접 부딪치기보다는 우회해서 남미도 건드려보고, 중미도 건드리고, 아프리카의 마음을 우선 사며, 이런 방식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하나는, 중국 공산당에 대한 부분입니다. 여러분 중 중국에 대해 이해를 못 하신 분이 계시다면 공산당이라는 것은 우리가 아는 미래통합당, 민주당, 이런 당과는 다릅니다. 태어날 때부터 죽을 때까지 자신의 일상 생활을 통제하는 이데올로기로 뭉쳐진 곳인데, 통일 전선이라고 하는 것이 있습니다. 즉 ‘공산당이 아닌 세력을 어떻게 포섭하고 같은 목적으로 이끌 것인가?’ 입니다. 저는 결국은 자유주의 통상 체계 안에서 가장 많은 이득을 중국이 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코 민주 체제나 시장 체제를 수렴하지 않고 중국의 갈 길을 가는 그러한 모습에서 ‘final game’을 준비하는 중국의 모습이 보인다고 말씀을 드릴 수 있겠습니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면서 우리가 말하고 있는 패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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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 미국은 세 가지 측면에서 안타깝죠. 하나는 패권국인데 국내에서의 보건 위기를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죠. 두 번째는 EU와 같은 동맹에 대해 국경 봉쇄를 할 때 사전협의조차 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그러니까 동맹국에 대한 지원은 커녕, 고려도 별로 없었습니다. 세 번째는 ‘국제 방역 내지 복원 협력 체계를 지금 구축하는데 있어 미국이 하는 역할은 무엇인가?’ 입니다. 이 세가지 측면에서 보면 미국은 공공재를 제공하지도 못하고 자기 자신도 제대로 챙기지 못하고 있습니다. 물론 중국도 세 가지 측면에서의 점수를 다 높이 받지는 못하지만, 앞으로 이것이 어떻게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인지 굉장히 많은 연구가 나올 것이라 생각을 합니다.

박철희:김성한 선생님께는 다른 측면에서 질문을 드립니다. 미국이, 특히 트럼프가 들어오면서 동맹 네트워크라는 것을 굉장히 약화시키며 버리지는 못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그래서 전통적으로 소위 자유주의적 국제질서(Liberal International Order)를 주장하는 사람들의 가장 큰 핵심은 동맹 네트워크를 잘 유지하고, 가능하면 다자 네트워크와 국제 규범을 잘 지켜서 패권이라고 하는 것을 잃지 말아야 한다고 하는데, 뒷부분은 많

이 무너진 것 같습니다. 이 동맹 네트워크의 관리라는 측면에서 미국이 과연 자기들의 패권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 만한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고 보시나요? 만약 그것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면 결국 미국이 소위 뒤로 후퇴(retreat)하든지, 역외균형자(offshore balancing)의 역할로 빠지는 것이 아닐지, 그렇다면 자신의 힘만으로는 나중에 중국에 대항할 힘을 충분히 축적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듭니다.

김성한: 미국의 특히 트럼프 행정부의 동맹 관리 정책은 거의 낙제점이라고 봐야겠죠. 어떻게 보면 미국의 중국에 대한 국력은 상당 부분이 중국이 갖지 못한 동맹 네트워크에서 오는데, 그것을 트럼프 대통령은 역대 미국 대통령 중 가장 간과하거나 과소평가하고 있는 대통령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잘 아시다시피 트럼프의 입장에서 볼 때 미국의 국방비가 7,300억불 정도 되는데, 이것은 전세계 국방비의 38%정도 됩니다. 중국의 국방비가 2,600, 2,700억불이 되는데, 이것은 전세계의 군비 지출의 18%정도 됩니다. 걸프전과 아프간전을 동시에 수행할 때 미국의 국방비는 미국을 제외한 지구상의 모든 국가의 국방비를 합친 것보다 많았습니다. 너무 많이 쓰고 있는 것입니다. 아까 미국이 제2의 영국 될 수 있냐고 말씀하셨는데, 대영 제국 ‘Pax Britannica’ 시절의 영국은 그렇게 군비를 많이 쓰지 않고 세력 균형 정책을 썼습니다. 정보

현재 미국의 동맹 관리 전략은 미국의 패권을 유지하고 중국에 대항하는데 충분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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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lligence) 능력을 고도로 발전시켜서 대륙의 상황을 주시했고, 독일이 강해질 때 프랑스 편을 들고, 프랑스가 강해질 때는 독일 또는 러시아 편을 들고 해서, ‘위대한 고립(Splendid Isolation)’이라는 이름 하에 유럽 대륙의 세력균형(Balance of Power) 정책을 정교하게 구사하지 않았습니까? 미국은 그런 측면에서 봤을 때 거의 뭐, 전멸에 가깝죠. 왜? 너무나 막강한 군사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굳이 특정 지역의 세력 균형에 신경 쓸 필요가 없는 겁니다. 나중에 세력 균형이 무너지면 군사력을 사용해서 다시 복원시키면 되니까요. 굉장히 안이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고, 또 미국 동맹국 입장에서 봤을 때는 굉장히 무책임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는 여지가 도사리고 있죠.

그래서 트럼프 입장에서는 ‘이것을 좀 뜯어 고치겠다. 군비를 유지하더라도 동맹국들의 기여를 통해서 미국이 기존의 타성으로부터 벗어나가겠다.’ 그리고 동시에 제한된 자원을 배분한다는 측면에서 봤을 때, 미국이 그동안 너무 해외 개입이나 전쟁, 이런 것들을 통해 미국 자신의 실속을 못 챙겼다는 것이죠. 여러분 모두 잘 아시겠지만 제가 어렸을 때는 미국 JFK 공항에 내리면 다 좋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미국 JFK 공항에 내리면 무슨 제3세계 국제 공항인지, 이것이 정말 세계 패권국의 공항인지 생각이 드시지 않습니까? 그 정도로 미국이 해외에만 신경 쓰고 국내투자를 안 해서 인프라가 망가졌다

는 것이죠. 이러한 문제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 대통령이 바로 트럼프입니다. 자원을 재분배한다는 점이 강조되면서 동맹을 소홀히 하는 듯한 모습들, 굉장히 거래적(transactional) 차원에서 동맹들을 따뜻하게 대하지 않는 모습들, 그러면서 말이 굉장히 심하게 나가고, 상식을 뒤흔드는 포지셔닝을 하고, 그래서 동맹국들에게 원성을 많이 사고 있습니다. 아까 박교수께서 역외균형(offshore balancing) 이야기를 잠깐 하셨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이것에 상당히 관심이 많은 것 같습니다. 미군의 해외 주둔을 감당할 수 있는 것 이상으로 광범위하게 늘이는 것(over-stretching)을 줄이자는 것입니다. 물론 해외주둔 병력을 미국 내로 들이면 돈이 더 많이 든다는 사실을 트럼프도 알고 있습니다. 인건비 등이 더 많이 나갈 수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게 낫다, 불필요한 전쟁에 소위 ‘연루(entrapment)’되는 것을 줄이는 것이죠. 그러면서 생기는 잉여 자원을 인프라에 투자하고, 코로나 사태 이후에는 보건시스템을 개선시키는 등, 이런 부분에 투자할 생각을 하고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제가 볼 때는 한국 입장에서 미국과의 동맹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 한국의 전략적 가치를 미국 조야에 알리는 노력들이 필요할 것이고, 동시에 아까 제가 말씀드렸듯이 첨단기술 분야 생산 동맹에서 한국이 절대로 빠질 수 없는, 미국에게 굉장히 중요한 위치에 있다는 나라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노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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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당장이라도 해야 한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번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해서 민주주의와 권위주의를 비교했을 때 코로나 대응을 권위주의국가가 더 잘 하는 것이 아니냐는 생각들이 자꾸 퍼져 나가서 체제우월성의 문제에 근본적인 도전이 생겼다고 봅니다. 거기에 유일한 등불, 촛불 같은 희망일까요, 최근 이태원 감염 때문에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청중 웃음), 한국이 희망이라는 것이죠. 한국이 잘 버텨줘서 자유민주주의 국가로서 코로나 사태에 잘 대응하는, 그래서 역시 권위주의국가보다 자유민주주의국가가 낫다는 얘기가 나오게 해야겠죠. 우리는 미국 및 유럽국가들과 가치의 공감대를 분명히 가지고 있는 나라니까요. 그래서 미국이 군사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경제적인 측면에서 전략적 지도를 새롭게 그리게 될 때, 한국은 반드시 그 속에 들어가야 한다는 그런 메시지를 우리가 구체적으로 던질 수 있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Q. 미중 패권 경쟁이 난다면 어디일까?

박철희:네, 시간이 많이 갔는데, 받은 질문지 중에서 제가 이름은 이야기하지 않고 간단하게 여쭤보겠습니다. 우선, 하도 논쟁이 진지해서 간단한 질문을 먼저 드리겠습니다. 미중 패권 경쟁이 난다면 어디가 될까요? 한반도, 동남아, 중동, 아니면 기타?

김성한:한국에서 먼 데서 났으면 좋겠고요 (청중 웃음), 실제로 난다면, 아까 제가 말씀드렸지만 최전선이 남중국해, 동남아, 그 언저리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정재호:최근 2년 정도의 워싱턴에서 나오는 여러 가지 정책들을 봤을 때에는, 대만 해협의 가능성이 예전보다 훨씬 높아지고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질의 & 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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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중국의 미국 국방비의 추월 가능성

박철희:이번에는 정재호 교수님께 질문 드리겠습니다. 중국이 국방비 측면에서 미국을 추월할 가능성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정재호:앞으로 5년 안에 없을 것 같습니다.

Q. 중국이 패권을 잡기 위해서 국제사회에 발신하는 비전은 무엇인가?

박철희: 정재호 교수님께 드리는 질문입니다. 미중이 패권 경쟁을 시작했고, 이제 누가 국제사회의 마음을 잡을 것인가가 중요하다고 하셨는데, 중국이 패권을 잡기 위해서 국제사회에 발신하는 비전은 무엇이라고 볼 수 있습니까?

정재호:중국이 사실은 2010년 이전까지만 해도 자기가 무엇이 되겠다는 이야기를 주로 했었습니다. 2010년 대에 들어오면서 담론의 틀이 바뀝니다. ‘중국이 국제사회와 세계를 위해서 무엇을 할 수 있는가?’로 말이죠. 그러면서 나온 것이 BRI, AIIB이고, 그 다음에 또 BRICS 멤버들끼리 IMF와 비슷하게 단기 금융 문

제를 해결하려는 것. 그 다음에, 지금 이것은 담론에 불과하지만, 요즘 나오고 있는 것이 ‘건강 실크로드’ 같은 것입니다. 아까 잠깐 말씀드렸지만, 서구사회에서는 태국에서 유학생이 미국에 몇 명 가고 그런 것에 관심이 없듯이 아프리카에 얼마나 많은 나라들이 화웨이를 깔고 있는지, 베이더우 시스템을 쓰고 있는지, 이것이 중장기로 어떤 임팩트들을 가져올지에 대한 관심이 별로 없습니다. 그런데, 정말 관심이 없어도 되는 주제인지에 대한 평가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미국 패권이 무너지지 않도록 다른 국가들이 도와주지 않을까?

박철희:김성한 교수님께 여쭤보도록 하겠습니다. 미국의 패권이 무너지고, 중국이 만약에 패권을 얻는다면, 이것으로 특혜를 다시는 못 누릴 것 같다고 생각하는 국가들이 미국 패권을 유지하도록 도와주지 않을까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김성한:그게 미국의 동맹국들이겠죠. 미국 정부나 의회 관계자들이 미국의 동맹국들과 미국과의 관계를 굉장히 높게 평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이 동맹을 유지하지 않는 상태에서 ‘America First,’ ‘Make America Great Again’ 이런 얘기만 가지고서는 미국이 리더십 지위를 계속 유지하기는 힘들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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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동맹 정책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고, 특히 미국의 9.11 이후에 공공외교를 강화한답시고 여러가지 노력들을 하고 있는데, 바람직한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아까 정재호 교수께서 공자학원 얘기를 하셨는데, 공공 외교라는 것이 중국과의 대결 구도 속에서 공공 외교를 해서 그런 것인지 모르겠지만, ‘미국 대학이 공자학원을 캠퍼스에 가지고 있거나, 아니면 그 쪽과 긴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대학에는 펜타곤에서 절대로 프로젝트를 주지 않겠다,’ 다시 말해서 ‘펜타곤 프로젝트에 지원을 해도 절대로 프로젝트 선정이 안될 것이다,’ 이런 식의 메시지를 미국 정부가 대학에 작년 말부터 발신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 것들은 제가 봤을 때 굉장히 하수의 전략이라고 봅니다.

Q. 미중간 기술 패권 경쟁, 화웨이 케이스에 대하여

박철희:정재호 교수님께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미중 간의 기술 패권 경쟁에 대해서 교수님은 어떤 의견을 가지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화웨이를 여쭤보는 것이 더욱 구체적일 것 같네요. 미국은 화웨이 시스템을 쓰지 말라고 하고, 우리는 LGU+같은 곳에서는 화웨이를 쓰기 시작했으니까 좀 현실적인 문제인데, 필리핀은 세 개가 다 쓰기 시작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좀 복잡한 문제인데, 어떻게 보시나요?

정재호:미중 간의 기술 패권이 궁극적으로 어떻게 될 것인지 대해서는 저도 답이 없습니다. 그런데 중국의 기술이 현재 상당한 수준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인공지능(AI)에는 3가지 요소가 있습니다: 1) ‘abc- algorithm,’ 2) ‘big data,’ 그리고 3) ‘computing’ 입니다. ‘computing’의 경우에는 지금 세계에서 가장 빠른 초 슈퍼 컴퓨터의 1등이 미국과 중국 사이를 왔다 갔다 하고 있습니다. Algorithm은 대체로 미국이 조금 더 뛰어날 것으로 평가하고 있고요. Big data는 중국이 압도적으로 우세합니다. 왜냐하면, Privacy Act가 없기 때문에 모든 국민의 데이터를 다 가져갈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CCTV를 중국은 어디에나 설치할 수 있죠. 그래서 사실, 미중 간 파이널 게임에서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것이 저의 답입니다.

화웨이 이슈는 굉장히 복잡한 문제입니다만, 제가 지금 하고 있는 작업 중에 하나가 호주와 싱가폴과 필리핀의 비교입니다. 이 세 나라가 완전히 다른 모델입니다. 호주는 미국보다도 먼저 아예 화웨이를 금지했습니다, 그래서 그 모델이 하나이고요. 필리핀은 아까 말씀드렸던 대로, 기존의 service provider들이 화웨이를 사용하고 있고, 제3의 provider로 China Telecom이 40%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회사를 선정했습니다. 이제 중간 모델이 싱가폴 모델입니다. 싱가폴 모델은 계속 시간을 끌면서 영국 모델을 따라갈 생각을 합니다. 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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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무엇이냐 하면, 화웨이를 부분적으로 들여오되 국가에서 만든 data security center가 지속적으로 안보를 체크하고 그 결과에 따라서 운영하는 것입니다. 싱가폴이 그 모델을 쓰게 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저는 지금 한국에서 하는 것도 이 싱가폴 모델에 조금 가까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나 더 추가하자면, 공자학원 얘기입니다. 전세계에서 공자학원이 제일 먼저 생긴 나라는 어디인지 아시나요? 한국입니다. 미국에서는 2018년 미국 국방수권법, NDAA에서 명확하게 규정을 했습니다. ‘공자학원을 수용한 대학에서는 국방성의 용역을 수행할 수 없다.’ 그 당시에 미국 108개 대학이 공자학원을 가지고 있었는데, 금년 1월 통계는 79개입니다. 그러니까 29개 대학이 퇴출을 시킨 것이죠. 그런데 더욱 흥미로운 것은, 최근에 아마 언론에서도 보셨다시피, 미국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주 핵심 기술 영역에 종사하는 미국인 학자나 교수나 연구자들이 중국의 돈을 받고 있는가? 그리고 그것을 제대로 신고했는가? 입니다. 가장 최근에 붉어진 유명한 사건이, 하버드의 리버 교수, 노벨상 급의 학자가 중국 정부가 하는 ‘천인 계획’에 들어갔는데, 중국에서 주는 돈을 신고도 하지 않고중국 은행에 넣어 놓은 것을 FBI가 찾아낸 것이죠. 그런 문제들이 지금 생기고 있습니다. 단순히 security, 핵이나 전쟁의 문제가 아니라 이제는 아주 미시적인 단계까지, 그야말로 미국 정부가 얘기하는 “whole-of-government, whole-of-

society approach”가 실제로 작동을 하고 있고, 이게 앞으로 미국과 중국 사이에 사람과 사람의 인식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두고 봐야하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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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글로벌 전략 세미나를 마치며...

미중 경쟁 속에서 한국이 취해야 할 선택지는 무엇인가?

박철희:시간이 많이 갔기 때문에 마무리 말씀과 지금 질문하는 것들을 같이 복합해서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더 하실 말씀이 있으시면 덧붙이시면 되고요. 지금 질문이 남은 것은, 코로나19 때문에 자국 이기주의도 강해지고, 글로벌 생산체인도 약화되고 있는데, 코로나 이후에 경제적 상호의존이 다시 회복이 될 것 같습니까? 한국에 대해서 보면, 중국은 여전히 여러가지 경제 제재를 가하고 변하지 않고 있는데, 여기에 대해서 우리가 어떻게 대비를 하거나 면역력을 기를 수 있을까요? 결국은 미중이 코로나 사태 이후에 점점 더 격돌하고, 두 나라가 자기 편에 서라고 압력을 가할 텐데, 우리들은 어떻게 해야할까요? 한국이 취해야 할 미중 경쟁 속에서 한국의 선택지는 무엇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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를 잘못 이해하고 있다고 봅니다. 그런데 과연 이 구조와 배짱의 부분이 쉽게 만들어질 수 있을까? 외교라는 것은 전례와 기록을 먹고 진화하는 생물인데, 지난 몇 십년 동안 해온 것을 갑자기 새로운 대통령이 생겼다고 다 바꿀 가능성은 없기 때문에 너무 안타까운 부분입니다. 이상입니다.

미중 ‘전략 경쟁’ 시대에 걸맞는 전략 수립이 시급

김성한:코로나 사태 이후에 과연 우리가 지금까지, 어떻게 보면 절대선인 것처럼 믿어 왔던 글로벌 상호 의존성, 결국 세계화에 대한 이야기

이겠죠. 이런 것들이 다시금 회복이 될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을 하셨는데, 비자유주의적이고, 민족주의적이고, 국수주의적인 선택이 굉장히 힘들고 비싸다고 느끼면 다시 과거를 그리워하겠죠. 그런데 지금 앞으로 일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는 중요한 대목 중 하나는, 제가 누누이 말씀드렸지만, 글로벌 공급망(Global Supply Chain) 변경을 미국과 유럽이 시도할 개연성이 굉장히 높다는 것입니다. 코로나 사태 이전과는 상당히 다른 국가관계의 그룹화가 될 것입니다. 한국은 이 점을 예측하고 전략을 세워야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이 나름대로 일본보다는 조금 못하지만 제조업의 신화를 쓴 나라라고 볼 수

미중 간의 ‘패권 경쟁’ 속에서 한국은 경제적 구조의 근본적인 변화와 배짱 있는 외교 없이는 선택지가 매우 제한적

정재호:저는 아까 말씀드렸던 대로 우리의 경제 구조 자체가 강대국의 압박에 흔들리기 쉬운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이것을 쉽게 바꿀 수 있을까요? 이것이 저의 첫 번째 대답이고요. 두 번째는 더욱 중요한

문제라고 저는 생각하는데, 미중 간의 패권 경쟁은 더욱 심화될 수 밖에 없다고 보여집니다. 그러면 우리에게, 저는 이것을 ‘제3자 강요’라고 표현을 합니다, third party coercion. 미국과 중국이 각각 서로 다른 선호을 우리에게 계속 강요하고, 그 선호를 안 따르면 보복하고 제재하고, 이런 것이 노골적이던지 아니던지 간에, 양자택일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들이 자꾸 오게 되는 것이죠. 그런데 아직도 정치권이나 학계에서는 자꾸 선택이 아니다, positive-sum일 수도 있고 그것을 기회로 만들 수 있다 이렇게 말씀하시지만, 그 말이 통하려면 우리가 배짱이 있어야 됩니다. 그런데 우리는 배짱이 별로 없는 나라인 것 같아요. 우리는 그냥 조용한 외교를 좋아합니다. 국제사회에서 조용하면 인정을 받는다? 저는 그것은 절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싸울 때에는 얼굴을 빨갛게 붉히고, 어떨 때에는 마치 무력을 쓸 것 같은 제스처도 해야 국제사회에서 인정을 받지, 그냥 조용히 있으면서 인정을 받는다? 저는 그것은 외교

선택이 아니다, positive-sum일 수도 있고 기회로 만들 수 있다는 말이 통하려면 우리가 배짱이 있어야

코로나 사태 이전과는 상당히 다른 국가관계의 그룹화가 될 것. 한국은 이 점을 예측하고 전략을 세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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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있는데, 그렇다고 해서 중국이 지금 만들고 있는 값싸고 질이 적당히 좋은 그런 쪽에 투자를 할 수는 없는 것이고, 우리의 선택은 결국 미국과 중국이 새롭게 동맹군들을 모집하고 있는 최첨단 기술 분야에서 포지셔닝을 아주 잘해야 된다는 것입니다. 제가 볼 때에는 앞으로 한 세대 이상의 우리의 먹거리가 걸려 있는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듭니다. 최근에 Wall Street 저널을 보면 각 분야 별로 5G 같은 경우는 당연히 중국이 월등하고, 인공지능(AI)은 미국과 중국이 비슷하고, Big Data는 중국이 월등하지만, 차세대 반도체나, 자율주행 자동차, 양자 컴퓨팅 분야 등은 미국 쪽이 앞서 있는 것으로 채점표를 적어 놓았습니다. 이런 측면을 보면, 한국에는 삼성전자가 있고, SK가 있고, 또 여러 가지 바이오를 비롯해서 나름대로 우리가 소위 비교 우위를 축적해온 그런 분야들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저는 국가의 대전략 차원에서 정부가 정말 우리 기업들과 긴밀히 연계하고 소통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작년에 일본으로부터 경제 보복 조치가 왔을 때에도 삼성, SK, LG 이런 쪽 사장, 부사장들과 함께 전반적인 대응 방안을 협의하지 않고 청와대 내에서 안보실과 비서실 내의 경제 파트가 중심이 돼서 그냥 토론하고 끝났다고 합니다. 이런 식이 되면 곤란합니다. 그래도 저희 민관이 함께 힘을 합쳐서 전략을 마련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여담입니다만, 제가 최근에 사태를 보다가 옛날 찰스 디킨

스가 쓴 소설 중에 『두 도시이야기(A Tale of Two Cities)』가 떠올랐습니다. 프랑스 대혁명 발발 시점에, 영국과 파리의 모습을 사랑, 사회정의, 그리고 도덕적 위선의 관점에서 다루는 소설이었는데, 제 방의 책꽂이에 꽂혀 있어서 다시 읽어 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것을 보니까 여기에 소설가가 계실지 모르겠습니다만, 코로나19로 가장 고통 받은 우한과 뉴욕을 다뤄보는, (청중 웃음), 그래서 최근 일어났던 여러 가지 상황들을 극화해서 미국과 중국의 현재와 미래의 모습을 그려보는, 그 가운데에서 무언가 우리를 감동시킬 수 있는 인사이트를 제시하는 소설을 쓰면 베스트셀러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찰스 디킨스의 A Tale of Two Cities도 그 당시에 가공할 만한 최고의 베스트 셀러가 되었거든요. 참조하세요 (청중 웃음). 고맙습니다.

박철희:김성한 교수님 덕분에 굉장히 상상력이 넘치는 세계가 그

려진 것 같아요. 정말 좋습니다. 시간이 다 됐습니다. 시간이 5분 정도 더 초과했지만, 전체적으로 잘 운영되고, 저 자신도 사회를 보면서 즐거웠습니다. 두 분을 평소에도 존경하지만, 두 분은 계속 변화하는 세계와 움직이는 현상들을 놓치지 않고 쫓아가고 있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국제학·정치학자 이십니다. 현상이 너무 빠르게 바뀌면 잊어버리거나 안 보이게 되는데, 우리나라의 이지스함보다 훨씬 더 빠르게 잘 잡고 탄착 지점까

Page 38: 미중 전략경쟁과 한국의 선택 · 2020. 8. 13. · Global Strategy Report. 는 서울대학교 국제학연구소의 주요 프로그램인 글로벌 전 략 세미나(Global

Global Strategy Report No. 2020-02서울대학교 국제학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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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 끝까지 보고있는 두 분입니다. 오늘 굉장히 훌륭한 발표와 토론을 해주신 두 분한테 감사하는 마음으로 큰 박수를 부탁드립니다.

정재호 교수님께서 끝나면서 우리나라에 과연 배짱이 있을까? 라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일본 전문가로서 보면, 중국이나 미국에 대해서는 조금 잔소리를 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중국에 대해서는 진짜 배짱이 전혀 없는 것 같습니다. 한마디도 못합니다. 정부 당국자 치고 제대로 일어나서 이야기하는 사람을 한 명도 못 봤는데, 딱 일본에 대해서는 아무 얘기나 다하는 엄청난 배짱을 가지고 있습니다. 정재호 교수님께서 예상을 하시고 미리 말씀하신 것 같은데, 세 번째 세미나는 “한일 갈등과 한국의 전략적 선택”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6월 4일 목요일 오후 네 시에 같은 장소에서 같은 방식으로 개최하게 됩니다.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고 시간이 되시면 참석해주시길 바랍니다. 이상으로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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